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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학교

[도서] 거짓말 학교

전성희 글/소윤경 그림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여기, 국가에서 비밀리에 운영하는 학교가 있다. 바로 국내 최고의 인재를 모아 거짓말을 가르치는 학교이다. 학교에서 하는 교육이란 거짓말을 잘하는 법과 상대의 거짓말을 간파하는 법, 거짓말의 역사 등이다. 교장 선생님은 항상 거짓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는 데 주력하고 거짓말의 우수성에 대해 연설하며, 거짓말을 이용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라고 아이들을 세뇌시킨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어느 날부터 아이들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것이다. 쓰러진 아이 중 하나인 도윤이는 보건실로 옮겨져 면회도 금지당하고, 교장 선생님과 어떤 사람의 대화에서 이상함을 느낀다. 인애와 나영, 준우와 도윤이는 학교가 감춘 비밀을 파헤치기로 결심한다.

네 아이가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지루하지 않게 전개되지만 사실 반전이 주는 충격은 크지 않다. 반전이자 진실은 세 가지이다.

첫째, 아이들이 쓰러진 원인은 교장이 남몰래 전자기파를 이용해 뇌를 조정했기 때문이다. 둘째, 교장의 최종 목적은 양심과 죄의식을 없애는 메티스 칩을 아이들의 뇌에 이식하는 것이다. 셋째, 아이들이 믿은 진실학 선생님이 사실은 스파이였다. 이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러한 반전은 여러 소설과 영화에서 다뤄왔기에 그리 새롭지 않다. 결국 이 소설이 다루고자 한 것은 교장 선생의 거짓말이 아니라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아이들의 갈등과 본심이 아닐까? 그것을 통해 진정한 친구란 무엇인지, 나 자신은 누구인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주인공인 네 아이를 살펴보자. 인애는 가난한 집 아이로, 성적이 우수하지만 집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 나영이는 이혼한 부모님이 서로 나영이를 키우지 않겠다고 해서 상처를 입었다. 도윤이는 기부금을 내고 입학할 만큼 부자이지만 도윤이 자신의 능력은 별것 없고 유약하다. 준우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데다 공부까지 전교 1등인 엄친아이지만 속을 알 수 없다.

네 아이는 서로 우정을 나누고 믿는 것 같지만, 정작 최고의 약점을 숨기고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숨기려 애쓴 약점을 모두 알면서 상대를 얕보고, 그 사실을 당사자만 모른다. 자신의 상처를 감추고 보호하기 위한 거짓말은 굳이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이다. 모래성 같은 우정은 스파이가 있다는 교장의 편지로 인해 너무나 쉽게 무너진다. 학교에서 거짓말을 하는 방법과 상대의 말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법을 배웠지만 이 순간에는 아무 소용없다. 끝없는 의심만 자랄 뿐이다.

서로를 의심하면서 아이들은 상처를 주고받는다. 거짓말을 확인하는 순간 마음이 갈가리 찢긴다. 드디어 본심을 나눴지만 남은 건 후회와 부끄러움뿐이다. 결국에는 그동안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깨닫는다. 교장이 그토록 없애려 애썼던 양심과 죄의식이 죽지 않고 살아난 것이다.

 

“시험에서 만점을 받아 아빠 엄마가 잠깐 예뻐해 주면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한 거야. 하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야. 날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공부를 못하든 잘하든 그게 무슨 상관이었겠어. 그래도 난 더 열심히 공부했어. 더 잘하면 더 사랑해 줄 거라고 믿었으니까. …… 그런데 난 다 알고 있었어. 백 점을 맞아도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백 점 맞은 시험지를 들고 가면 잠시 그때뿐이었어. 지금까지 수십 번도 더 겪었으니 모를 수가 없지. 그러면서도 난 날 속였어. 버림받은 기분을 참을 수 없으니까.”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인애가 진실학 선생님을 끝까지 믿는 점이다. 인애는 충분히 의심스러운 상황임에도 믿음을 거두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믿는 것을 나영과 나누기 위해 달린다. 결국 거짓말과 마찬가지로 믿음도 선택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이 책을 읽으며 학창시절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인애와 비슷한 아이였다. 나 자신과 친구, 세상에 대해 다 안다 여기고 무시하기도 했다. 반대로 진정한 친구에 목말라하며 친구에게 진실하려 했고 친구에게도 진실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허상이며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게 어찌나 아프던지……. 이런 과정을 통해 나는 친구에게서 분리되어 조금 무심해졌다. 진정한 친구라는 허울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때그때 마음이 가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지우기 힘든 상처를 주고받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제 내 아이는 어릴 적 나처럼 친구에게 큰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그만큼 상처를 받는 일도 많이 생길 것이다. 그럴 때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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