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일기장에서 나눈 문답입니다.
목연샘!
그대에게 있혀지지 않는 학창 시절의 은사는 누구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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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서강독을 담당하셨던 최승순 교수님입니다.
딱딱한 과목일수도 있는 한문이었지만 해박한 지식과 인품으로
넓고 깊은 학문의 세계를 보여주시며 재미있게 강의하셨던 분이지요.
입학식 때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는
거의 매년 단골 강사로 초빙되실 만큼 명강을 하셨고요.
강의 시간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지키실 만큼
수업에 대해서는 엄격하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강의 중에 가끔씩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이것에 대해 군들이 무엇을 알랴마는….'
우리를 무시하는 말씀이었지만,
그런 말씀을 당당히 할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이 넘치던 분이셨고요.
대학 은사님 중에 제가 퇴임식에 참석했던 유일한 분이시지요.
교수님같이 그렇게 늙어가고 싶었는데,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의 능력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우리가 졸업하던 해에는 강원대학교 도서관장을 겸임하고 계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