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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일기장에서 나눈 문답입니다.

목연샘!

그대는 하기 싫은 일을 재미있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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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싫은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재미가 없지 않을까요?

아무리 세상만사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해도,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기는 힘드니까요.

 

그러나 별로 하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 재미있게 한 적이 딱 한 번 있었습니다.

 

나는 학창 시절에 우표 수집에 몰입했었지요.

대학 시절에 호반우취반을 조직한 적이 있었고요.

강원대학교에 정식으로 등록된 학내 동아리였습니다.

회원은 6명인데 실제로 우표에 대해 아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세 명 정도였지만요.

 

그 무렵에는 우취회가 그리 많지 않았고,

호반우취회는 도내에서 최초이자 그때까지 유일한

대학 우취반이었습니다.

그런 희귀성 때문인지

춘천우체국과 강원체신청(당시에는 중부체신청)에서도

우리의 활동을 주목하고 있었고요.

 

대학 3학년과 4학년 때는 2년에 걸쳐서

문화원에서 우표전시회를 열기도 했지요.

전시장 대여와 전시틀 준비, 설치 등을

모두 춘천우체국에서 지원했으니,

우리는 그저 작품만 준비한 정도였지만요.

 

작품을 출품한 사람은 나와 두 친구까지 세 명뿐이니,

호반우취회 전시라고는 해도

실질적으로는 3인 전시회에 불과합니다.

작품 수준이 그리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강원도 최초의 대학우취반의 전시회였고요.

 

춘천우체국에서는 전시회장에 직원을 한 명 파견해서

지난 우표들을 판매하는 등 여러 지원을 했고,

호반우취회에서도 한 명 정도가

전시회장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우리 세 명은 이틀씩 나누어서 지키기로 했지요.

나는 월요일과 금요일 당번을 맡기로 했고요.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리라고 기대했지만,

관람객은 거의 없었습니다.

월요일~금요일까지 찾아온 사람은

하루 평균 20~30명 정도일까요.

그런데 토요일 당번을 맡기로 한 친구가

급한 사정이 있다면서 내게 당번을 부탁하네요.

 

그 좋은 주말에 관람객도 별로 없을 텐데,

딱히 할 일도 없이

하루 종일 전시장을 지켜야 한다니…….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러기로 했지요.

내가 회장이었으니까요.

 

지금 같으면 책을 한 권 가지고 가서 읽으면 되겠지만

그때는 그렇게까지 독서에 미치지는 않았거든요.

전시장을 지키면 유일한 혜택은

비록 짜장면이나 가락국수 정도였지만,

점심은 춘천우체국에서 사주었다는 것 정도였네요.

 

그러나 그날 정말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당시 춘천우체국 최고의 미인이었던 A 양이

그날 우표 판매를 담당했거든요.

그녀와 딱히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인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레더군요.

그것도 대부분의 시간을 단 둘이서 있었으니,

내게 당번을 부탁한 그 친구가 고맙기까지 했고요.

 

아, 질문이

하기 싫은 일을 재미있게 하는 방법이었지요.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닐까요?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싫은 일이라도 즐겁게 할 수 있을 듯하네요.

 

빛바랜 사진이 남아있었군요.

당시 강원도청 앞에 있던 도립문화원입니다.

그 옆이 우리가 우표전시회를 열었던 소전시실이고요.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은 안 나지만,

왼쪽은 당시 문화원장님, 그 옆은 춘천우체국 담당과장님,

앞의 두 여성분은 춘천우체국 B 양과 C 양, 그 옆이 목연,

뒤의 두 친구는 우취회원이었던 D 군과 E 군입니다.

 

호반우취회는 내가 조직해서 회장을 맡았지만,

나는 우표 연구에서 그리 큰 발전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나의 권유로 우표 연구를 시작한 C 군은

뒷날 강원도 우취반을 망라한 태백우취회를 조직하고

회장을 맡아서 활동하는 등

강원우취회의 거목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너무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네요.

새삼스럽게 이런저런 추억이 떠오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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