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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파이어

[도서] 홈 파이어

카밀라 샴지 저/양미래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파키스탄 출신의 영국 소설가 카밀라 샴지의 『홈 파이어』(북레시피, 2020)는 2014년 한 영국 태생의 파키스탄계 사람이 테러조직에 연루되자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가 해당 일가족 4명의 시민권을 모두 박탈하기로 결정한 일을 소재로 한다. 그런데 전반적인 서사 구조는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를 패러디했다. 영국의 다문화출신 가정, 보다 정확히 말하면 파키스탄 무슬림 이민자의 정체성과 가족애를 중심으로, '국가의 배신자'로 전락한 한 테러리스트의 죽음을 둘러싼 개인과 국가의 갈등을 다룬다. 


소설 제목 '홈 파이어’는 집, 고향, 국가의 분위기와 연관된다. 저자의 고향은 파키스탄 남부 신드 주의 카라치인데, 소설 속 등장인물인 이스마와 아니카 자매의 고향이기도 하다. '홈 파이어'는 전쟁과 테러로 불타고 있는 고향집일 수도 있고, 무슬림 차별로 인해 두려움과 불안에 시달리는 해외 이민자의 주거지일 수도 있다. 혹은 "책, 산책, 생각하고 일할 수 있는 공간처럼 필수적인 것들에 깃들어 있는 일상의 기쁨을" 간직한 포근한 가정의 상징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이 『안티고네』를 패러디했다는 점에서 소설 제목은 비극적인 뉘앙스가 더 강하다고 하겠다. 


양친을 잃고 홀로 쌍둥이 동생들을 건사하느라 그간 제 공부를 못했던 이스마는 전액 장학금을 받고 박사 공부를 하러 미국에 간다. 우연히 단골 카페 지하에서 무슬림계 영국 남자 에이먼을 만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에이먼의 아버지가 영국에서 무슬림계로 출세한 정치인 카라마트 내무장관이다. 이스마에게는 쌍둥이 동생 아니카와 파베이즈가 있다. 에이먼은 첫눈에 미녀 아니카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겠다고 나선 단체들 가운데 가장 사악한 테러 조직이 바로 IS다. 평소 애착에 굶주려있던 순진한 청년 파베이즈는 아버지처럼 IS에 가입한다. 지하드 전사를 모집하는 조직책의 충돌질과 꼬임에 빠져든 것이다. 반복되는 종교적인 세뇌와 아버지도 당했다는 고문의 체험을 거쳐, 청년은 테러분자의 길을 가게 된다. 누나 이스마는 파베이즈의 그런 선택을 용납하지 못하지만, "아들에게 아버지라는 사람은 남자가 될 수 있게 인도해주는 최초의 안내자"라는 에이먼의 말이 어느 정도 그런 결단의 답이 되어준다. 


얼마 못가 파베이즈는 IS에 대한 환멸로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가려 시도하지만 끝내 조직원에게 피살되고 만다. 안티고네가 죽은 오빠의 매장을 금지한 크레온의 명령을 거부한 것처럼, 아니카 역시 죽은 동생을 영국의 배신자로 낙인찍고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한 카라마트의 결정을 거부한다. 파베이즈의 주검을 매개로아니카와 에이먼의 사랑도 안티고네와 하이몬의 사랑처럼 비참한 결말을 맺게 된다. IS 조직원들이 영국 내무장관의 아들 에이먼을 그냥 두고볼 리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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