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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 이야기

[도서] 탈무드 이야기

마빈 토케이어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 책은 안흥도서관의 책나눔 이벤트에서 얻은 책이다. 지금까지 책나눔 이벤트에서 만난 책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표지와 장정도 좋았고, 문체도 읽기에 편한 듯해서이다. 그런 책을 읽으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탈무드의 특성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탈무드를 열 번 정도 읽은 듯하다. 이런저런 판본으로 읽었지만 책마다 내용이 틀렸다. 그 이유는 탈무드는 10여 년에 걸쳐서 2천여 명의 학자들이 만들었는데, 모두 20권 1만 2천여 쪽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런 책을 현대 세계 각국의 역자마다 자기의 취향에 맞게 갈무리해서 펴냈으니 책마다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10여 번을 읽었다고 해도, 어쩌면 내가 읽은 10여 권을 모두 합쳐도 전체의 일부에 속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마빈 토케이어가 옮겼다고 하는데, 이상한 것은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니 이런 설명이 있었다.

 

"마빈 토케이어(1936.9.4~)는 뉴욕시에서 태어나 1958년 뉴욕 예시바 대학(탈무드 학교)에서 철학과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 유대 신학교에서 탈무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아 1962년 랍비 자격을 취득한 이후 미 공군 유대 종군 군목으로 일본에 파견되어 규슈에서 근무하였으며, 뉴욕 예배당 랍비로 시무하였다. (해외저자사전에서 갈무리)"

 

직 살아있는 사람이고, 탈무드로 문학 석사가 되었으며, 유대교 랍비 자격을 얻은 뒤에 랍비로 시무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무튼 저자는 매우 겸손한 사람인 듯하다. 대부분의 저자들이 자신의 약력이나 저서들을 자랑하듯 소개하고 있는데, 이름 외에는 아무것도 밝히지 않았으니…….

 

탈무드의 특성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한 이유는 저자의 설명을 통해서 탈무드의 성격을 짐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유대인 랍비들은 탈무드를 책으로 꾸미기 위해서 여러 지역에서 각각 다른 언어로 저술된 판본들을 모았고, 2천여 명의 편찬자들을 뽑아서 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때 편찬자의 선정 기준은 '너무 학식이 높은 자'는 제외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그들이 자신의 학식을 활용해서 내용을 변질시킬 것이 두려워서라고 한다. 탈무드는 너무 똑똑하지는 않은 보통 학자들이 만든 책인 셈이다.

 

둘째, 지금까지 여러 판본을 읽으면서도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탈무드는 어느 책이나 첫 번째 쪽과 마지막 쪽은 백지상태로 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탈무드를 손에 든 독자는 누구나 탈무드의 연구자라는 의미를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탈무드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의미일까? 아무튼 탈무드는 기독교의 성경이나 불교의 불경과는 성격이 다른 것임을 알게 되었다. 성경이나 불경은 독자가 한 글자라도 덧붙이거나 뺄 수 없지만, 탈무드는 모든 독자가 자신의 생각을 덧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독자가 연구에 참여한다는 것은 독자가 어떤 이야기라도 만들 수도 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셋째, 내 생각을 덧붙이면서 읽어 보았다. 나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능력은 없다. 다만 내 취향대로 해석을 하면서 책장을 넘겨 보았다. 그중에 한 가지만 소개하겠다.

 

"어느 날 황제가 랍비에게 질문을 했다.

 

'나의 신하들이 내 마음을 괴롭히고 있소.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하면 좋겠소.'

 

랍비는 무언극으로 답을 알려주었다. 뜰에 있는 조그만 텃밭으로 나가 야채 하나를 뽑아 왔다. 얼마 뒤 다시 텃밭으로 가서 또 야채 하나를 뽑아 왔다. 조금 지나서 다시 똑같은 일을 되풀이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황제는 랍비가 말하려는 뜻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한꺼번에 신하들을 모두 처벌하지 말고 몇 번에 걸쳐 한 명씩 한 명씩 처리하라는 뜻이었다. (72~74쪽 「무언극」에서 일부 갈무리)"

 

나는 이 부분을 현실에 비추어 이렇게 해석했다. 이른바 민주 정부라는 현정권에서는 무슨 총장이니 원장이니 장관이니 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일부는 큰 영웅이라도 되는 듯 사표를 쓰고 나가기도 했다. 대통령은 그들에게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고 속절없이 지켜보기만 하는 듯해서 안타까웠다. 랍비의 도움말을 적용한다면 그중에 한 사람을 응징하는 것이다. 지난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국회의원이건 장관이건 소리 없이 잡아다가 혼을 내지도 않았던가. 두세 명만 응징해도 다른 무리들이 잠잠해질 것이다.

 

이것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민주 정부에서 그럴 수가 있느냐 싶기도 하지만, 민주정부는 당하기만 해야 하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마치 정의의 투사라도 되는 듯 바락바락 대들던 젊은 검사들이 대통령이 바뀌자 양처럼 순종하던 것이 떠올랐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다고 했던가. 대드는 사람도 상대를 봐가면서 대들거나 순종하는 것이 세상인심인 듯하다.

 

역대 정권의 고위 공직자 중에서 지금 정권처럼 소신 발언을 하는 고위 공직자가 많았던 적이 있었던가? 과거 정권의 공직자들은 모두 무기력했는데, 지금 정권에서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것일까? 사람을 봐가면서 대드는 인심이 적용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내 생각대로 해석을 하면서 책장을 넘기니 나름 재미있었다. 이 책에는 여백이 많았다. 한 가지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거의 한 쪽에 가까울 정도이다. 그곳에다 자신의 해석을 쓰면서 책장을 넘기라는 탈무드의 정신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지금까지 만난 탈무드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이다. 장정에서 품격이 느껴지니 서재를 장식하는 데에도 안성맞춤이고, 문체도 부드러워서 가독성이 뛰어나다. 무엇보다도 독자의 생각을 한 차원 이상 높여주는 책으로 '인생의 지혜를 여는 열쇠'라는 부제가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탈무드는 인류 공통의 교양서이다. 중학교 이상의 독자라면 누구라도 읽고 생각하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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