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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숙제

[도서] 대통령의 숙제

한지원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솔직히 말해서 책내용은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았다. 왜냐면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제'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걱정해야 할 문제의 근본은 '교양을 갖춘 시민이 대세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잘못 된 길로 빠져도 바라보고만 있고, 국회의원이 깽판을 쳐도 나몰라라 하고, 장관이 헛발질을 해대도 책임을 묻지 않고, 재벌과 엘리트 등이 망나니 같은 짓을 저지르며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도 '있는 놈들'은 스케일이 남다르다는 감탄만 내뱉고 있으니, 이 땅에 제대로 된 '교양시민'이 태부족하다는 명백한 증거다.

 

  한편, '경제학자'가 풀어낸 역사관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경제학자들은 묘한 공통점이 있는데, '도덕'과 '정의'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오직 '자유와 풍요'만을 기준치로 삼는 모양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친일적폐청산'을 내세운 것을 '반일 민족주의'로 매도하고 있으며, '부동산정책 실패'를 예로 들면서, 경제의 기본도 모르는 정권이 오로지 '포퓰리즘'만 앞세워서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결과, 대한민국을 폭망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는 공감이 가지 않는 대목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 책의 결론도 그닥 공감 가지 않았다. 같은 저자가 쓴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는 재미나게 읽었다. 핵심은 많은 사람들은 '자유, 평등, 풍요'의 원칙만 지킬 수 있다면 어떤 경제시스템이라도 상관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21세기 자본주의가 살아남기 위해선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가 큰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선 뜬금없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지 못했기에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은 불운했고, 대한민국은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하며,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마감하고, '의원내각제'로 전환해야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내각을 책임질 수 있는 능력 있고 신뢰 넘치는 '국회'로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단서를 달긴 했다. 허나 난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대한민국 국민'이 뽑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교양시민'의 양성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교양시민이란 단순히 돈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으며, 소위 '엘리트 집단'이라고 일컫는 부류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 생활에서 도덕을 실천하고 정의를 지키는데 앞장 서며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이 '교양시민의 첫째 조건'이다. 그러니 '교양시민'은 누구라도 될 수 있다. 굳이 학력이 높을 필요도 없고, 사회적 지위가 드높을 필요도 없으며, 돈이 많아서 갑질하는 부류는 절대로 '교양시민'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교양시민의 둘째 조건'이 더 까다로울 수 있겠다. 한달 평균 10권 이상의 '독서력'을 갖춰야 하고, 가짜뉴스를 걸러낼 수 있는 '과학적/이성적/객관적 판단력'이 있어야 하며,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면서도 다른 이의 주장도 끝까지 들어주는 '겸허한 경청력'도 반드시 갖춰야만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 이런 '교양시민'이 넘쳐날 때, 비로소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며, 전세계의 시기와 질투를 슬기롭게 넘겨내며 존경과 부러움을 한번에 받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 틀림없으며, 수많은 나라들이 대한민국이 가는 길을 따라오려 너나들이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무력이 아닌 국력으로 선진국이 될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과 같은 강대국들 틈바구니에 낑긴 대한민국은 어쩔 수 없이 눈치를 봐야 한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국력'이 아직 이들 강대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니 객관적으로 주위를 살펴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세계적인 골칫거리인 '북한'과 통일을 꿈꾸는 일을 그만 두라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김칫국 마시지 말라는 말이다. 북한은 애당초 대한민국과 통일할 생각이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니 제발 '햇볕정책' 같이 북한 퍼줄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 말한다. 또한, 일본과 과거사논쟁을 벌이지 말라고 지적한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대한민국 경제에 '청신호'가 켜진다고 말이다. 더구나 한미일 동맹을 굳건히 해야 북중러와의 대결에서 겨우 맞설 수 있는데, 허구헌날 '과거'에 발목이 붙잡혀서 일본과 거북한 관계를 만드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그리고 제발 '전작권 환수' 같은 뻘짓은 그만두란다.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목숨줄이라면서 '자주국방' 같은 소리는 하지도 말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경제력으로 '자주국방'은 어림도 없다면서 말이다.

 

  한편으론 맞는 말이다. 이 책에서도 바로 '이런 논리'를 앞세우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참아달라고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미국의 노예'로 살 것이며, 언제까지 '중국의 종속국'으로 남을 것이며, 언제까지 '일본의 식민지'로 만족할 것이냔 말이다. 경제적인 논리로만 보아도 이미 '일본의 경제력'보다 앞섰고, '미국과는 대등한 경제 파트너'가 되었고, 중국경제는 이미 '한국 베끼기'를 하지 않으면 팔 것이 없을 지경에 이르렀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주변국 눈치만 보면서 쭈뼛거릴 거냔 말이다. 이젠 대한민국이 당당해질 때가 되었다. 그래야 통일도 한낱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에 '발끈'할 것이 아니라 '쯔쯧'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대한민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무엇이 꿀려서 발끈하고 질질 끌려다닐 것이냔 말이다.

 

  이 책이 보다 더 가치 있으려면 '경제학자'가 아닌 '교양시민'으로써 썼어야 한다. 그러나 도덕과 정의에 둔감한 '경제학자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또한 '지적질'보다는 '대안제시'에 중점을 두었더라면 더욱 멋진 책이 되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것은 두고두고 칭찬할 내용이지만, '지적질'로 그친 탓에 윤석열 정부가 배워서 고칠 점이 눈에 띄지 않아서 더욱 아쉬웠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타락한 민주주의'에 절대 빠져들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촛불을 들고 나타날 '교양시민'들이 이 땅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서로의 밥그릇 싸움에 여념이 없어서 '패거리 정치'를 일삼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지만, 반드시 '교양시민'으로 거듭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지적질'은 멈추고, 눈부신 미래비젼을 보여줄 때다. 까짓, 대통령 잘못 뽑았어도 '교양시민'을 차고 넘치게 만들 수만 있다면 아무 문제 없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뭣이든 '교양시민'이 가꾸어 나아갈 것들이니 말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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