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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일 변호사가 30대 중반에 지은 책이다. '젊은 변호사의 진솔한 에세이'라는 부제가 이 책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저자의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 일화에서부터 시작하여 젊은 변호사로서 일상과 법정에서 만나는 여러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제목인 "변호사 님, 확실합니까?"는 103쪽에 있는 일화로서 의뢰인과 얽힌 사연이 담겨 있다. 의뢰인은 자신이 승소할 것을 확신하고 변호사에게 확인을 받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다른 변호사 사무실에 알아보니까, 이것은 무조건 승소하는 것이라는데요. 변호사 님, 승소가 확실합니까?"

 

무조건 승소하는 사건이라면 그 변호사에게 맡길 것이지 왜 다른 변호사를 찾았을까? 저자는 대부분의 결과가 사건의 결과를 단정하기 쉽지 않다고 전하고 있다. 상대 쪽에서 패소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면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합의를 통해 화해를 모색하지 굳이 선고까지 기다리겠느냐, 라는 것이다. 또 재판 과정에 의뢰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분명하게 해 줄 증인이라고 해서 신청했더니, 법정에서는 그 반대의 말을 해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선고가 내릴 때까지 여러 변수가 있으니 승소가 확실한 재판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것인 듯하다.

 

"확실한 결과를 원하는 의뢰인들의 그런 심정을 이용하기 위해서 사건을 맡는 변호사도 있다. 승소를 자신하는 변호사의 말을 너무 믿지는 말라."

 

이 책에서는 저자가 성장과정과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연수원에서 수련하는 과정, 군법무관 시절과 초임 변호사 시절에 겪은 생활이나 법정에서 보고 들은 일화가 담겨 있다. 살아가면서 겪는 소소한 사연들이 수채화같이 담담하게 그려지는 소품이라고 할까. 글에 있어서는 전문작가가 아닌 일반인이라고 할 수 있으니, 감동적이라기보다는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부록으로 꼭 알아야 할 법률 상식 열네 가지가 실려 있었다. 저자는 열네 가지의 실제 사례와 도우미(그런 상황에서 법적으로 현명한 대처 방법)와 토막상식(유사한 경우의 대처 방법)으로 나뉘어서 소개하고 있다. 도주차량, 세입자 보호, 음주운전에 해당 안 되는 경우, 단란주점 인수 후 영업이 안 되는 경우 등 당사자에게는 꼭 필요한 법률상식이다. 해당되는 사람에게는 무더위를 식히는 시원한 샘물과 같은 도움말이라고 할 것이다. 지금이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많은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 정보들을 믿을 있을 것인가? 이 책을 펴낸 1990년대에는 인터넷이 일반화되지 않던 시대였다. 현직 변호사가 법률적인 지식에 근거해서 자상하게 들려주는 사례들은 보석 같은 상식이었을 것이다.

 

나는 10여 년 전에 지인으로부터 저자의 책을 두 권 선물 받았다. 『묵장보급』과 이 책이었다. 묵장보급은 고전과 현대의 만남을 통해서 한문을 익히는 책인데, 국어교사였던 내게는 흥미 있는 주제였다. 바로 읽고 리뷰를 작성했다. 그러나 변호사의 생활이나 법률 상식이 담긴 이 책에는 눈길이 가지 않았다. 읽기는 했지만 리뷰 작성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는지, 아예 읽지도 않았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그런 책을 지금에 와서 새삼스럽게 펼친 이유는 저자가 얼마 전에 50대의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코로나 발생 직전인 3년 전에 어떤 행사에서 저자를 만난 적이 있다. 이미 중견 변호사가 된 그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문득 그때 마주친 저자의 선한 모습이 떠올라서 서재 깊이 숨어있던 책을 찾았는데 내 눈길이 머문 곳이 있었다. 그곳은 책의 추천사였다.

 

추천의 글을 쓴 이가 현재 서울시장인 오세훈 씨와 작년까지 야당 국회의원이던 한선교 씨였다. 지금이야 두 분이 서울시장과 전직 의원으로 이름이 많이 알려졌지만, 이 책을 발간할 당시의 오세훈 씨는 변호사로서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교환교수로 있었고, 한선교 씨는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방송인이었다. 두 분 모두 저자에게는 학연이 얽힌 선배였다. 추천사에는 학창 시절의 추억도 담겨 있었다. 그런 인연으로 추천의 글을 쓰게 된 듯하다.

 

오세훈 씨와 한선교 씨는 깔끔한 이미지의 법률인 또는 방송인이었다. 연동일 변호사도 그랬다. 준수하고 단정한 모범생 타입의 젊은 변호사……. 당시의 시점에서만 보면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변호사로 활동하던 저자는 오세훈 씨나 한선교 씨에게 결코 뒤질 것이 없는 동량이었다.

 

오세훈 시장과 한선교 전 의원의 추천사 중 일부를 덧붙인다.

 

"연 변호사는 고등학교 후배이다. 그가 공부하던 시절부터 법조인이 되는 과정, 그리고 변호사로서 활동하는 모습을 줄곧 지켜보면서 참으로 열심히 사는 그 모습에 매료된 바가 크다. (변호사 오세훈의 추천사 '참으로 좋은 글을 썼구나' 에서 갈무리)"

 

"변호사라는 직업적인 측면에서의 얘기보다는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얘깃거리들이 재미있으면서도 간결하게 그려져 있어, 경제적인 어려움에 지쳐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달래줄 수 있지 않나 싶다. (방송인 한선교의 '후배의 글을 읽고서'에서 갈무리)"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저자는 선배들보다 먼저 떠났다. 한창 일할 나이에 청운의 꿈을 미처 펴지 못하고 낯선 길에 들어서면서, 차마 어떻게 발길을 옮겼을까? 일찍 떠난 저자가 안쓰러우면서 세상 일은 알 수가 없구나, 하는 생각에서 만감이 교차했다. 연동일 변호사의 명복을 빌며, 부디 그곳에서 여유로운 황혼기를 맞기를 빈다. 행여 못다 한 꿈이 있다면 어떤 곳에서라도 꼭 이루었으면 좋겠다. 삶과 죽음의 길이 다르지 않다는데, 뜻이 있다면 꿈을 펼치는 방법도 있지 않겠는가.

 

* 이 글은 연동일 변호사의 책에 대한 리뷰로 작성했으나, 예스24에서는 검색이 되지 않았다. 시일이 많이 흘러서 절판이 된 탓인 듯하다. 다른 포털의 책소개로 가름한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3361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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