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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의 신화

[도서] 돌고래의 신화

최인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짤막한 이야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는 것이 '단편소설'의 매력일 것이다. 등장인물도 많지 않고 플롯도 길지 않아서 이야기 전개가 빨라서 좋고 '메시지(주제) 전달'도 명확해서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은 '단편소설'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작가 특유의 유머와 위트, 반전과 에로틱한 내용을 첨가한다면 더욱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짧은 서사'로 이 모든 것을 담다 보면 이도저도 아닌 '맹탕'이 되는 경우도 흔한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짧은 만큼 '비유적인 표현'을 남발하다보면 웬만한 '문학전문가'가 아니고서는 그다지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하는 난해한 소설이 되고 마는 단점도 극복해야 좋은 소설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 이 책 <돌고래의 신화> 단편소설은 어느 축에 드는걸까? 책의 뒤표지에 적힌 누군가의 평가는 [충격과 반전의 묘미], [빠른 갈등 전개], [녹아 흐르고 있는 에로티시즘]이라고 적혀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최인의 단편소설은 곳곳에 자살과 살인을 암시하는 '죽음의 그림자'가 복선처럼 깔려 있고, 등장인물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를 펼쳐냈으며, 죽음을 예감이라도 하듯 마지막 몸부림을 치듯 관능적인 섹스를 나누는 장면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어 충분히 충격적인 에로티시즘을 보여주고 있다. 그 덕분에 책을 '읽는 맛'만큼은 높은 평점을 주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단편소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인상적이고 강렬한 주제'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흐지부지 끝맺음을 하고 있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물론, 충격적인 결말, 예상 못한 반전 따위를 염두에 둔 결말이라 그런 것이라 짐작은 된다. 허나 중년의 죽음이든 청춘의 죽음이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납득할 만한 이유'가 명확해야 할텐데, 그닥 공감할 만한 내용이 없었다는 점에서 크게 아쉬웠기 때문이다.

 

  무슨무슨 '수상작'이라는 것은 일반독자에게 메리트가 크지 않다. 다시 말해, 심사위원이나 평론가들과는 달리 '일반독자'들은 이야기속에 흠뻑 젖어들게 만드는 '공감'되는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등장인물과 독자의 고민이 '일치'해야 한다는 말이다. 등장인물의 삶이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고, '보여지는 삶'은 다를지라도 소설속에서 전개되는 '개인적 고민'과 '사회문제', 그리고 '인물들의 갈등'이 닮았다고 느끼는 순간, 일반독자들은 이야기속으로 풍덩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설속 등장인물이 겪는 고민과 문제에 '깊은 고뇌'가 보이지 않고, 그런 상황에서 펼쳐지는 '에로티시즘'은 그저 흔한 '포르노'를 보는 것처럼 눈을 현혹시킬 순 있지만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감동은 찾을 수 없기 마련이다.

 

  황순원의 <소나기>가 인상 깊은 것은 '소녀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결말과 함께 어린 소년소녀가 보여주는 풋풋한 사랑을 짧은 순간 쏟아붓고 끝나버리는 '소나기'에 비유하며, 아직 여물지 않은 소년소녀에게 찾아온 강렬한 첫사랑이란 감정을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비록 시골출신이 아닌 독자라도 '첫사랑의 설렘'은 누구에게나 서툴고 강렬하게 찾아오기에 공감하기가 쉽고, 소년소녀의 서툰 몸짓이지만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에로틱한 감정이 물씬 묻어나는 '둘이 함께 건너는 징검다리 씬'과 '쏟아지는 비를 피해 흠뻑 젖은 움막 씬'은 이 소설의 백미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첫사랑은 이룰 수 없다는 속설을 재확인하는 듯한 충격적인 결말, 또한 안타까움이 한껏 살아나는 죽음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그런 설렘과 안타까움을 엿볼 수 있었을까? 아쉽게도 난 그렇지 못했다. 인생은 꼬이고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청춘과 중년의 등장인물들에게서 '희망'을 찾을 수 없었고, 아픔과 고통의 나날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저 허우적거리듯 섹스와 일탈을 일삼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진흙탕 같은 삶을 벗어날 유일한 출구는 '죽음'뿐이라는 듯 전개되는 이야기는...안타까울 뿐이었다. 좀더 희망적인 삶을 노래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 책이었다. 하지만 생각밖으로 이야기는 재미 있었다. 그렇지만 깊은 감동과 진한 여운은 없었다. 마치 80년대 '한국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 당시의 한국영화의 주된 소재가 바로 '방황하는 청춘'과 '위기의 중년'이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전개와는 하등 상관이 없는 '배드신'과 '노출연기'만이 화제가 되었던...그런 느낌 말이다. 모쪼록 작가의 후속작들은 이보다 '공감력'을 갖추고 요즘 독자와 함께 호흡할 수 있길 바란다.

 

글여울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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