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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올해의 책 2019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도서]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김영민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꼰대들의 오져븐 클리쉐가 되어버린 말>[출처: 삼성생명]

 

  <고전>을 읽는 것이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특권'처럼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물론 읽지도 않은 <고전>을 '아는 척'하는 것도 재수없지만, <고전>을 읽었다고 '아는 척'하는 것도 재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겠지만 <고전>은 읽기가 정말 힘들다. 읽어도 뭔 내용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 '아는 척' 해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정말 재수 없지만 그런 식으로라도 <고전>이 인용되고, 거기게 교묘히 '숟가락'을 얻을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멋져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은 그런 '꼼수'를 부리는 사람들마저 색출해내는 능력을 타고 났다. 요즘 직장 상사가 '꼰대질' 하려고 시동을 거는 것을 일컬어서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라고 '지적질'을 하기 시작했다. 사회초년생들의 유머감각이 '촌철살인'을 넘어서 '유치찬란함'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초년생들이 경망스럽다는 얘기가 아니라 꼰대들의 유치한 수작에 유치함으로 맞서는 재기발랄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금 마흔이 넘은 '나 때'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말이다.

 

  이 책은 동양고전의 꽃인 <논어>에 대한 책이다. 하지만 다른 <논어>책과는 많이 다르다. '칼럼계의 아이돌'이라는 명성답게 어려운 고전마저도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전>을 다루는 책인데도 상당히 술술 읽어내려가는 '맛'이 살아나는, 그런 책이다. 그리고 그렇게 술술 읽어내려가는 와중에 간간히 찾을 수 있는 <논어>의 한 구절을 찾게 되면, '아하~ 이게 논어구나' 싶어지는 책이기도 하다. 이렇게 읽기 쉬운 <논어>를 마주하고 보니, 그동안 왜 우리는 <논어>를 어렵게 만날 수밖에 없었을까 하고 의문스러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정반대의 생각도 함께 들기 시작했다. 과연 <논어>를 이렇게 읽으면,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자왈, 학이시습지이면 불역열호아니라~]라고 읽어야 제맛이 아닐까? 하지만 이렇게 읽으면 뜻만 살아날 뿐 이걸 어따 써먹어야 할지는 모르게 된다. [공자님께서 말씀하시길, 때때로 배우고 익히면 어찌 기쁘지 않겠느냐고 하셨다. 그러니 너희들도 학생으로서 배우고 익히는 것에 기쁨을 만끽해야 한다~] 이렇게 뜻풀이를 강요한다고 공부가 참 재밌어요~라고 이야기하는 학생이 있기라도 할까?

 

  그렇지만 <고전>의 내용을 '일상'에 접목해버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 공부방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예를 빌어서 이야기한다면,

  30분째 '한 장'도 풀지 못하고 멍 때리고 앉아 있는 학생이 문제집을 들고 나에게 다가온다.

학생: "선생님, 이 문제 모르겠어요."

선생: "음..난 알겠다."

학생: "그러니 알려주셔야죠?"

선생: "뭘, 알려 줄까? '답'을 알려주랴? '풀이'를 알려주랴?" 

학생: "음..."

선생: "네 속셈이야 뻔하지. 얼른 '답'만 베껴 풀고 분량만 채우고 나가 놀고 싶은 거 아니냐."

학생: "으음..."

선생: "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다. 배고픈 거지에게 '물고기' 한 마리를 주면 하루 배부를 뿐이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면 평생 배부를 수 있다고 했다. 너라면 하루 배부를테냐? 평생 배부를테냐?"

학생: "그건 당연히 '평생' 배불러야죠"

선생: "잘 아는구나. 그럼 내가 너에게 '답'만 알려주는 건, 뭐겠냐?"

학생: "...하루 배부른 것?"

선생: "그럼 '풀이방법'을 알려주고 너에게 스스로 깨우칠 '기회'를 주는 것은?"

학생: "...평생 배부를 수 있는 거...요"

선생: "왜 내가 너에게 '답'만 알려주지 않는지 답이 되었느냐?"

학생: (풀 죽은 목소리로) "네에~"

선생: "공자님께서 <논어>에서 때때로 배우고 익히면 정말 기쁘다고 말씀하셨다. 너처럼 답만 꼴랑꼴랑 베껴쓰는 놈은 절대 느낄 수 없는 기쁨이다. 진정 깨우침이 있는 공부를 해야 성적도 쑥쑥 오르고 아는 것도 많아져서 배우면 배울수록 재미는 느낄 수 있지 않겠니. 라떼는 말야~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것은 무조건 달달 외우지 않으면 매를 맞아야만 했다. 그때는 이유도 말씀해주지 않으셨어. 그냥 시키는대로 무조건 해야만 했지... 중얼중얼쫑알쫑알 네버엔딩 페이드아웃

학생: "저, 저기여~ 풀이방법은..."

