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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문학회에서는 9월 6일부터 30일까지

횡성호수길 망향의 동산(호수공원)에서

2021 가을 시화전 '바람과 풀의 노래'를 펼치고 있습니다.

 

문득 학창 시절에 어느 책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첫눈 내린 날

평소보다 한 시간 빨리 학교에 갔다.

예상대로 아무도 오지 않았다.

첫눈 위에 내 발자국을 가장 먼저 남길 수 있는 것이다.

정신을 바짝 차린 뒤에

교문에서부터 조회대까지 걸었다.

조회대까지 와서 뒤돌아보니

똑바로 걸어왔다고 생각했지만

내 발자국은 이리저리 비틀거리고 있었다."

 

「눈발에 길을 내는 법」의 작가는

소년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눈발에 길을 곧게 내는 법은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욕심 없이 부지런히 가는 거란다.(2연)"

 

작가가 일러준 대로 그렇게 걸어서 길을 곧게 냈던,

갈지자걸음으로 걸어서 흔들거리는 길을 냈던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작가는 소년의 깨달음을 통해

세상사가 부질없다고 말하네요.

 

"지나온 길이 흩날리는 눈에 덮여 모두 자취 없이 잊혔듯이

여남은 길도 젊은 날의 짧은 영광처럼 쉬 잊히리라는 것을(5연)"

 

아무리 하얀 세상이라도 결국은

아이들과 견공들의 눈 마중으로 인해서

아수라가 되는 것일까요?

인생이 그런 것이라면 얼마나 허무한지요?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왕인 다윗의 아들이자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었다는 솔로몬 왕이 쓴 것으로 전해지는

전도서가 생각납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사람이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다 헛되고 헛되도다."

 

'헛되다’로 시작해서

무려 37회에 걸쳐 ‘헛되다’가 이어지는 전도서처럼

「눈발에 길을 내는 법」의 작가는

세상의 모든 것이 의미가 없다는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얼핏 보면 염세주의를 들려주는 듯한 전도서는

하느님 없이 살아가는 ‘해 아래’ 삶의 모습을 통해

그런 무의미한 인생이 정녕 가치 있는 비결은

바로 ‘해 위에’ 계시는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들려준다고 하네요.

 

「눈발에 길을 내는 법」의 작가가 전하는 뜻도

지나온 길이건 여남은 길이건

아수라가 되면서 묻히고 잊히는

허무한 것이라는 것이 아니겠지요.

아수라를 제압할 진정한 가치,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광야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간곡하게 노래하는 마음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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