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초등시절부터 '지정학'이라는 낱말을 익숙하게 듣고 자랐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한반도'라는 지형상 특징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면서, '대륙'과도 연결되어 있고, '해양'으로 뻗어나가기에도 유리한 지형이라는 내용이 '초등교과서'부터 계속 배우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정학'을 잘 이용하고 있는걸까? 그동안에는 '지정학의 덫'에 빠져서 대륙의 강대국과 해양의 강대국에 둘러싸여 위태롭다는 느낌만 받을 뿐이었고, 더구나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탓에 별다른 힘도 쓰지 못하고 다른 나라들에게 휘둘리는 형국을 '숙명'처럼 받아들여 살아왔다. 그런데 과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
그동안에 '지정학적 위치'에 놓인 대한민국을 잘 분석해왔다면 무언가 결과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구한말에 서구열강들의 침탈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면, 이젠 달라져야 할 것이다. 일제의 야욕 앞에서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식민지' 신세를 면치 못했다면, 해방이 된 지금은 달라져야 할 것이다. 해방을 맞이하고서도 '이념논쟁'으로 분단이 된 것으로도 모자라 '전쟁'까지 치뤘다면, 지금은 달라졌어야 한다. 오랜 군사독재를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꽃 피웠다면, 그간의 '지정학적 상관관계'를 철저히 분석해서 배운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 촛불혁명마저 이루고, 코로나시대를 맞아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이 되었다면, 지금이 바로 '지정학적 역량'을 발휘할 때가 아닐까.
이 책은 그동안에 한반도를 두고 벌어진 '대륙의 힘(랜드파워, 육군력)'과 '해양의 힘(씨파워, 해군력)'을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풀어내는 것을 시작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강국들의 '힘의 원천'을 분석하였다. 그리고 랜드파워인 중국과 러시아, 씨파워인 미국과 일본이 '분단'된 한반도를 어떻게 이용해서 '자국의 이익'을 챙겼는지도 소상히 밝혀냈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런 '지정학의 힘'을 역이용할 때가 된 것이다. 아니, 저자는 반드시 이용해야만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언제까지 대한민국이 '지정학적인 덫'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만 있을 참이냐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초등학생도 다 알고 있는 '대륙'으로도 진출하고, '해양'으로도 뻗어나갈 수 있는 '남북의 평화통일'과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힘을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쉬운 방법을 왜 아직도 써먹지 못하고 있느냔 말이다.
물론, 말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 고질적인 문제의 근원은 바로 '이념논쟁' 때문이다. 서로 적대국이었던 중국과 미국도 손을 잡았고, 베트남과 미국도 경제발전을 위해 케케묵은 이념 따위는 벗어던져 버렸다. 비록, '미중갈등'이 심각해진 요즘에도 결코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이념논쟁'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이념논쟁'이 한창이다. 해방이 된 지 75년이 지났는데도 지긋지긋할 정도로 논쟁만 거듭할 뿐, '화합'을 위한 노력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남북갈등'보다 더 심한 것이 '남남갈등'인 것도 어느 한 쪽도 승복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승복의 문제가 아니라 '대의'를 위해서 '소의'를 버리지 못하는 어리석은 짓거리들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이래서는 '지정학적인 덫'을 극복하기는커녕 주변 강대국의 힘에 휘둘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의 덫'에 걸리기 십상이다. 이제는 케케묵은 '이념논쟁'을 내려놓아야만 한다. 자본주의니 공산주의니 그딴 게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이미 공산주의는 멸종되지 않았느냔 말이다. 공산주의는 이미 '오답'이 되었는데, 지구상에서 없어진 지 오래된 것으로 우리끼리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친일적폐 청산'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답은 이미 뻔히 나오지 않았나? 도대체 언제까지 틀린 답을 맞다고 우길 참인가? 2030년까지? 2040년까지?
이제 '대한민국'이 갈 길은 정해져 있다. 해묵은 논쟁은 떨어버리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그리고 북한도 설득시켜버릴 '힘'을 길러야 한다. 강대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히 나아갈 수 있는 길로 뻗어나가야만 한다.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에서 뻗어나가 드넓은 영토를 누볐던 것처럼 대한민국도 '한반도'에서 뻗어나가 광활한 대륙과 드넓은 해양을 호령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시발점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