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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의 남자들

[도서] 군주의 남자들

양선희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리더십은 많이 들어봤는데 팔로워십은 처음 듣는다. <삼국지>에는 수많은 리더가 등장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신하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간과했었는데, 팔로워십이란 단어를 보는 순간 그 수많은 신하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신하들의 처세'라고 글쓴이는 풀이하였지만, 나는 왠지 '목숨줄'로 읽혔다. 아무래도 숱하게 읽은 <삼국지> 소설 속 인물 개개인의 사실보다는 헬조선을 살고 있는 요즘 직장인들이 이 책 속 신하들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삼국지>의 인물들에 빗대어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은.

 

  헌데, 글쓴이는 신하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처세에 더 큰 관심을 둔 모양이다. 제갈량을 제외하고서는 죄다 바람직하지 못한 처세로 때론 제 목숨을 앞당기고, 때론 출세길을 망치고, 신세를 망치는 신하들 이야기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글쓴이는 특히 자기 신념과 다른 주군을 섬긴 순욱과 진궁을 많이 아쉬워했다. 한왕실에 충신이고자 했던 둘은 조조를 한왕실을 되살리려는 만고의 충신으로 여기며 섬기다가 결국 죽임을 당했다. 또, 방통은 제 능력을 다 발휘하기도 전에 눈먼 화살에 맞아 어처구니 없는 죽음을 맞이했다. 허나 그 죽음을 맞이하게 된 계기는 친구였던 제갈량을 질투하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다분하다.

 

  난세에 영웅이 나는 법이라지만 유비, 조조, 손권 또래의 책사들에 비해 제갈량과 같은 또래 책사들은 출세길이 꽉 막힌 편이다. 요즘도 젊은이들이 원하는 대기업이 있어도 취업과 승진에서 번번히 밀리는 까닭과 마찬가지다. 제갈량과 방통 또래의 젊은 책사들은 잘나가는 조조나 손권 세력 속에서는 명함조차 제대로 내밀기 힘든 시기였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제갈량은 변변치 못한 유비를 따라 나서서 '2인자'의 자리까지 오르는 출세를 하였다. 다른 어떤 젊은 책사들보다 부러워했던 인물이 제갈량의 친구였던 방통이었을 것이다. 그런 방통이었기 때문에 큰 공을 서두르다 안타깝게 생을 달리했다는 해석 말이다.

 

  허나, 그런 아쉬움을 뒤로 하고 글쓴이는 다시 '신하의 처세'에 집중한다. 조직에서 살아남으려면 '주군의 역린'을 건드려서는 안 된단다. 아무리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할 수 없는 짓을 주군이 하려고 하더라도 바른말을 앞세워서 주군에게 함부로 충고해서는 안 된단다. 설령 주군이 늦게나마 자기 잘못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주군에게 미운털이 박힌 뒤이기 때문이란다. 그래 갖고는 출세하기 힘들다.

 

  또, 조직 내에서 홀로 정의로운 척해서는 안 된단다. 마찬가지로 저만 잘난 체해서도 안 된단다. 조직이라는 생리상 '같은 목적'을 위해서 모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같은 목적'으로 모였다고 해서 도덕적 가치와 양심의 잣대까지 같지는 않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곽가나 주유처럼 주군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는데도 똘똘한 척하는 건 다른 동료들을 적으로 돌리는 어리석은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어리석은 대표적인 인물로 예형을 들고 있지만, 공융과 양수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주군보다 더 도덕적이고 더 똑똑하다고 잰 체 하다가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조직에 몸을 담은 이상 빠르게 출세하고 오래도록 살아남는 것이 최고의 목적이라고 할 때, 예형이나 공융, 양수는 차라리 조직에 몸을 담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좀 씁쓸하다. 조직에 몸 담는 신하를 오늘날에 빗대어 '취직'으로 묘사하면 할수록 그 신하들의 신세가 참으로 처량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조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는 '직장인'고 묘하게 오버랩이 되는 면이 없지 않지만...'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몸부림 치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살아남은 직장인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 시대가 달라진만큼 행복의 기준도 달라졌기 때문에 <삼국지> 속 인물들의 모습을 오늘날에 그대로 투영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니 이 책을 너무 심취해서 읽으면 지나칠 수 있다. 그런 점만 요주의하면 재미난 책이다. 딴에는 이 책의 인물들 이야기가 '부장님의 농담'처럼 읽히는 건 나뿐이려나.

 

[오탈자] 253쪽

원문: 조직에서 월급 받으며 한 지나간 고생을 조직에 대해 빚을 준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 자신은 인생으로부터 배신당할 것이다.

수정: 조직에서 월급을 받는데도 지나간 고생을 조직에 대해 빚을 준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 자신은 인생으로부터 배신당할 것이다.

 

원문: 이때 조정에서 이 문제를 두고 의론하는 과정에서 장완은...

수정: 이때 조정에서 이 문제를 두고 의논하는 과정에서 장완은...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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