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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즘의 오징어게임

[도서] 마키아벨리즘의 오징어게임

빅토 비안코 저/김진욱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세상의 진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똑똑한 사람들이 더욱 헛소리에 잘 속아 넘어간다'는 사실이다. 왜냐면 '그럴 듯 하기' 때문이다. 2%의 진실에 98%의 거짓을 버무려도 '진실의 참된 힘' 덕분에 98%의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는 건 정말 식은죽 먹기라는 사실은 웬만만 지식인이라면 '상식'으로 통한다. 그런데도 그걸 아는 지식인들이 참 잘도 속아 넘어가는 것이 바로 '헛소리의 그럴 듯함'이다.

 

  이를 테면, 다윈이 <진화론>을 내놓은 뒤, '다윈의 후예들' 가운데 일명 '진화사회학자'들은 인간이 사는 사회도 진화한다고 그럴 듯한 결론을 내세웠다. 이런 논리는 서구제국주의자들에 의해 "백인은 문명인이고, 유색인은 미개하다. 그러니 문명인이 미개인에게 문명을 가르쳐주기 위한 모든 행동은 정당하다"는 논리를 펴서 남미를 비롯해서, 아시아, 아프리카를 그들의 식민지로 만들어 버렸다. 소위 '문명인'이라는 이들이 말이다. 오늘날 우리들은 모두 알고 있다. 문명인이라고 자부하던 백인들의 우월주의가 얼마나 야만적이고 파렴치한 짓거리였는지 말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백인들은 자신들이 '문명인'이며, '우월한 종족'이라는 착각에 빠져 살고 있다. 수많은 이들이 '잘못된 상식'이라고 아무리 떠들어도 쉽사리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잘못된 상식인데도 잘 고쳐지지 않는 못된 상식이 바로 '강자생존 약자열패'다. 다윈이 진화론에서 주장한 '자연도태'를 '적자생존'이라고 잘못 이해한 것에서 비롯된 착각이다. 다윈은 자신의 책인 <종의 기원>에서 '적자생존'이란 말을 한 적이 없다. 생태계 속에서 시기적으로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적응에 불리한 생물은 자연적으로 도태(불필요해져서 사라짐)한다는 설명을, 자연상태는 '무한경쟁'에 내몰렸기 때문에 경쟁에서 밀려난 생물은 자연적으로 멸종한다는 식으로 '왜곡'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자극적인 문구에 휩쓸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적자생존'과 같은 강렬한 문구가 더 기억에 남는 것이다. 마치 <손자병법>에 '지피지기면 백전불태'가 원문인데도, '백전백승'이 더 널리 알려진 것처럼 말이다.

 

  이 책도 그렇다. '잘못된 상식'이 마치 세상의 진리를 관통하는 유일한 법칙인 것처럼 떠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빼앗기지 말고 차라리 뺏어라"라고 자신있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부끄러움도 모르고 말이다. 또한,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명쾌한(?) 주장'에 반론을 펼칠 대상을 '순진한(!) 도덕군자'로 지칭했다. 그러면서 어설픈 도덕으로 자신을 설교할 생각은 꿈에도 꾸지 말라는 듯, 세상은 오직 승자만이 누릴 자격이 있다고 떠벌린다. 심지어 가난한 이들을 동정할 필요도 없고, 그들을 짓밟고 부를 쌓는 것에 망설일 까닭이 없다고 말한다. 왜냐면 지금은 '무한경쟁시대'이고, 정당한(?)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을 동정하고 도움을 줘봐야 자신만 손해이기 때문이란다. 다시 말해, 부의 경쟁에서 밀려나면 한순간에 약자로 내몰리고 말 뿐이라며 어설픈 동정심 따위는 개나 줘버리라고 열변을 토한다.

 

  이런 주장에 일면 '바른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저자가 근거로 들이대고 있는 것이 <성경>, <군주론>, <손자병법> 등의 유명한 바이블이고, 예수, 부처, 공자, 히틀러, 마키아벨리, 심지어 <오징어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따위의 유명한 인사들의 말과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책과 인물이 항상 옳은 말만 했느냐를 떠나서 '일종의 권위'를 가진 것들이기에 맞든 틀리든 어쨌든 '솔깃'하게 들리는 효과를 적절히 연출한 덕분이다. 그래서 저자의 엉터리 결론(!)을 마치 예수가 그랬고, 부처가 그랬으며, 유명한 바이블에도 수록된 '세상의 진리'인 것처럼 들리는 것 뿐이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이 책의 1장 1절에는 "맞기 전에 먼저 때려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성경>에 "오른쪽 뺨을 맞았으면 왼쪽 뺨을 내놓아라"라는 문구가 너무나도 나약하다면서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선 강인해져야 하고, 예수의 '무저항주의'로는 어떤 싸움에서도 이길 수 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얻는 것이 없다며, 저자는 힘차게 주장한다. "<성경>의 문구는 한마디로 억울하게 맞은 이가 "한 번 더 갈겨 주십시오"라고 외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예수의 나약함을 여지 없이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한 번 더 강조한다. 그리고 다시 주장한다. "누가 당신의 뺨을 때리려고 한다면, 맞기 전에 먼저 때려라. 아니, 그 누구도 당신의 뺨을 때릴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강해져야 한다. 이 세상에 돈 많은 부자를 함부로 때릴 사람은 없다. 그러니 앞뒤 가릴 것 없이 당신이 부자가 되어야 할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식'이다.

