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 전에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결론은 아무 것도 없었다. 모인 사람들은 전부 한국인이었고, 책을 쓴 사람은 미국인이었는데, 책 내용은 '일본인'이었다. 아무도 속시원한 결론을 낼 수 없었던 상황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젊었던 그 시절에는 그런 '모순'은 생각지도 못했고 그저 지식인들의 지적탐구만으로 엄청난 결론을 이끌어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이룰 수 없는 바람'이었던 셈이다. 왜냐면 '일본인'에 대해서는 일본인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시절 이후부터, 만화책부터 학술서적까지 '일본인'에 대한 책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었더랬다. <국화와 칼>에서는 '일본인의 이중성'을 말하고 있지만, 그건 일본 '바깥'에서 바라보았을 때 내릴 수 있는 결론이고, 일본 '안'으로 들어가면 더욱 복잡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를 테면, 일본인은 '겉과 속'이 다른 것 뿐만 아니라 인종에 대한 차별, 남녀에 대한 차별, 약자에 대한 차별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복잡한 관계 속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행태와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일본인을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무엇이 결여된 사회속에서 형성된 '독특함'이라고밖에 설명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에 대해서 '김교수'는 이렇게 정리를 하였다. "한국 사람이라면 복잡한 상황에 처하면 수많은 가지를 다 쳐내고 '단순화'를 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일본 사람은 '단순한' 것조차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독특한 성향을 가졌기 때문에 한 마디로 이상한 사람들이다"라고 말이다. 물론 정확한 문구를 옮긴 것은 아니지만 대략 이런 뉘앙스가 더 정확할 듯 싶다. 그러면서 김교수는 '일본이 노벨상을 많이 탄 이유'를 여기에 빗대서 설명하였는데, 딱 들어맞는 것 같았다. 더구나 노벨상 수상이라는 영광이 알고 보니 '단순명료한 것'에 상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고 '복잡하고 어려운 것' 투성이였다는 점이 머리를 스쳐지나가면서 내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한때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면서 책을 사서 읽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수상작들이 하나같이 참 재미없었던 경험 때문이었다. 당췌 뭔 내용인지 이해할 수도 없는데 무슨 재미를 느꼈겠느냔 말이다. 그런데 김교수의 '비유'를 들으니 단박에 이해가 갔다. 일본이 노벨상을 많이 탄 까닭이 '단순한 것'을 복잡다단하게 만드는 재주가 뛰어났기 때문이란 것을 말이다.
이 책은 1부에서는 '일본이 망해가는 이유'를 철저 분석했으며, 2부에서는 '그러기에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조목조목 설명해주었다. '노벨상의 비유'도 바로 일본이 망해가는 이유 중에 하나였던 셈이다. 일본의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을 살짝 들춰보아도 나이가 꽤 많은 분들이라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일본이 '한 분야에 깊이 파고드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는 점을 착안한다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그 나이까지 딴짓은 안 하고 '한 분야'에 파고 들었으니 노벨상을 수상할 만하다는 결론에 쉽게 다다른다. 그런데 요즘 젊은 일본인들은 '공부'를 안 하기로 정평이 난 상태다. 이것이 무엇을 말해주냐면, 바로 '일본의 미래가 어둡다'는 말이다. 김교수는 이런 식으로 일본이 망해가는 징조를 조목조목 나열하였다.
더구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잘 사는 일본', '친절한 일본', '깨끗한 일본', '활기 넘치는 일본'은 더는 찾아볼 수 없을 거라고도 이야기하고 있다. 만약 지금도 '그런 일본'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더 들어볼 것도 없이 '친일적폐세력'이라고 딱 잘라 말하고 있다. 거짓말 같다면 당장 일본에 와서 확인을 해보라는 듯이 김교수는 자신만만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 그래서 난 이 책이 <국화와 칼>을 비롯한 수많은 '일본관련서적'들보다 더 일본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여타의 책들이 두루뭉술하고 알쏭달쏭하게만 서술하면서 '일본이 좋다, 또는 나쁘다'라고 언급을 하고 있지만 아무리 읽어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던 적이 한 둘이 아니었는데, 이 책은 한국인의 시선으로 '일본인에 대한 철저한 해부'를 해서 톡 까놓고 이야기를 전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가 쏙쏙 되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일본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이 책을 권하고 싶을 지경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일본에 든 망조(망할 징조)'는 1. 맡은 일은 잘 하지만 창조적인 일을 하지 못하는 일본인, 2. 패자와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일본인, 3. 오직 일본만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는 문화 내지는 정신상태, 4. 겉으로 봤을 땐 깨끗해보이지만 보이는 곳만 깨끗하고 나머지는 더러운 일본, 5. '이미지 메이킹'으로 허상을 만들어놓고 대단히 만족하며 정작 실속은 못 채우는 일본의 장인정신, 마지막으로, 아무 의미 없는 '형식'에 갇혀서 온갖 '규제'에 길들여져가는 나라, 그 나라가 바로 일본이기에 가망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일본불매운동'으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갑을관계'가 명확한 나라란다. 그래서 잘 해주면 뒤통수를 치지만 된통 당하고나면 납작 엎드리는 '종족의 특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더욱더 가열차게 '불매운동'을 펼쳐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절로 납득이 가는 말이었다. '일본인의 양심'이란 무릎에서 나온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무릎을 단단히 꿇려야 일본에게서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흔히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잔인하다'고 표현하지 않았냔 말이다.
