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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 해

[도서] 벌레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 해

박윤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던 적이 있었더랬다. 갑갑한 출근길 대신에 집안에서 늘어지게 늦잠을 자면서 하루의 일과를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가 일과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밤늦도록 책읽기와 글쓰기로 하루를 마감했던 시절을 말한다. 그러나 자유로운만큼 돈벌이는 시원치 않았다. 돈을 적게 벌었다는 의미보다는 월수입이 들쭉날쭉했다는 의미에 가까운 돈벌이였다. 결국 많은 이들과 같이 '코로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직장일'을 하러 다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벌레가 되어도 출근은 해야 해>라는 책제목이 고대로 눈에 꽂혀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이 '때려치는 법'을 몰라서 직장을 꾸역꾸역 다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먹고는 살아야겠기에 싫어도 싫은 체를 하지 않고 좋아도 미친놈 소리 듣기 싫어서 좋은 체하지 않고 그저 그러고 다니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런 미친놈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지치고 힘든데도 '직장'에 출근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카프카의 <변신>에 주목했다. 어느날 갑자기 벌레가 되어버린 주인공도 처음으로 한 걱정이 '지각하면 안 되는데'였기 때문이다.

 

  책제목을 관통하는 메시지에 흥분하는 현대인이 많을 것이다. 나도나도!! 라고 외치며 깊은 공감을 나타낼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어느날 갑자기 아침에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아플 때, 가장 먼저 전화를 거는 곳이 바로 '직장'이고, 가장 먼저 전화를 거는 사람도 '직장 상사'인 현대인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아낸 글귀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당장 직장을 때려치우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속시원한 책이라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해다.

 

  책내용은 오히려 직장일이 지옥같이 느껴지더라도 다시 힘내서 잘 다녀보아요~라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다른 것 없다. 아무리 직장일이 힘들더라도 직장을 박차고 나오는 순간 더 큰 어려움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속시원하게 사직서를 상사 면상에 던져버리고 때려치우고 박차고 나오는 순간은 짜릿하고 통쾌할지 몰라도 다음달 월급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없고 '찾으신 돈'에만 수두룩 빽빽한 글이 담겨지는 것을 보면 한숨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통장잔고가 바닥을 드러내면 갑갑한 출근길보다 더 답답한 생활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나도 한달 평균수입 30만원으로 1년을 버티니 모아두었던 적금통장을 다 깨고 마지막 통장의 잔고가 고갈될 즈음에 한 일이 '알바천국'에 이력서를 남기는 일이었다. 꼴에 논술쌤이라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정도는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써서 면접관들의 극찬을 받는 일은 식은 죽 먹기로 써대곤 했다. 하지만 합격여부는 또 다른 문제였다. 감동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니까.

 

  암튼, 이 책은 '다니던 직장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잘 때려치우는 스킬을 알려주는 내용이 아니라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긍정 노하우'를 선보여주는 책내용이 담겨 있다. 카프카의 <변신>, 사르트르의 <닫힌 방> 등과 같은 고전명작을 소개하면서, 명작 속의 주인공들도 '직장인의 고민'을 똑같이 하고 있고, '직장인의 애환'을 대신 해주고 있으니, 우리는 그들의 현실을 보면서 '다르지 않다'는 위안을 얻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음에도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를 배우며, 아무리 힘든 직장을 다니더라도 우리들만의 애환을 서로 나누고 공감하면서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는 노하우를, '자기만의 방법'으로 터득해보자고 말하고 있다.

 

  딴에는 '말이야 방구야~'라는 느낌도 들지만, 직접 책내용을 읽다보면 깊은 위로와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라는 공감력을 키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더러운 회사 생활속에서 고작 "버티자!!"라고 얘기하는 셈이긴 하지만, 내가 힘든 이유를 '책속의 책'에서 찾아내고, '나만 힘든 게 아니야'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만으로 사직서를 내기 직전의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스킬'이 아닐까? 씁쓸하지만 말이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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