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도서]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조엘 레비 저/엄성수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어릴 적부터 즐겨 읽던 책은 '추리소설'과 '무협지'였다. 그 당시엔 <셜록 홈즈>보다는 모리스 르블랑의 '루팡 시리즈'를 더 좋아했고, 애거사 크리스티와 앨러리 퀸의 소설들이 더 좋았다. 그리고 때마침 불었던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는 1년에도 3~4번을 읽을 정도로 애독하던 무협지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녹정기>, <천룡팔부>, <소호강호> 등등 김용의 소설들도 애독을 넘어 탐독하던 시절이 있었더랬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즐겨 읽었던 소설은 '쥘 베른의 소설들'이었다. 그 가운데 <해저 2만리>와 <지구에서 달까지>, <달나라 탐험>은 지금도 책표지를 보면서 줄거리를 상기시킬 정도로 읽어댔던 책들이다.


  무엇이 그렇게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일까? 물론, 쥘 베론의 소설을 내가 읽을 당시에는 '잠수함'과 '우주선'이 상상에서 머물던 시절이 아니라 이미 '현실'에 존재하는 대상이었다. 그런데도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잠수함'이나 '우주선'이 없었던 시대의 작가가 상상속에서 구상했던 것이 실제 현실에서 구현되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어릴 적에도 막연하게나마 '작가의 상상력'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두근두근 설레는 무엇을 느꼈던 모양이다. 그 당시엔 왜 설레는 줄로 모르면서 말이다.


  지금도 '상상'이 현실로 구현되는 과정이 진행중이다. '자율주행 자동차'나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인공지능', '신체를 대신할 수 있는 로봇팔다리' 등등은 현재 나오기도 했지만 더욱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열심히 개발중이기도 하다. 어릴 적 밤 10시가 되기를 기다리게 만들었던 <전격Z작전>에 나오는 '키트'와 <6백만불의 사나이>가 불의의 사고로 잃어버린 팔다리를 대신해서 '소형원자로'가 탑재된 팔다리를 이용해서 빌딩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장면은..그게 '카메라 트릭'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너무 신기하기만 했었다. 그리고 미래에는 누구나 맘만 먹으면 '로봇팔다리'를 가질 수 있어서 참 편리한 세상이 될 거라는 막연한 꿈을 꾸곤 했었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막연한 꿈이 아닐 수 없었다. 실제로는 상상력을 실현했을 때에 심각한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자율주행 자동차'가 운전중에 교통사고를 일으켜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또, 자율주행 중에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사고에 처했을 때 5명을 다치게 할 지, 1명을 다치게 할 지, 둘 중 어떤 프로그램을 깔아야 하는지 등등의 '문제점'들이 새롭게 등장하게 될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원자폭탄'과 같은 가공할 무기를 만들고, '전투 드론'과 같은 전쟁무기를 이용해서 대량학살을 '게임'처럼 즐기는 문제점도 상당히 심각하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는 오늘날 'CCTV'라는 감시카메라로 실용화하였다. 원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범죄예방의 효과'를 강조하고 있긴 하지만 언제 어디서 '다른 용도'로 쓰일지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처럼 '상상력'을 현실로 실현하는 것은 두근두근 설레게 만드는 긍정과 동시에 인류 최악의 상상력이 실제로 구현하고 마는 부정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상상력'조차 '윤리적/도덕적 판단 기준'을 정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상상력은 얼마든지 장려할 수 있지만,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상상력은 '사회적 규범'을 정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말이다.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동시에 가져오는 것에는 대표적으로 '핵에너지'와 '생물복제' 기술 등이 있다. 애초에 '핵에너지'는 석탄과 석유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개발을 하였지만, 그 막대한 에너지로 결국 '전쟁무기'로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 실제로 써봤다. 그 결과는 '두 번 다시 쓰지 않겠다'는 암묵적인 약속이 공공연해질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과 무시무시한 '부작용'을 경험했다. 바로 '방사능 피폭'이라는 인류가 해결할 수 없는 골치 아픈 문젯거리 말이다. 한편, '생물복제' 기술은 현재 인간도 복제할 수 있을 정도까지 발전을 하였지만, '복제인간'이라는 윤리적인 문제에 봉착하면서 '실현불가'라는 잠정적인 약속을 지키고 있다. 가령, 나와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셈이다.


  따라서 '상상'은 자유일지 몰라도 그에 따른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다다라야 할 것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예를 들어, '스페이스X' 프로젝트가 성공한다고 치면 인류가 화성에 첫 발을 내딛는 영광의 '순간'이 될테지만, 그곳에 도착한 이들은 두 번 다시 지구로 귀환할 수 없게 된다. 그런 까닭에 사업의 시작부터 '화성으로 떠나는 모험'은 왕복이 아니라 편도라는 사실을 각인시키지만 그곳에 성공적으로 정착해서 생기는 문제점도, 실패해서 생기는 문제점도 모두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상상력의 시도는 '일회성'이 아니라 '영구성'을 띠어야 한다. 성공이든, 실패든, 어느 쪽이더라도 뒤에 따르는 '상상력'이 계속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최소한의 '인간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상상력에도 '인간적인 면모'를 잃지 않아야만 한다. 자율주행자동차도 '인간성'을 고려하지 않고 '편리성'만 따지면 애꿎은 기계에게 '도덕과 윤리'를 따져묻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때론 끔찍한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철저한 감시사회가 구현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다면 절대로 구현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이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최소의 희생으로 최대의 행복을 끌어낸다고 하더라도 '단 한 명의 희생'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만에 하나라도 그걸 허용하게 된다면, 다음 번 희생자는 바로 당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스개소리라도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은 용납할 수 없는 사회여야 한다.


  참고로 이 책은 굉장히 유쾌한 책이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우리가 <SF소설>을 읽을 때에도 반드시 '윤리도덕적인 판단'이 뒤따라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임소재'도 분명히 해보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누군가에게는 <SF소설>이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쥘 베른이 <지구에서 달까지>를 상상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그와 똑같은 원리로 '달나라 탐험'을 꿈꿨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무시무시한 폭탄을 실은 미사일'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상상력에도 책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ne518


    맞는 말이네요 상상력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 좋은 점이나 편한 것만 생각하지 않고 그것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생각해야겠지요 그런 거 모르는 척한 건지, 몰랐다가 나중에 알았을지... 그런 일 많은 듯해요 상상은 자유지만 그게 현실이 됐을 때 도덕 윤리를 생각해야죠


    희선

    2020.12.12 01:3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요즘에는 무엇을 하든 '윤리의식'이 먼저 떠오르곤 합니다. 예의를 잃어버린 사람과는 단 한 순간도 같이 있고 싶지 않아요.

      2020.12.13 15:38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프랑켄슈타인>만 봐도 알 수 있죠.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을 만들어서 결국 자신도 목숨을 잃게 되니깐요. 그런데 이런 상상력들이 자기 자신만의 문제면 상관 없는데 다른 사람, 인류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게 문제 같습니다. 영화 속 좀비도... 현실이 될 수 있을 것 같구요. 아무튼 지아님 리뷰처럼 윤리도덕적인 판단에 따라 과학이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2020.12.12 11:37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안 그래도 요즘 아이들과 논술 수업으로 <프랑켄슈타인>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근데 코로나 때문에 자꾸 수업을 밀리게 되네요ㅜㅜ

      2020.12.13 15:39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