더구나 일본은 더는 잘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되었단다. 심지어 대한민국이 일본을 쳐들어가도 일본은 제대로 막아낼 수조차 없을 정도로 엉망이라는 '증거들'을 여럿 제시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자위대의 훈련모습'이라고 하던데, 김교수가 직접 보고 느껴본 실력은 '예비군 훈련'만도 못한 실력으로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더라고 전했다. 더구나 일본의 보수라는 '넷우익'들조차 군대에 가기 싫어서 '징병제'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후문을 전하기도 하였다. 한마디로 '당나라 군대'라는 얘긴데, 일본 젊은이들의 게임 플레이만 봐도 당당하게 나가서 전력투구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구석에 짱박혀서 '제 한 몸'만 건사하려는 모습을 여럿 보았기 때문에 십분 공감이 가는 대목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일본이 망할 수밖에 없는 징조는 다름 아니라 '아베 신조' 덕분이었다. 김교수가 2019년 7월 1일을 '한국경제 독립기념일'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아베의 '헛다리 정책' 덕분이라고 말한다. 일본은 수많은 정보를 모을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데도 이를 철저히, 그리고 올바르게 분석하고 판단할 '실력'이 없다고 냉정한 비판을 하였다. 그리고 아베가 이런 오판을 하도록 '거짓정보'를 흘려준 대한민국 보수언론에게 특별히 감사한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는 마치 일본이 미국에게 덤벼서 큰 승리를 거둘 줄 알고 '진주만 기습'을 감행한 것과 마찬가지라고도 묘사했다. 미국의 거대한 덩치는 보지 못하고 조그만 섬 하나 작살을 내면 일본을 만만하게 보았다가 큰 코 다쳤다면서 일본에게 납작 엎드려 제발 우리를 봐달라고 쩔쩔 맬 거라고 착각한 것과 같이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이 일본의 '첨단 부품'이 없으면 절대로 만들 수 없을 거라는 오판을 하고서 그나마 잘 팔리던 '일제 부품시장'을 한 순간에 거덜낸 바보이기 때문이라고 풀어 설명하였다. 그동안 삼성 반도체가 부품을 일본에게 사들인 까닭은 '못' 만들어서가 아니라 '안'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비교적 간단한 전망 분석조차 하지 못하는 일본의 정치인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냐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거두절미하고, 우리는 '아베'를 딛고 일본을 넘어설 일만 남았다. 일본은 정치, 경제, 국방, 안전..그 어느 것도 제대로인 것이 없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도 '동경올림픽 이후의 일본'은 급격히 기울어 끝내 경제파탄이 날 예정이니 서둘러 일본에서 투자금을 회수하라고 권할 정도다. 더구나 과학자들은 앞으로 30년 안에 '동일본대지진'과 맞먹는 대재앙이 또다시 일본열도를 강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에 난다고 한다면 '감당'할 수 있는 일본일까? 여기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단다. 실상은 대답을 못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테고 말이다.
그런데도 일본이 패망 이후에 가난한 농업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었는데 '기사회생'을 시켜준 <한국전쟁>이 발발한 것과 같은 일을 우리가 다시 되풀이 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내부의 분열'만 일으키지 않으면 그 어떤 어려움도 다 극복한 역사를 갖고 있다. 남과 북이 서로 치고 받고 싸우면 득이 될 것이 전혀 없다. 이를 우리만 알고 있는 사실일까? 아니다. 북에서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도 이번이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려운 선택'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세계 만방에 떨쳐보이며 '친일적폐세력'을 청산하고, '통일한국'을 이루도록 남과 북이 서로 손을 잡아야 하며, 두 번 다시 일본 따위에 휘둘리지 않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 뿐이다. 난 반드시 이루어질 거라고 믿는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