 

  틀린 말을 찾기 힘들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틀린 것 없는 말 뒤에 [수단과 방법을 따지지 말고 이겨라.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비겁한 방법이라도 머뭇 거릴 이유가 없다. 왜냐면 '마키아벨리즘'에 따르면 비겁함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무기이기 때문이다]라는 식으로 '진실을 호도'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조차 '마키아벨리즘'을 자기 맘대로 해석한 엉터리라는 것을 한 번쯤 알고 넘어가면 좋겠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이 책을 읽으시는 이여, 강력한 군주가 되어 피렌체공화국을 주변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살려내시고, 나아가 통일 이탈리아를 통치하시길 바랍니다"라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 그 당시 가장 명망 높은 가문인 '메디치'에게 헌정한 책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군주론>에는 때때로 비열한 수단일지라도 강력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라면 망설이지 말라는 내용이 적혀 있기도 하다. 여기서 우리는 <군주론>이 비열함 때문에 '금서'에 지정될지언정 '커다란 대의'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런 '대의'가 눈곱만큼도 없다. 승자, 강자, 부자..라는 대의가 있잖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지만, "응, 없어~"라고 대답해주련다. 승자가 되기 위해 '적의 약점'이나 캐고, 강자가 되어서 '호색'이나 밝히고, 부자가 되어서 '미식'이나 즐기라는 결론을 내놓고서는 무슨 '대의'를 찾느냔 말이다. 이 책의 어느 구석에서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베풀어라"라는 대목을 찾는다면 저자의 손모가지를 걸겠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요즘 인기 드라마로 등극한 <오징어게임>의 여러 장면을 클로즈업하면서, 저자의 무논리를 정당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거 봐라! 내가 주장한 것처럼 '승자가 독식하는 드라마'가 전세계를 강타하며 인기를 끌고 있지 않느냐~"라는 말이 들릴 정도로 생생하게 '인용'하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넌덜머리가 날 정도로 짜증을 부른 까닭은 '철저한 여성비하적 관점'으로 주석을 달아놓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남존여비의 끝판왕'이었다. 무한경쟁에서 최종승리한 대가는 '미녀'이며, 강자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은 '성적유희'이고, 부자만의 특권은 '남의 여자를 빼앗아도 무탈하다'는 내용으로 점철해놨다. 따라서 저자가 가장 혐오하고 무능력한 사람은 '임포텐츠(성불능)'다. 다시 말해, 성적매력이 없는 남자는 결코 승자도, 강자도, 부자도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왜냐면 즐길 수 있는 동기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요즘 젊은 남성들의 유약함을 '성불능'이 원인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펴기도 한다.

 

  또한, 이런 엉터리 논리에 '여성'들은 인격유린을 당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여성은 승자, 강자, 부자...어디에도 속할 수 없다고 단정한다. 뭐, 아주 불가능하다고는 안 했다. 여성도 승자가 되면 '미남과 즐길 수 있다'고 딱 한 구절을 적어놨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여성이 승자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남성이 승자, 강자, 부자가 되면 그에 대한 최고의 보상으로 '성적유희'를 맘껏 즐길 수 있는 미녀가 있으니 군침이 돌면(?) 마음껏 차지하라! 설령 '남의 여자'라 하더라도 '성적만족'만 시킬 수 있다면 하등 문제가 될 것이 없을 것이다. 이미 그 여자는 '당신의 것'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뉘앙스를 풀풀 풍기는 저질스런 말을 늘어놓기 일쑤다.

 

  끝으로 진정한 승자, 강자, 부자는 '다른 이를 도울 줄 아는 사람'이다. 자기 힘으로 자신을 돌보는 것은 누구나 다 하는 평범한 일이다. 그러니 슈퍼파워를 가진 이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슈퍼파워를 쓰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일 뿐이다. 그런데 그런 슈퍼파워로 '남의 것'을 빼앗고, 짓밟고, 그 위에 군림하려 든다면 그냥 '악당'일 뿐이다. 반면에 슈퍼파워로 자신을 돌보지 않고 남을 위해 쓰는 사람을 우리는 '영웅(슈퍼히어로)'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아이언맨'에게 그토록 열광했던 까닭은 그가 승자, 강자, 부자여서가 아니라 '손가락을 튕겨서'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진정한 영웅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말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진정 바라는 것은 이 책을 덮고도 진정한 영웅으로 남기를 '선택'한 독자가 더 많아지는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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