 

  암튼, 우리가 <고전>을 읽는 목적은 '원전의 뜻'을 오늘날에 되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리고 '원전의 뜻'을 되살려봤자 아무짝에 소용이 없다. 왜냐면 <고전>은 이미 '철 지난 지식'일 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유통기한'이 지나도 한참 지났다. 그래서 <고전>의 뜻풀이는 굳이 몰라도 상관이 없다. 그럼 그렇게 '철 지난 지식'이라면 굳이 읽을 필요도 없지 않을까? 그건, 아니다. <고전>을 읽지 않는다면 '딱 한 번뿐인 인생'이 정말 재미없을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읽어줘야 한다. 철 지났다면서 읽어야 한다는 주장은 '모순'이라고 한다면, 지식은 '폐기처분'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겠다. 오늘날 우리가 이만큼 혜택을 누리며 살 수 있는 것은 '선조들이 남긴 지식'인 <고전> 덕분이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니 반드시 읽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읽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는 말인가? 라고 되묻는다면, 정답이라고 말씀드리겠다. 맞다. <고전>의 내용을 달달 암기하는 방식으로 읽지는 말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다.

 

  이제 '읽는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했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고전>이 호락호락 읽히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풀어놓은 고전책을 읽기 마련이다. <원전> 그대로를 그냥 직역한 책도 있고, 뜻을 살려 쉽게 풀이한 책도 있고, 필요한 부분만 따로 뽑아서 발췌한 책도 있으며, 이 책처럼 글쓴이의 생각을 담뿍 담아서 '고전의 맛'을 살짝살짝 보여주는 책도 있다. 참 여러 가지 책들이 있으니 취향에 맞는 책을 읽되, 그냥 '있는 그대로' 외우거나 뜻풀이를 하려들지 말고 '내 상황'에 맞게, '지금 현실'에 맞게 풀어서 읽어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김영민'이 아무리 자기 취향이라고 해도 이 사람의 뜻풀이를 곧이곧대로 적용해서 따라하기 시작한다면 <고전>을 잘못 읽은 경우에 해당한다. 이런 사람들이 '아는 척'을 한다. 진정으로 <고전>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절대 '아는 척'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실천'할 뿐이다.

 

  이게 바로 <고전>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 취하는 행동이다. [배운 것을 실천하는 삶] 말이다. 내가 '예수쟁이'들을 싫어하는 까닭도 바로 이것이다. 기독교가 타종교에 대해 배척이 심한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성경> 말씀을 따르지 않고 그저 주둥아리만 나불대는 것들이 싫은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는 '땡중'들도 싫고, 머릿속에 담긴 지식만큼의 가치도 없는 말만 내세우는 '교수'들도 싫어하기는 매한가지다. 이런 꼰대들은 정말이지 이 세상에서 사라져줬으면 좋겠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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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지아님~ 저는 "라떼는 말이야"도 모르고 있었어요. 제가 진짜 꼰대인가요.... 요즘 유행어도 모르고... 음음.... 예시 대화가 너무 재미있는데요.ㅎㅎ(무엇보다 대화 속에 이 리뷰에서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네요.)
    지아님 말씀대로 고전을 '내 상황'에 맞게,'지금 현실'에 맞게 풀어서 읽어야겠어요.
    남은 주말도 편안하고 즐겁게 보내세요.^^

    2019.12.28 22:2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저도 오늘 알았어요. 아침 방송에서 '라떼는 말이야'라면서 요즘 유행어를 설명해주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 리뷰에 써먹어봤습니다ㅎㅎ

      2019.12.28 22:45
  • 스타블로거 ne518


    논어는 늘 다른 책이 나오는군요 여러 책을 보다보면 본래 어떤 책인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르죠 사람이 지켜야 할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많이 다르지 않죠


    희선

    2019.12.29 02:0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이 책은 '옛날책'으로 '오늘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전을 읽는다는 똥폼을 잡지 말라고 얘기하고 있네요. 파격적이라 제 취향이긴 합니다. 살짝 맘에 안 드는 점도 있지만여.

      2019.12.29 12:17
  • 파워블로그 책찾사

    아, '라떼'그 그 '라떼'가 아니라 '나때'였던가요? ㅋㅋ
    사실 저는 직장에서 아랫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그런 말을 꺼낼 기회조차 없네요. 인력 충원이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저보다 3~5살 많은 사람들과 수년째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키우다보면 저의 과거 방식을 적용하려는 생각이 떠오르니 나이가 들어가면서 꼰대가 된다는 말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ㅎㅎ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읽은 책들이 참 많습니다. 읽으면서 오늘날 고전을 읽어야 하는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가 있는 경우도 있고 살짝 비틀어서 바라보면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에도 적용할만한 것들을 발견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시는 것처럼 고전을 어떻게 읽느냐가 고전을 읽는 진정한 의미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9.12.30 09:42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저도 '커피 종류'를 잘 아는 체하는 상사를 비꼬는 말인줄 알았답니다ㅎㅎ

      그러게요. 고전책도 많아졌고, 철학책도 많아졌습니다. 다들 쉽게 썼다고 하는데, 솔직하지는 않은 느낌이 들곤 한답니다. 이 책도 일면 통쾌하였지만, 몇몇 챕터에서는 '굳이 그렇게까지'라는 느낌이 팍팍 들기도 했답니다. 뭐, 그건 그것대로 또 맛이 나긴 합니다만^^

      2019.12.31 00:01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