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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을 들었습니다.

술을 마시고 싶어서라기보다는

11월 6일에 시제를 마치고 가져온 약주가 남아있기에 들기 위해서고요.

그것이 새 술이 아니니

아무리 냉장고에 있던 것이라도 마셔야 할 듯해서지요.

 


 

안주가 풍성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고등어 통조림을 넣어서 끓인 김칫국입니다.

그런대로 기본은 되네요.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혼술을 마시는 것을 공개하는 것이 부담이 없었습니다.

나 혼자 마시는 것이고,

그것도 폭음이 아니라 막걸리 작은 병 하나 정도인데,

내 주량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니까요.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나 혼자 먼저 가신 분들을 생각하면서

잔을 올리고 마시는 것이야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싶었지요.

 

가끔 친구가 전화를 하면

농담 삼아 지금 혼술을 들고 있다고 했고,

내가 전화를 할 때도

혼술을 들다 생각이 나서 전화했다도 했고요.

 

정말 혼술을 마신 것이 아니라

나로서는 친교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러나 몇 달 전에 충격적인 일이 있었는데,

내가 관계하는 어떤 모임에서 회원 사이의 갈등이 있었을 때입니다.

나로서는 사실을 알기 위해서 양쪽 당사자에게 전화를 했지요.

한 분은 동년배의 남성, 또 한 분은 나보다 몇 년 연하의 여성이었고요.

 

그때 두분에게 한 나의 공통적인 첫마디가

혼술을 마신 뒤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전화를 한다고 했지요.

달리 꺼낼 말이 없어서이기도 했고요.

 

전화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주로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간간이 내 의견을 말하는 정도였으며,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고요.

 

그런데 일이 진행되다 보니

여성분은 내가 남성분의 편을 든다면서 내게 적대적인 감정을 지니게 되었는데,

나를 비난한 말 중에 이런 말도 있었습니다.

 

"술을 마시고, 전화를 걸어서 한 시간 가까이 통화를 했다."

 

나로서는 황당한 일이었습니다.

그때 나는 혼술을 들지 않았고,

내가 먼저 전화를 한 것은 사실이며,

한 시간 가까이 통화를 한 것도 사실이지만,

주로 그 여성분이 자신의 입장을 말했고,

나는 듣는 입장이었고요.

그런데 마치 내가 주정이라도 한 듯 말을 하니 민망한 상황이 되었지요.

 

더구나 그 여성분이 공개적으로 거론하니

마치 내가 술을 마시고 여성에게 주정을 한 듯한 뉘앙스를 풍기더군요.

특히 섭섭한 것은 지금까지 나는 그 여성분을

마치 동생처럼 아꼈다는 것입니다.

그녀가 하는 대부분의 일에 우호적이었지요.

 

남성분과는 아주 친밀한 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굳이 중재를 하려고 했던 것은

여성분에 대한 나의 친밀함 때문이기도 했고요.

 

그때 깨달은 것은…… 세 가지입니다.

 

1) 설령 내가 혼술을 들고 전화를 했다고 해도,

술을 마셨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말자.

 

2) 가족이 아닌 여성에게 내가 먼저 전화를 하지는 말자.

 

3) 시비가 일어났을 때, 내가 관계한 것이 아니라면,

절대로 끼어들어서 중재를 하려고 하지 말자.

 

아무튼 오늘 약주는 반 병(다섯 잔)만 마셨네요.

 

첫 잔은 할아버지,

둘째 잔은 아버지,

셋째 잔은 장인,

넷째 잔은 춘천숙부

다섯째 잔은 지암리고모부…….

 

내가 혼술을 들면서 하는 말은 늘 같은 내용이니

여기서 다시 소개할 것은 없고요.

 

가장 먼저 떠나신 할아버지는 내가 중3 때이니 50여 년 전에 가셨고,

가장 늦게 떠나신 춘천숙부도 9년 전에 가셨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다섯 분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잊었을 만한데,

잔만 올리면 울컥한 마음에 같은 말씀을 되풀이해서 드리게 되네요.

 

예전에는 막걸리를 마실 때면 10잔으로 나누어 마셨습니다.

실제는 여덟 잔이 나오는데,

술잔을 드리고 싶은 분이 열 분이니까,

잔을 채우지 않고 나눠서 드렸지요.

 

요즘은 다섯 잔씩 나눠서 마시고 있습니다.

술잔이 많아질수록 감정이 격해지더군요.

건강은 물론 감정을 위해서라도 절제해야겠다는 생각에서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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