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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2

[도서]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2

김태권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이 책은 횡성 한누리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횡성에서 가장 큰 농어촌버스승강장인 만세공원 옆에 있는 이곳은 비록 작은 도서관이지만 이용하기에는 가장 편리한 도서관인 듯하다. 횡성군은 공공도서관마다 서로 연계가 되어 있으므로, 어느 지역에서 책을 빌렸던 다른 지역의 공공도서관에 반납할 수가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이곳에서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좀 더 읽고 싶으면 빌린 뒤에 자신이 사는 지역의 도서관에 반납하면 되니……, 정말 세상이 좋아졌다는 것이 느껴진다.

 

한누리 도서관에는 여러 번 들려서 책을 읽었으나 빌리기는 처음이다. 내가 사는 강림이나 안흥에도 도서관이 있으니 굳이 이곳에서 빌릴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는 강림이나 안흥에서 보지 못한 책이기에 빌린 것이다. 그런 인연으로 만난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 보겠다.

 

첫째, 예상외로 진지한 책이었다. 이 책은 글자 그대로 만화였다. 그림체가 사실적인 것도 아니고, 가끔 개그 같은 대사도 나온다. 은자 피에르를 따라다니는 나귀의 머리를 부시로 그린 것에서도 풍자가 느껴진다. 가끔 독자와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중세 시대 십자군을 이야기하면서 고대와 현대의 일화도 좌충우돌로 넘나들기도 한다. 당대의 인물들의 모습이나 시대 상황을 우수꽝스럽게 묘사하면서 독자의 웃음을 이끌기도 한다. 그러나 결코 가벼운 책이 아니었다. 굳이 분류하자면 블랙코미디라고 할까? 힘은 있지만 무식한 지도자를 만나서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병사들은 고통을 겪었으며, 인육까지 먹었다고 하니 민중들의 가슴은 얼마나 찢어졌을 것인가? 책장을 넘기면서 더욱 힘들었던 것은 십자군 전쟁의 독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태인을 학살한 히틀러가 광기와 히틀러 못지않게 2차 대전에서 희생된 유대인보다 더 많은 희생을 당한 팔레스타인의 비극, 2001년 9.11테러와 전쟁광 부시가 도발한 침략의 뿌리는 십자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우수꽝스러운 그림과 대사를 보면서도 결코 웃을 수가 없었다.

 

둘째, 십자군과 기사도에 대한 환상이 무너지며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의 진실을 생각했다. 학창 시절에는 막연하게 십자군이 신앙을 지키기 위하여 이교도와 싸운 성스러운 전쟁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교회와 서방 세계의 욕망으로 인한 추악한 전쟁이라는 것은 이미 깨달은 터였다. 서양의 기사도는 일부 불미스러운 존재는 있겠지만, 대부분 명예와 여성을 존중하는 낭만적인 집단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 역시 착각이라는 것을 책장을 넘기면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학창 시절에는 상하이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지사들이 프랑스 조계 등에서 많은 보호를 받은 것을 보면서 서양인들은 신사의 나라라고 생각했지만, 그것 역시 진실은 아닌 듯하다. 제국주의의 잔혹함은 일본이나 서구 국가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라고 다를 것이 있을까?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이라고 배웠지만, 베트남 전에서의 잔혹 행위, 6.25전쟁 당시 남북한 양쪽의 행위를 보면 우리 역시 힘만 있었다면 일본이나 서구 제국주의와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동물과 다름없는 인간의 잔인성과 함께 과연 신이 존재하는가를 생각했다. 유대교, 가톨릭, 이슬람교 중에 어느 한 종교에라도 절대자가 있었다면 십자군 전쟁에서의 만행을 그대로 용인했을까?

 

셋째, 십자군 전쟁 시대의 배경을 이해하면서,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철학자들의 사상도 함께 생각했다. 이 책은 앞 부분에서 이슬람 이전의 중동 사회에서 상당 분량(60여 쪽) 소개하고 있다. 옛 이란의 영광과 이란과 로마의 대결의 연장선에서 십자군 전쟁이 일어나게 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권말부록 형식으로 고전 읽기가 있었는데, 루키디데스의 『펠로폰네스 전쟁사』와 『플라톤의 국가·政體』를 소개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생뚱맞게 이게 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십자군 전쟁을 포함한 모든 전쟁과 국가 경영에 있어서 과연 국가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소크라테스와 트라시마코스의 '정의에 대한 논쟁'은 예전에 본 적이 있다. 사실은 책장만 넘겼지 읽지는 못했다. 장황한 주장들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핵심을 이해하게 되었으니 과외의 소득이라고 할까?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십자군 원정뿐만 아니라 당시 유럽의 역사와 서구인들의 생각을 알기 쉽고 표현한 걸작이다. 일반인들의 교양이나 흥미는 물론이고 학생들의 세계사 이해에도 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본다. 중학생 이상의 독자라면 흥미 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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