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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도서] 주홍글씨

김세라 글/배민기 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강림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서울대 선정 문학고전이라는 이름에서 신뢰를 느꼈고, 학창 시절에 언뜻 스친 추억이 있는 작품이기도 해서 눈길이 갔다. 독서에 있어서 내가 고마움을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요즘 건망증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며칠 전에 읽은 책도 기억이 흐릿한데, 수십 년 전에 읽은 책을 어찌 기억할 것인가. 새로운 책을 만나는 마음으로 펼친 책을 읽으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세계 명작에 대한 나의 착각을 확인했다. 나다니엘 호손의 작품은 초등학교 때 「큰 바위 얼굴」로 처음 만났다. 그 작품은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으므로 교단에 근무하던 나는 거의 매년 그의 작품을 읽었다. 대표작인 『주홍 글씨』는 암기하다시피 했을 것이다. 나는 당연히 『주홍 글씨』를 읽었는데, 오래되어서 기억이 안 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나는 이 작품을 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었다고 착각한 이유가 무엇일까? 고교시절에 간추린 세계명작을 읽었다. 100여 편의 작품들을 한 권에 압축한 책인데, 『주홍 글씨』 줄거리는 거기서 알게 된 듯하다. 긴 이야기를 2~3장으로 압축했으니 그것을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이제 와서 생각하니 내가 완독한 세계명작은 그리 많지 않음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주홍 글씨』처럼 줄거리만 소개한 것으로 읽었거나, 초등학생용 축소판으로 읽은 것이 대부분이다. 완역본을 읽은 것은 10권이나 될까 싶다. 내가 읽은 『삼총사』, 『보물섬』, 『소공자』, 『전쟁과 평화』 등의 명작은 원작이 아니라 어린이용 축소판이었다. 그중에는 『부활』, 『소공녀』처럼 원작을 읽은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어린이용 축소판에서 멈춰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100여 권의 세계명작을 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민망한 마음이다.

 

둘째, 역사와 허구의 절묘한 조합에 감탄했다. 이 작품을 읽기 전까지 나는 부정한 행위를 한 사람이 A라고 쓴 주홍글씨를 가슴에 달고 다닌다는 행위가 허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실제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아메리카에 이주한 초기의 청교도들은 그런 정서가 있었다고 한다. 주인공인 헤스터와 딤즈데일 목사, 반동인물인 칠링위스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벨링엄 총독, 윈스럽 총독, 윌슨 목사, 히빈스 부인 등은 미국 역사에서 실존했던 인물이라고 한다. 홍명희의 명작 『임꺽정』에서 임꺽정의 의형제들은 허구이지만, 주인공 임꺽정과 그를 배신한 서림, 토포사 남치근 등이 실존 인물이니 독자로 하여금 사실감을 느끼게 한 것과 같은 효과라고 할까?

 

셋째,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인의 정서를 느꼈다. 미국인이라고 해서 부정적인 인물이 왜 없겠는가? 미국은 이민이 나라이다. 세계 각국에서 잘 살기 위해서 찾아온 사람들 중에는 갖가지 인물이 많을 것이다. 고향에서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르고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도망쳐서 정착한 인물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세계의 중심이 된 이면에는 자유를 향한 개척 정신과 더불어 살기 위해서 인권을 존중하는 정신 등이 스며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정서를 잘 표현한 것이 나다니엘 호손의 작품들이 아닌가 싶다.

 

『큰바위얼굴』에서 초인을 기다리는 어니스트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어니스트를 알아본 시인, 『주홍글씨』에서 투철한 신념의 헤스터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한 자유를 찾은 딤즈데일 목사 등이 추구한 정신이 그래도 미국인들이 추구하는 정신의 주류가 되었기에 오늘의 미국이 되었을 것이다. 실례의 표현인지 모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큰바위얼굴』의 장군이나 정치가, 『주홍글씨』의 칠링위스와 같은 인물의 행태를 이어받은 미국인일 것이라고 느꼈다. 그런 인물이 주류가 되었을 때 미국은 세계의 우환이 될 것이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나는 학창 시절에 원작으로 이 작품을 읽지 못했지만, 이 책이라면 초등학생도 몰입을 시킬 수 있을 듯하다. 지금의 아이들이 우리 세대보다 안목이 더 높은 면도 있겠지만, 책의 구성이 좋았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 이 책을 만났다면 아마 바로 원작까지 찾아 읽었을 것이다. 특히 배민기 화백의 명작에 어울리는 품격 있는 그림이 좋았다. 초등학생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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