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모두스 비벤디

[도서] 모두스 비벤디

지그문트 바우만 저/한상석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아무리 좋은 책이더라도 <어려운 말>을 쓰면 싫다. 흔히 <문자를 쓴다>는 말로 표현하며 현학적인 풀이를 즐겨쓴 책이 싫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문자를 해독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비유적인 표현>이 정확이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 불명확해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제목부터 살펴보면, <모두스 비벤디>는 '견해가 서로 다른 이들 사이의 협약'을 뜻하는 라틴어로 영어식으로 풀어내면 <mode of life(삶의 양식)>으로 풀어낼 수 있단다. '협약', '삶의 양식'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알쏭달쏭하다. 부제인 <유동하는 세계의 지옥과 유토피아>는 이 책의 이탈리아판 제목에서 따왔다는데, 이탈리아에서도 참 어려웠던 모양이다.

 

  짧은 글보다는 긴 글이 풀어내기 더 쉬운 법이다. <유동하는 세계의 지옥>이라는 말과 <유토피아>라는 말을 비교대조 해본다. 먼저 '유동하는 세계'란 세계가 움직인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고, 땅이 움직인다는 것보다는 사람이 움직인다는 것으로 풀이하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민>과 <난민> 등은 물론 심지어 <참전한 군인들>까지 포함시켜 '유동하는 세계'라고 가리켰다. 그렇다면 <이민자가 겪는 지옥같은 상황>이나 난민, 참전군인들이 겪는 지옥같은 상황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게다.

 

  또 이것과 서로 대비시켜 놓은 것이 바로 <유토피아>다. 이것은 토머스 모어가 처음 쓴 말이라고 하는데, 그리스어로 '이 세상에 없는 세상'이란 뜻이란다. 우리말로 뒤치면(번역하면) '이상향', '안전한 세계' 정도 될 게다. 이 책에서는 이 개념이 참 애매한데, 글쓴이는 '온 인류가 바라는 전지구적 이상사회'를 말함과 동시에 넓게 보아서 '지배자가 바라는 유토피아'와 '피지배자가 바라는 유토피아'가 존재한다고 본 것 같다. 이 부분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사냥꾼>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사냥꾼>이 존재하는 세상 그 자체는 유토피아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당신이 바로 <사냥꾼>이고, 더구나 아주 유능한 사냥꾼이라면 온누리가 사냥터가 되면 그 세계가 바로 <유토피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똑같은 세상인데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세상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사냥꾼이 되는가? 글쓴이는 우리 모두가 사냥꾼이라고 말한다. 자발적으로 사냥꾼이 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사냥꾼처럼 행동하도록 요구받거나 강요당하는 일도 있고, 더 나아가 아이들은 사냥꾼이 되어야 한다고 <교육>받고 있는 상황이다. 끔찍한 일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냥꾼 대열>에서 쫓겨날 수도 있고, 심지어 (누구도 바라지 않겠지만) <사냥감>이 될 수도 있는 세상이란다.

 

  <내것>을 지키고, <내것>이 <남것>보다 더 많길 바라는 것은 <자본주의 세상>은 물론 사람이 사는 거의 모든 사회에서 <지켜지는 규칙>이고 지켜지길 바라 마지 않는다. 이것이 <유토피아의 본질>이랄 수 있다. 그런데 이는 모순스럽다. 왜냐면 한 번 내것이 된 것은 영원히 내것이길 바라면서, 동시에 <남것>보다 더 많아지길 바란다면 자연스레 한 쪽은 <사냥꾼>과 다른 한 쪽은 <사냥감>이 되는 것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무한정한 것이라면 다툴 일이 없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경제적 혜택을 얻어보려는 꿈을 안고 떠난 <이민자들>은 <선진국 원주민들>에겐 자신의 것을 탐내고 빼앗으려 온 <사냥꾼>처럼 보일 뿐이다. 그래서 <원주민들>은 스스로 '사냥꾼'이 되려하길 망설이지 않고 <이민자>를 '사냥감'으로 삼고 만다. 이것은 난민도 마찬가지이고, 망명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참전 군인'은? 사냥꾼일 수도 있고, 사냥꾼이 되라고 강요받은 사람일 수도 있으며, 사냥꾼이 되어야만 한다고 교육받은 사람일 수도 있다.

 

  유토피아는 모든 인류의 꿈이다. 그것을 <만들려는> 사람들은 정말 피(전쟁)와 땀(경제발전 따위)을 아끼지 않고 노력하였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이런 노력들이 회의에 빠지게 만들었다. 정말 꿈꾸던 일을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사냥꾼이 만들어놓은 세상에선 사냥감이 넘치는 세상이 유토피아라는 사실 말이다. 혹은 이따위 세상은 결코 유토피아라고 불릴 가치조차 없다는 사실이던가.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eunbi

    제게만 너무 어려운 책인가 봅니다. 이를 어쩌나... 오늘 내일 저도 끝내야 할텐데...^^

    2010.11.24 13:1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겸손한 말씀만 하셔요^-^= eunbi님의 리뷰만 기다려요~

      2010.11.24 21:12
  • 새벽2시커피

    이 살벌하고 냉혹한 책은 뭔가요? 혹시... 난쏘공?+_+

    2010.11.24 17:0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ㅋㅋㅋㅋ 리뷰어클럽 비회원인 저를 여러각도에서 웃기십니다 고발님.
      이 살벌하고 냉혹한 책은 뭔가요? 혹시 ...난쏘공?//이맛을 아는자만이 쓸 수 있는 댓글이란걸 저는 알겠는데요 ㅎㅎ

      2010.11.26 14:38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