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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도서] 돈키호테

백원흠 글/김형주 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강림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서울대 선정 문학고전이라는 이름에서 신뢰를 느꼈고, 학창 시절 이래 여러 번 스친 추억이 있는 작품이기도 해서 눈길이 갔다. 독서에 있어서 내가 고마움을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요즘 건망증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며칠 전에 읽은 책도 기억이 흐릿한데, 수십 년 전에 읽은 책을 어찌 기억할 것인가. 새로운 책을 만나는 마음으로 펼친 책을 읽으면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돈키호테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는 것이 거의 없음을 느꼈다. 초등학교 시절에 청소년용 세계 명작을 통해서 돈키호테를 처음 만났다. 지금은 기억이 흐릿하지만, 그 책은 쪽수가 200쪽 남짓이고 삽화까지 있었으니 아마 내용이 상당히 축소되었을 것이다. 그 후 텔레비전에서 만화영화로 방영되는 것을 몇 번 보았지만 어린이용으로 상당한 각색이 이루어졌을 텐데 원작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교직에 나온 이후 세계문학전집에 실린 돈키호테를 만났지만 세로쓰기에 작은 글씨로 된 편집이 정이 가지 않아서 완독을 포기했다. 이런 내가 돈키호테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키호테가 친숙한 것은 천안 시외버스터미널 야외 전시관에 거대한 돈키호테상(성동훈 작, 무식한 소 돈키호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취반(우표수집반) 지도교사 연수로 인해 거의 매년 천안에 있는 우정공무원교육원에 갔었는데, 그때마다 돈키호테상을 만났으니 친숙하게 느껴진 것이다. 지금 읽은 이 작품도 원작은 아니니 아직도 돈키호테를 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아마도 내가 만난 돈키호테 중에서 가장 원작에 가까이 갔을 것이다.

 

천안 시외버스터미널의 돈키호테상(성동훈 작)

 

둘째,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의 기묘한 인연을 알게 되었다. 세르반테스와 함께 대문호로 칭송받는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는 세르반테스와 동시대의 사람이다. 국어교사였던 나로서는 두 사람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이 햄릿형 인간과 돈키호테형 인간을 자주 거론했기 때문이다. 돈키호테는 비현실적인 이상주의자나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저돌적인 캐릭터로 알려져 있고, 현실을 직시하는 현실주의자이지만 신중하다 못해 지나치게 생각이 많아 우유부단하기까지 한 사색가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햄릿이다. 두 작품과 관계없이 인물의 유형 설명에서 자주 거론되는 것이 돈키호테형과 햄릿형인 것이다. 두 유형은 알고 있었지만,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같은 날인 1916년 4월 16일에 동시에 사망한 사실은 처음 알았다. 기묘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셋째, 돈키호테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알게 되었다. 돈키호테형과 햄릿형은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햄릿형을 선호하고 있었다. 천방지축의 행동으로 갖가지 실수를 연발하는 돈키호테에 비해서 햄릿은 비록 진전은 없더라도 실패도 없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돈키호테는 21세기에 필요한 인간상으로 다시 해석되고 있다고 한다. 반복되는 실패와 주위의 차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돈키호테가 21세기에 필요한 인간상이고, 역사는 그런 인물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는 것이다. 물론 돈키호테의 행동력과 햄릿의 신중함을 함께 갖춘다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발전을 위해서는 돈키호테의 도전 정신과 열정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실패하는 햄릿은 영원한 실패자이지만, 무엇인가 시도를 하는 돈키호테에게는 희망의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인 듯하다.

 

넷째, 돈키호테 원작을 읽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나의 상식으로 돈키호테는 일단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3차까지 여행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1차 여행에서 끝이 났다. 아마도 전편까지만 소개를 한 듯하다. 원작을 통해서 돈키호테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나는 학창 시절에 원작으로 이 작품을 읽지 못했지만, 이 책이라면 초등학생도 몰입을 시킬 수 있을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청소년용인 것은 아니다. 대학생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리라고 본다. 초등학생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며, 특히 각 장마다 상세하게 달려있는 해석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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