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1

[도서]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1

정은궐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성균관 생활을 마치고 과거에 급제를 한 '4인방'은 분관 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분관'이란 정식으로 관직을 받기 전에 관료들의 기본 업무를 배우는 기간으로 요즘 말로 하면 '신입 오리엔테이션'이라고 보면 된다. 대기업 사원으로서의 생활을 누리기 전에 '연수원'에서 츄리닝을 입고 '동기간의 단합'을 느끼는...뭐, 그런 느낌으로 보면 얼추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신병교육대'를 떠올리는 것이 더 어울릴 듯 싶다. 신병교육대에서 '4주간 교육'을 마치고 '주특기 교육'을 받으며 '자대 배치'를 막 받은 그 느낌이 딱이다. 뭘 해도 어색하고 일도 시키지 않으며 내무반에 멀뚱멀뚱 앉아서 '신병 교육'을 받고 있는 그 느낌이 딱이었다.


  그 뒤에 '정식 관직'을 받고서 '신참례'를 받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예나 지금이나 신입을 괴롭히는 풍습이나 인사치례를 받으려는 속셈이 참으로 가관이다. 뭐, 요즘에야 이런 일들이 '인권위'에 고발조치가 되기도 하니 점점 사라지고 있겠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출세를 위해서 윗사람에게 미리미리 잘 보이려 애를 쓰는 모습은 '일상'과도 같은 일이었다. 뭐, 요즘에도 알게 모르게 다 하는 짓들일테고 말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백미는 바로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환영하기 위해서 치루는 '신참례'가 아니라 너무나도 잘난 '4인방'을 떨어뜨리기 위한 신참례를 벌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물 김윤식은 '여자'임을 감춰야 하기 때문에 더욱 곤혹스러운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펼쳐져서 더욱 흥미진진해질 뿐이다.


  이런 굵직한 배경을 사이로 이선준과 김윤희가 혼례를 치룬다. 애초에 선준이 그토록 과거공부에 열을 올린 것도 노론 집안에 남인 며느리를 들이기 위해서 선준이 모친과 함께 벌인 일이었던 것이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2>의 말미에 선준이 윤희를 거들떠도 보지 않고 과거공부에만 매진한 까닭이 바로 김윤희와의 혼례를 약조 받았기 때문이었던 셈이다. 이번 과거시험에 '장원급제'를 하면 김윤희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며느리로 들이겠다는 약조를 말이다.


  이미 대물 김윤식의 정체가 '여인'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체하는 걸오와 여림은 몰래 치룬 선준과 윤희의 혼례장에 쳐들어와 두 사람의 초야를 방해하고 만다. 그렇게 첫날밤을 망친 두 사람은 '시댁'으로 가서 선준의 부모님과 마주하는데, 여기서 윤희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혼인은 없었던 일이 되고 만다. 남장을 한 것이 들통나는 것만으로도 경을 칠 일인데, 거기다 임금의 앞에서까지 여인임을 속였으니 이것이 대외적으로 들통이라도 나면 온 집안이 멸문되는 것은 시간문제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준의 아버지는 남장한 윤희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하고, 윤식에서 윤희로 변신을 하려던 계획이 임금에 의해 좌절이 된 상황에서 혼인도 없었던 셈이 되고 만다. 그래도 둘의 사랑은 변치 않지만 '임금의 농간(?)'으로 인해 두 사람은..아니 네 사람은 점점 곤혹스러운 사건의 연속을 맞이하게 된다.


  한편, 남몰래 윤희를 짝사랑하고 있었던 걸오 문재신도 장가를 가게 되었다. 윤희를 사랑하면 할수록 더욱 괴로운 걸오는 아버지가 마련한 혼례를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헌데 혼례식을 치루고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색시가 '반토막'이다. 나이는 열네 살이라고 하는데 겉보기에는 키도 짜리몽땅하고 모습도 어리다 못해 열 살도 채 되어 보이지 않은 어린색시였다. 걸오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의 반려자로 애기를 데려온 셈이다. 허나 어쩌겠나. 걸오가 아무리 미친 사람처럼 괴팍한 짓만 하고 돌아다닌다해도 '여자'에게만큼은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상남자 아니겠는가.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걸오의 색시 '반다운'이 더 성장한 다음의 이야기를 못다한 상황에서 이 시리즈가 끝나버린 것이다.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2>에서도 어린 색시를 두고서 청나라 사신으로 다녀온다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기 때문에, 걸오와 다운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가 영영 감춰진 셈이다. 만약에 이 책의 '세 번째 시리즈'가 출간이 된다면, 이 두 사람의 못다한 사랑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뭐,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인 것을 보면 영영 나오지 않을 모양이지만 말이다.


  암튼, '4인방'의 신참례가 한창일 때 '또 하나의 사건'이 맥을 이어간다. 바로 '청벽서의 등장'이다. 신참례를 치루는 와중에 '청벽서'가 등장해서 '홍벽서'를 대신하여 벽서를 붙이고 다녔기 때문에 '4인방'은 청벽서가 자신들을 도와주고 있다고 안심을 하였더랬다. 그런데 뒤에 '동고놀이(양반들이 거지로 꾸미고서 가난한 백성들에게 음식과 술을 나누어주면서 노는 마을 잔치)'를 하는 와중에 '청벽서'가 진짜 홍벽서인 걸오의 앞에 나타나 자신이 청벽서이고, 홍벽서가 다시 돌아와서 기쁘다는 소식을 전하고 홀연히 사라지고 만다.


  이에 '4인방'은 '청벽서'가 자신들의 정체를 잘 알고 있으며 '진짜 홍벽서'가 다시 등장하길 바란다는 것도 알아챘다. 과연 이 사건은 '4인방'에게 어떤 결말을 안겨다줄 것인가?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1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선준과 윤희의 사랑은 더욱 무르익어 가지만, 상황이 묘하게 작용하면서 둘의 사랑이 결실을 이루지 못하고 만다. 과거에 급제한 뒤에 '외관직'으로 몇 년을 보내면서 윤희와 윤식이 서로의 자리를 교체하고, 윤희는 선준과 혼인을 하여 알콩달콩 신혼생활을 즐기려던 계획은 '임금' 때문에 글러 먹게 된다.

    언제부터였는지 임금은 대물 김윤식이 '여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서 짐짓 모른 척 했더랬다. 허나 그녀 덕분에 선준과 재신, 그리고 용하까지 임금에게 오게 하였으니 상이라도 주고 싶은 처지였지만, 아직 '정식관원'이 되지 못한 상황에서 또 어떤 변수가 작용할지 몰라 네 사람을 묶어두었다.

    하지만 그 사이, 선준과 윤희는 혼인을 했지만, 원치 않은 별거에 들어가게 되고, 재신은 짝사랑을 하다 그만 '반토막'과 혼인을 하게 되고, 용하는 네 사람이 함께 머물 수 있는 집을 마련하는데...

    과연, 이 네 사람의 사랑과 '직장 스토리'는 해피엔딩으로 끝맺게 될 수 있을까? 어쩌다 보니 '정조 임금'이 함정이 되어버린 고약한 소설이 되고 말았다.

    2020.12.09 22:00 댓글쓰기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