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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일기장에서 나눈 문답입니다.

목연샘!

그대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한 경우가 있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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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 진도가 국어 6과에서 김유정의 <동백꽃>을 나가고 있는데
어제 과제가 <동백꽃>을 읽고 내용을 익혀 오는 것이었습니다.

숙제 검사는 나의 질문 세 개 중에
2개 이상 정답을 말하면 과제를 한 것으로 인정하고,
2개 이상 틀리면 읽지 않은 것으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문답은 이런 식이지요.

여주인공 이름은? 점순이
나와 여주인공의 갈등 원인은? 내가 점순이가 주는 감자 세 개를 안 받은 것
나와 점순이의 나이는? 열일곱 살
점순이가 나를 끌어안고 쓰러진 곳에 핀 꽃은? 동백꽃
동백꽃의 색깔은? 노란색
점순이 아버지는 어떤 사람? 마름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나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란 질문에 대해
어떤 답변이 나와야 하겠습니까?
당연히 소작인이어야 하겠지요.

그런데 어떤 죽일 넘이 한 답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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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요."

아이들이 웃음보가 터졌고요.
처음에는 죽일 넘이 장난을 치는 줄 알았습니다.

"뭐야, 이 넘아. 다시 말해 봐."
"책에 고자라고 나와 있잖아요."

휴~ 틀린 말은 아니었습니다. 
동백꽃의 이 대목이 기억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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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순이는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고, 그대로 의젓이 앉아서 제 닭 가지고 하듯이 또 죽어라, 죽어라 하고 패는 것이다. 이걸 보면 내가 산에서 내려올 때를 겨냥해 가지고 미리부터 닭을 잡아 가지고 있다가 너 보란 듯이 내 앞에 줴지르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남의 집에 뛰어들어가 계집애하고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형편이 썩 불리함을 알았다. 그래 닭이 맞을 적마다 지게막대기로 울타리나 후려칠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왜냐하면 울타리를 치면 칠수록 울섶이 물러앉으며 뼈대만 남기 때문이다. 허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나만 밑지는 노릇이다.

“야, 이년아! 남의 닭 아주 죽일 터이냐?”

 내가 도끼눈을 뜨고 다시 꽥 호령을 하니까 그제야 울타리께로 쪼르르 오더니 울 밖에 섰는 나의 머리를 겨누고 닭을 내팽개친다.

“에이, 더럽다! 더럽다!”

“더러운 걸 널더러 입때 끼고 있으랬니? 망할 계집애년 같으니!”

하고 나도 더럽단 듯이 울타리께를 힝하니 돌아내리며 약이 오를 대로 다 올랐다라고 하는 것은, 암탉이 풍기는 서슬에 나의 이마빼기에다 물찌똥을 찍 갈겼는데, 그걸 본다면 알집만 터졌을 뿐 아니라 골병은 단단히 든 듯싶다.

 
그리고 나의 등 뒤를 향하여 나에게만 들릴 듯 말 듯한 음성으로,

 “이 바보 녀석아!”

 “얘! 너, 배냇병신이지?”

 그만도 좋으련만

“얘! 너, 느 아버지가 고자라지?”

“뭐? 울 아버지가 그래 고자야?”

할 양으로 열벙거지가 나서 고개를 홱 돌리어 바라봤더니, 그때까지 울타리 위로 나와 있어야 할 점순이의 대가리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그러다 돌아서서 오자면 아까 한 욕을 울 밖으로 또 퍼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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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이 넘이 장난으로 그런 것인지, 정말 그렇게 알고 대답한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장난으로 그랬다고 하더라도 교과서에 그렇게 나와 있으니
무어라 할 말이 없고….

이 넘은 의기양양하게 떠벌리더군요.
"선생님 보세요.
- 느 아버지가 고자라지?

- 울 아버지가 그래 고자야?
맞잖아요."


그냥 이러고 말았지요, 뭐.
"이 넘아, 그래 소작인은 안 보이고 고자만 보이더냐?
옛날 같으면 너는 나한테 한참은 맞았을 것이다."

날이갈수록 세상이 요지경이 되나 봅니다.
하지만 어떻게 합니까?
철든 내가 참고 살아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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