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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엄마

[도서] 안녕, 엄마

김인정 글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안흥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저자나 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었다. 다만 그림이 담백한 느낌이 들고, 단 권이니 읽기에 부담이 없을 듯해서 선택했다. 책장을 넘기면서 점점 몰입하게 되어서 단숨에 읽고 난 뒤에, 가슴에 남는 인상을 몇 가지 적어보겠다.

 

첫째, 황당하지만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5명이다. 주인공 이은영과 그녀의 어머니 신영선, 외할머니, 은영의 친구 희선, 희선의 어머니……. 그러고 보니 모두 여성이다. 여기에는 세 쌍의 모녀가 등장한다. 외할머니와 어머니 영선, 영선과 주인공 은영, 희선과 어머니이다. 세 쌍의 모녀는 다른 듯하면서도 서로 힘들어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야기는 영선의 갑작스러운 죽음(아마도 40대 후반일 듯)과 비몽사몽간에 보이는 어머니의 환영이다. 은영은 어머니의 거의 유일한 유품인 일기장(이라기보다는 메모장)을 읽으면서 어머니의 숨겨진 내면을 알게 된다. 또한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갈등의 원인도 짐작을 하게 되고, 학창 시절부터 이상적인 모녀 관계를 유지하는 줄 알았던 친구 희선의 숨겨진 번민도 드러난다.

 

죽은 사람이 꿈에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생시와 똑같이 함께 생활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주인공도 현실이 믿기지 않아서 어머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기까지 한다. 당연히 안 나온다. 불가능한 현실로 황당한 이야기인 듯싶지만, 심신이 무너진 은영에게는 충분히 있을 수 있으리라는 공감을 했다.

 

둘째, 외유내강의 진실을 느꼈다. 강인하고 완벽하다고 생각되던 어머니(영선)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외할머니)에게서 뛰쳐나오고, 남편에게 버림받은 뒤에 홀로 아이(은영)를 키워야 했던 영선으로서는 당연한 자세였을 듯하다. 이 험한 세상에서 그렇게라도 해야 살아갈 것이 아닌가. 일기에는 은영으로서는 몰랐던 어머니의 연인도 등장한다. 둘이 어떤 마음으로 어느 정도 깊이로 사귀었느냐가 무슨 문제일까. 마지막까지 가정과 딸을 지켰다면 훌륭한 어머니일 것이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말은 외유내강의 다른 표현이 아닌가 싶다.

 

셋째, 은영의 독백에 뭉클함을 넘어서 눈물이 솟았다. 외할머니도 딸(영선)의 진실을 알게 되었고, 은영이도 엄마(영선)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외할머니와 함께 어머니의 위패를 모신 절에 다녀오면서 은영은 이런 독백을 한다.

 


"다음 생이라는 게 있다면

그렇다면 한 번쯤은 친구로 태어나게 해 달라고

같은 시간을 같은 나이로 살며

인기 있는 음악을 함께 듣고

같이 군것질하고

종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다

해가 뜰 때가 되면

그제야 기대여 잠이 들도록

기도했다.

그리고 그다음엔 꼭

다시 내 엄마로 태어나 줘.

미안해 엄마,

이런 걸 바라는 딸이라.

미안해.(302~305쪽)"

 

엄마(영선)는 바다에 가고 싶어 했다. 은영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야 엄마의 사진을 가지고 친구 희선과 함께 바다에 다녀왔다. 영선의 고향은 바닷가였다. 그녀가 바다를 그리워한 것은 고향에 대한 향수이고, 그것은 어머니(외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가슴 뭉클했던 이유 중에 하나는 70년 생인 영선은 나의 제자 또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제자들 중에는 나보다 먼저 떠난 이들이 더러 있다. 마치 내게 배운 어느 여학생 제자의 삶을 보는 듯해서 더욱 애틋했다.

 

넷째,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펼쳐지는 사연들은 무거운 내용의 연속이다. 결코 편안하게 책장을 넘길 수 없는 분위기인데도 힘들지 않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 답은 출판사 서평에 있는 듯하다.

 

"김인정 작가는 특유의 차분한 어조와 청초한 그림체로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냈다. 작가의 그림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절제미’다.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행동, 분위기 그 모든 것이 철저하게 절제되어 있다. 섬세한 장치로 중심을 잡아 나가는 작가의 연출력은 감각적이고 세련미가 있다. 환상과 현실이 오버랩되는 장면은 묘한 긴장감을 유발하는데, 비현실적임에도 독자들은 함께 상상하고, 매료된다. 한치의 어색함이나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유려한 그림과 설득력 있는 구성의 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출판사 서평에서 갈무리)"

 

작가의 그림은 화려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절제된 아름다움이었다. 천녀유혼에서 왕조현이 보여준 아름다움이라고 할까. 그녀는 이미 세상을 떠난 유령이고, 관객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애틋함보다는 아름다움을 더 많이 느끼는데, 그것은 왕조현의 절제미가 아닐까? 작가는 그림을 통해 더 청초하고 담백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면서 독자를 편안하게 해준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을 누구에게 권할까? 초등학생에게는 좀 이른 듯하다. 중학생 이상의 독자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딸이기도 한 여성 독자들은 더 큰 감동을 느끼며 몰입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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