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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도서]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장 노엘 파비아니 저/필리프 베르코비치 그림/김모 역/조한나 감수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인생 3막을 시작한 지도 벌써 11개월이 지났다. 20대에 맞이한 IMF로 '비정규직'에 발을 들여놓았고, 30대에는 '나만의 직업'을 찾아 독서논술선생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 맞이한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해, 의도치는 않았지만, 어쨌든 '병원에서' 일을 하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한편, 이 책 <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는 처음 읽은 책은 아니다. 이미 읽었던 책이었고 이번에 '개정판'이 출간되어 다시 읽게 되었다. 그런데 느낌은 사뭇 달랐다. 논술쌤의 관점으로 이 책을 봤을 땐 '역사'에 꽂혔었는데,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금 다시 읽으니 '의학'에 더 깊은 관심을 쏟는 것을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비록 '의료진'은 아닌 탓에 직접 환자에게 도움을 주거나 의술을 펼치는 것도 아닌데, 환자와 의사와 간호사, 그밖에 병원에서 함께 일하는 모든 분들과 같이 지내다보니 나도 모르는 새에 '의학'에 깊은 관심을 쏟으며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암튼, '현대의학'은 과학과 기술이 발달한 덕분으로 못 고치는 질병이 없을 정도가 되었고, 현장에서 의술을 펼치는 의료진도 꽤나 안락한(?) 병원 환경에서 현란한(!) 의술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과거에는 '불치의 병'이던 것도 '치료의 길'을 열어 단순히 환자를 살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 없이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우리는 얼마든지 '의료혜택'을 볼 수 있도록 매우 가까운 곳에 '병원'이 있는 환경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큰 혜택인가 하면, 40~50년 전만해도 병원이 있어도 '돈이 없어서' 의료혜택을 받지 못했으며, 100여 년 전만해도 '의사가 없어서' 가족중에 누군가 아프기만 하면 산 넘고 바다 건너 의사를 만나러 환자를 업고 뛰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119에 신고만 하면 5분 내에 환자를 싣고 병원으로 달려가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의료환경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좀 더 먼 과거로 가보자. 원시시대에도 '의료행위'는 있었다. 무리중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 이를 고치기 위해 애쓰던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면 분명 미신이고 의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 같지만, '의학의 발달'은 바로 '아픈 사람을 돌보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의술'이 발전하기까지는 그후로 아주 오랜 뒤의 일이기 때문에 '의학의 역사'를 바로 보기 위해서는 '아픈 사람'을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의학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중세시대까지는 '아픈 사람'을 주술이나 종교적 믿음으로 고치려 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전혀 '의술'이 아닌 '신의 영역'으로 남겨 놓은 것이다. 다시 말해, 전문적인 의학지식보다는 주문이나 기도 따위로 '자연치유'를 기다리는 것밖에 한 것이 없던 셈이다. 물론, 기초적인 약초를 다루고, 그것으로 약물을 제조하여 '고통'을 제어하는 노력은 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과학'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에 큰 효험을 준 것은 아니었다. 또한, 의학은 '철학'의 한 갈래이기도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나 갈레노스, 그리고 동양의학까지도 마찬가지로 '우리 몸'을 4원소설이나 기경팔맥 따위의 형이상학적인 학문체계를 세워, 나름 상상의 나래를 펼쳐놓고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교과서로 삼았다. 하지만 이것이 아주 쓸모없지도 않았다. 그러나 고대 철학자의 '권위의식'이 잘못 작용하여 오래도록 '잘못된 의학'을 바로 잡는데 큰 걸림돌 역할을 톡톡히 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과학의 발전'을 막을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의학지식'도 과학적 증명으로 차근차근 바로 잡게 되었다. 아주 오래 걸리긴 했지만 말이다.

 

  이처럼 '과학'은 의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직접 환자를 돌보는 의사와 간호사의 '의술'과는 별개로 발전한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실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타는 이들은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가 아니라 '연구소에서 연구하는 학자' 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학자들이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의사들이 현장에서 의술을 펼치고 있으니 아주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아픈 환자들을 직접 돌보는 의사들의 헌신이 대접 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적절한 비유는 아닐지라도, 전투에서 목숨 바쳐 승리를 거둔 것은 '병사의 몫'이지만, 값진 승리로 영광을 독차지 하는 것은 '지휘관(간부)의 몫'이 되는 것만큼이나 의사와 학자의 관계가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학자들이 차지한 영광의 역사'와 함께 '의사들이 현장에서 펼친 거룩한 의술'을 낱낱이 파헤쳐서 독자들에게 풀어놓은 점이 참 인상적이었다.

 

  한편, 이 책은 '서양의학'을 테마로 엮어놓은 책이다. 간간히 '동양의학'도 소개하고, 동양인 의사(대개는 일본인)도 언급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서양의학의 테두리' 안에서만 의학의 역사를 풀어놓고 있다. 더구나 프랑스 작가가 쓴 탓에 '프랑스 의학의 역사'가 주된 테마이고, '프랑스인이 이해할 수 있는 유머'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이 눈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의학과 의술의 현주소'도 세계적인 수준인데, '우리의 관점'으로 풀어놓은 의학의 역사를 책으로 엮어내지 못하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물론, 그런 책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현재의 주류 의학이 '한의학'을 곱게 보지 않는 까닭에 우리 의학의 역사를 고대부터 현재까지 풀어낸 이 책과 같은 얼개로 결코 풀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아쉬움이 앞선다. 이제는 '통섭의 시대'이기 때문에 굳이 '양학'과 '한의학'을 구분할 필요는 없을 텐데 말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침술'을 마취 대신으로 하여 수술을 성공한 사례도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말이다.

 

  이 책을 계기로 더 많은 '의학서적'을 탐독할 계획이다. 물론 의사나 간호사, 조무사가 목적인 독서는 아니다. 완전히 아니라고는 부인하지 않겠지만, 좀 더 폭넓은 의학의 세계를 쉽게 풀어 리뷰를 쓰고 싶은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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