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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약속

[영화] 또 하나의 약속

개봉일 : 2014년 02월

김태윤

한국 / 드라마 / 12세이상관람가

2013제작 / 20140206 개봉

출연 : 박철민,윤유선,김규리,박희정,유세형,이경영,정영기,김영재,정진영

내용 평점 5점

 

김태윤 감독의『또 하나의 약속』은 2014년에 처음으로 관람한 영화이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백혈병을 얻어 숨진 여성 노동자인 황유미 씨의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 영화는 삼성이라는 초일류 거대기업과 노동자와 산업재해라는 한국사회의 매우 민감한 소재를 정면으로 다뤄서 제작단계에서부터 관심을 모았고, 큰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다는 등의 과정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고 있었다. 또한 해당 기업에서 이 영화 상영을 방해하여 상영관을 잡기 힘들었다는 외압 논란도 들은 바 있다.

 

제작에 얽힌 과정과 안타까운 사연을 알고 있었기에 이 영화를 꼭 보고 싶었다. 원주 민주노총에서 단체 상영을 계획하고 있다는 홍보를 들었을 때 바로 관람을 신청했다. 친구의 티켓까지 2매를 함께 신청한 것은 나로서는 어떤 의무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영화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이웃의 안타까운 사연을 보는 듯 뭉클했다. 고 황유미 씨는 속초상고를 나왔다고 하는데 그녀가 재학하고 있을 무렵에 나는 인제군에 근무하고 있었다. 인제군과 속초시는 영동과 영서에서 설악산을 공유하고 있는 인접지역이다. 황유미 씨의 유해가 뿌려진 한계령과 미시령 등은 매년 10여 번 이상 찾았던 곳이다. 그녀를 가르친 선생님들은 나의 동료이자 벗들이고, 속초로 진학한 나의 제자들도 많다. 속초를 즐겨 찾았던 나이니 어쩌면 학창시절의 황유미 씨와 스치는 인연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제자나 이웃의 사연이라고 생각하니 영화속의 안타까운 사연이 더욱 애달팠다.

 

둘째, 의외의 감동을 맛보았다. 내가 의외라는 표현을 쓴 것이 힘들게 영화를 만든 분들이나 열연한 연기자들에게는 실례가 되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극장을 찾을 때까지 나의 솔직한 마음은 감동에 대한 기대보다는 연대의 마음이었다. 내용이 건전하기는 하겠지만 마치 딱딱한 다큐멘터리를 보듯 지루한 면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동지의 마음으로 감수하겠지만, 함께 간 친구는 어떻게 생각할 지를 염려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기우였다. 작품으로서의 재미나 감동도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재미와 감동면에서는 송강호 씨가 열연한『변호인』과 우열을 따지기 힘들 정도였다. 부모 역을 맡은 박철민 씨와 윤유선 씨, 딸인 윤미 역을 맡은 박희정 씨 등 모든 출연진들이 호연과 열연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친구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인 듯하여 다행이었다. 어찌 나와 친구만 그렇겠는가? 이 영화를 보는 모든 이들이 나의 생각에 공감을 하리라고 본다.

 

셋째, 투쟁과 연대의 마음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일제강점기 때 독립 운동을 하는 이들이나 유신이나 5공 시절에 민주화 투쟁을 하는 이들이 시간이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할 일이 없어서 참여를 한 것이 아니다. 그들 역시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었고, 이런저런 고난의 과정을 두려워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일제나 독재자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었으므로 복수를 하기 위해 투쟁전선에 뛰어든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옳은 일이기 때문에 독립이나 민주화 투쟁에 나섰던 것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일제 강점기나 독재시대의 민중들이 독립지사나 민주투사들에 대해 모두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외면을 하는 이도 많았고, 심지어 밀고를 하는 부류도 있었다.

 

외면을 하거나 밀고한 이들은 왜 그랬을까? 그들 역시 독립이나 민주화가 옳은 일이라는 것은 알았을 것이다. 다만 자신이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것은 아니니 공연히 끼어들어서 불이익을 받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그로 인해 외면하거나, 개인적인 욕심으로 밀고자가 되었을 것이다.

 

이 작품의 실제 인물인 황상구 씨나 황유미 씨가 재벌에 대해 적대적인 성향의 사람은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잘살기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오히려 재벌들에게 협조해서 좀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싶어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거대 재벌의 욕심에 의해 희생된 것이다. 나나 이웃이 제2의 황상구 씨 부녀가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을까?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나나 이웃은 어떻게 해야 할까? 힘겹게 투쟁을 하는 이들과 함께 시위에 나서는 등 동참을 하지는 못할지언정 지켜보는 역할 만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이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황상구 씨 부녀처럼 고통을 겪은 분들에게는 힘이 될 것이다. 또한 대기업에 경각심을 주어서 또다른 희생자를 막는 길이며, 나나 가족이 희생자가 되는 것을 예방하는 길도 될 것이다.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는 대기업과 노동자에 얽힌 현안을 생각하게 하면서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나 역시 무관심한 부류가 아니었는지 스스로를 반성했다. 많은 관객들이 『또 하나의 약속』을 관람함으로써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와 감동을 나눴으면 좋겠다. 삼성의 최고 경영자가 임직원과 함께 이 영화를 볼 수는 없는 것일까?

 

유신시대에 가해자 그룹에 속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의 총수를 비롯한 검사들과 함께 『변호인』을 관람하고,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들이『또 하나의 약속』을 관람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우리 사회의 비극이 예방되는 것은 물론 국민화합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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