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라고 자랑할 정도는 아니지만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모은 책이 2천여 권은 되는 듯합니다.
교사로 근무하는 동안 자주 이사를 다녔는데
그때마다 책들이 큰 부담이었습니다.
방이 협소하니 둘 곳도 없었고요.
그래서 버리거나 남에게 준 것도 상당수 됩니다.
그런 환경에서 지금까지 지니고 있으니
그 책들이 문화재급이나 고가의 희귀본이 아니라도
내게는 갖가지 사연이 담긴 벗들이고요.
책장 정리를 하면서 추억을 되새겨 볼 겸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을 사진과 함께 공유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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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국어 3-1 표지
앞(21. 중학국어 3-1)에서 소개한 것과 같은 교과서가 아니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자를 보시기 바랍니다.
앞의 책은 문교부이고, 이 책은 한국 교육개발원입니다.
이 책은 앞의 책의 뒤를 이어서 1984년 3월 1일부터
전국의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배운 국어교과서입니다.
지금 3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인 분들이 배운 교과서이지요.
교과서 내지
앞의 책과 다른 점은 약간은 고급화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내지가 삽입이 되었고,
본문의 지질도 조금은 좋아졌습니다.
(교사용)이라는 고무인은 학교에서 교사들에게 공급하는 교과서에
찍던 도장입니다.
물론 학교마다 고무인은 달랐고요.
이때까지도 교과서는 무상 공급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비로 구입해야 했습니다.
아직도 남아 있는 국민교육헌장
군인반란으로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은 사라졌지만,
당시의 집권자인 전두환 대통령 역시 군인 반란을 통해 권력을 잡은 사람이니까요.
그래도 달라진 점은 '국기에 대한 맹세'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변함 없는 속표지
금관과 황소가 풀을 뜯는 장면은 전과 다름 없습니다.
종이의 질이 조금이나마 좋아진 것을 제외하고요.
국어교과서 차례 1
국어 1과가 '곽낙원과 김마리라'이고, 2과는 '김만중'입니다.
이 교과서에서부터 '방망이 깎던 노인'이 실렸고요.
국어교과서 차례 2
소설은 황순원 선생의 '소나기'와 전광용 선생의 '고향의 꿈'이 실렸고,
독일의 실러가 쓴 희곡 '빌헬름 텔'도 있습니다.
실린 글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그래도 민주화의 기운이 조금은 느껴집니다.
박정희 태통령이 서거한 후 민주주의를 질식시키던 유신 정권이 사라졌으니까요.
발행기
초판은 1984년 3월 1일에 발행되었으며,
이 책은 1990년 3월 1일에 나온 책입니다.
앞서 발행된 책과 다른 점은 책을 꾸민 연구진의 이름을 밝혔다는 것입니다.
이제 국가에서 모든 것을 관리하던 체제에서
개인의 권리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할까요?
불과 20년 전의 책인데도 마치 고전을 보는 듯 새로운 느낌이 드는군요.
이 책 역시 내가 교사용으로 받았습니다.
나로서는 이런저런 추억이 어린 책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