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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룡, 세계와 겨룬 영혼의 승부사

[도서] 이소룡, 세계와 겨룬 영혼의 승부사

브루스 토마스 저/류현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중국의 <쿵후>, 일본의 <가라데>, 그리고 한국의 <태권도>는 각 국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전통무예를 지칭한다. 그러나 그 역사가 불과 100년 남짓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는 것 같은 충격에 휩싸일 것이다. 적어도 우리가 알기엔 못해도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데 말이다.
 
 이유인 즉슨, 쿵후나 가라데, 태권도를 서양이 배운 시점이 그 정도라는 것이고, 사실 이 때가 되서야 현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통무예>로써의 무술이라는 점 때문이다. 분명 한 세기 전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은 달랐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동양 3국에서는 각각 추구하던 바도 달랐는데, 그 차이점은 명칭에서 짐작해 볼 수 있다. 중국에선 <무술(術)>, 일본에선 <무도(道)>, 그리고 한국에선 <무예(藝)>라 불렀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중국에선 <기술>을, 일본에선 <정신>을, 한국에선 <예술>적인 가치를 우위에 두고 각각 발달 시켰던 셈이다.
 
 이는 쉽게 비교해 볼 수 있다.
 
 중국무술의 본산이라는 <소림사>에서 쿵후를 수련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쫙쫙 찢어 올린 발차기, 힘과 파괴력을 기르기 위한 과도한 수련법 등을 말이다. 물론 태극권처럼 부드러움을 내세운 권법도 상존하고 있지만 <기술>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한편 일본은 <기술>보단 <정신>을 앞세운다. 그래서 무도는 혹독한 훈련, 즉, 극한(極限)훈련을 통한 정신수양법을 강조한다. 이는 일본이 내놓으라 하는 무도관(유도, 검도, 공수도 등)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수련법이다.
 
 반면에 한국은 한 세기 전만 해도 <택견>이라고 하는 <무예>를 가꿨다. 사실 <태권도>는 박정희 정부 시절에 <군대 문화>가 만든 소산이다. 뭐, 그렇게 나쁘게 볼 필요는 없겠지만 수천 년 내려온 전통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선 씁쓸할 따름이다. 다시 택견을 살펴본다면, 중국의 기술과 일본의 정신 <강조>와는 크게 다르다는 점을 쉽게 비교할 수 있다. 빠르고 파괴적인 손짓, 발짓, 몸짓 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강한 정신력을 뿜어내어서 일도양단 시킬 것 같은 무서움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자연과 한 몸이 된 듯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면 한마디로 아름다움(예술), 그 자체다.
 
 그러나 이소룡은 이와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의 무술, 혹은 쿵후를 <절권도>라 부르지만 그는 전통 중국무술의 방식을 거부했고, 일본의 정신력만 내세운 수련법을 따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한국의 무예를 고려하지도 않았다. 그의 쿵후는 한마디로 <실용>이다. 굳이 영어로 번역한다면 <스트리트 파이트>, <실전>이라고나 할까.
 
 또한 그로 인해 서양에서도 동양의 전통(무술, 무도, 무예)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물론 동양의 전통무술이 서양에 소개된 건 그 이전이었고 태평양 전쟁 이후에 관심을 끌게 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것 뿐 아니라 동양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도 <이소룡>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난 예전에 그의 <절권도>를 폄하했었다. 사실 뜬소문만 듣고서 <절권도>는 가라데를 배낀 것이며, 한국의 <태권도>에서도 쬐끔 배낀 흔적(콩콩 뛰는 모습에서)을 풍긴다고 폄하했다. 그리고서 그가 '쿵후는 중국 전통의 것이며 다른 나라의 무술은 모두 중국의 것을 배낀 것'이라며 서양인들에게 소개하는 그저 그런 영화 배우일 거라고 오해도 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의 색다른, 아니 전혀 예상치 못했던 모습을 발견하고서 '뜬소문'의 무서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이 100% 완벽한 진실만을 말한다고도 볼 수 없다. 그러나 무술인으로서, 또 영화를 사랑한 예술인으로서 그는 완벽할 수 없지만 완벽한 이상을 꿈꾸며 노력했던 평범한 한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겨우 서른두 살의 짦은 생애를 살다간 사람이었지만 그는 죽고 나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한 권의 책으로 많은 것을 동시에 담아 전달할 수 없는 문제점만 살짝 걷어낸다면, 이 책이 유일하게 <이소룡>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책이 아닐까 한다.
 
 그가 죽은지 30여 년이 흘렀는데도 그에 대한 <오마주>는 끝나질 않는다. 그건 그가 <열정>적으로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을 덮으며 그에게서 <열정>을 한 수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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