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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쓰고 어려운 이웃에게 책 기부하자!
부르주아를 위한 인문학은 없다

[도서] 부르주아를 위한 인문학은 없다

박가분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이 책을 읽으니 예전에 잠깐 논란이 있었던 <리뷰>, <서평>, 그리고 <독서감상문(독서후기)>의 구분법에 대한 여러 주장들이 생각이 떠올랐다. 다른 분은 이렇게 주장했다. 리뷰는 영화로 치면 예고편에 해당하고, 서평은 평론가와 같이 전문가들의 영역이며, 독서감상문은 일반관객의 관점으로 쓴 글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리뷰를 쓰시는 분들은 하릴없이 스포일러가 되지 말고 예고편 수준으로 책을 소개해달라는 대강 이런 내용의 주장이셨다.

 

  공감한다. 그래서 적어도 내 리뷰는 책내용(특히 줄거리)을 주절거리는 법이 없이 책내용에만 충실히 쫑알쫑알대는 방식으로 쓰는 편이다. 물론 리뷰를 읽는 분들의 처지에서 보면 이런 리뷰가 참 곤혹스러울 테지만 그저 <예고편>에 불과한 글이니 리뷰를 읽고 마음에 드시는 점이 있다면 꼭 책을 읽어주십사하는 마음(특히 행사를 통해 받은 책은 어김없이 이런 마음을 담아 쓴다)에서 그렇게 쓰는 것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고맙겠다.

 

  어쨌든 <부르주아를 위한 인문학은 없다-박가분의 붉은서재>는 이런 <예고편>의 수준을 훨씬 넘어 <철학/인문학/문화/시사> 등에 폭넓은 혜안으로 깊이깊이 사유한 흔적들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고작 얇디얇은 교양서적을 리뷰하는 내 깜냥으로써는 도저히 이 책의 깊이와 가치를 가늠하기조차 너무 힘들었다. 다만 <독서후기>라는 이름의 글에 <참고문헌>과 <주석>까지 달아놓은 저자의 실력에 감탄이 절로 날 뿐이다.

 

  그런데도 자신이 이런 글을 쓰게 된 동기를 단지 <인문학적 위기>라는 어느 교수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고 담담히 소개한 부분에서는 살짝 얄밉기까지 했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에서 읽은 구절인데, <바보는 천재의 위대함을 모르기 때문에 천재를 곁에 두고도 행복할 수 있지만, 수재는 천재의 위대함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자신은 그의 발치에도 미치지 못하기에 늘 슬플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글이 있었다. 정말 내가 바보였다면 이 책이 그저그런 책이거나 당최 뭔 소리를 이렇게 재미없게도 써놓았을까하고 푸념을 늘어놓으며 던져버렸겠지만, 나는 어느 정도 수재이기에 박가분이라는 천재가 부럽고 또 그저 부러울 뿐이다.

 

  이렇게라도 나의 현재 수준을 <수재>의 위치에 놓아야 조금이나마 샘과 분을 풀 수 있을 듯 싶어서 주절거린 것이다. 여기에 조금 더 보태자면, <박가분>이라는 블로거도 그닥 뛰어난 천재가 아니지 싶다. 이렇게 말하고나니 조금쯤 속이 시원하다^-^;;

 

  이렇게 잘난 글과 저자에게 조그만 흠을 들춰내자면, 나와 같은 수재(일반 독자)를 위해 현학적인 글을 좀더 풀어 썼으면 하는 점이다. 물론 철학과 인문학이 어려운 학문인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마치 식자층만의 향연을 벌이는 듯한 낱말들의 나열은 글을 보는 이로 하여금 아주 질리게 만든다. 이 책에는 유달리 <칸트철학>을 인용한 표현이 많은데, 칸트를 모르는 분이 칸트를 비판한 '한나 아렌트'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있을까? 또 배트맨 다크나이트의 등장인물과 칸트철학을 적절히 가미한 부분에 이르면 잘 몰라도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마땅히 비판할 것이 없다. 일반독자들은 조커를 그저 악당으로 보지 <칸트철학적 순수한 악>이기에 악당보다 더 가공할 악당으로 생각하지 못한다.

 

  이런 식의 나열이라면 그동안 수없이 답습하지 않았는가? <대한민국의 인문학적 위기>는 주로 <아시는 분들만의 향연>으로 그쳤기 때문에 왔다고 본다. 다시 말해, 현학적 어투를 사용하면 할수록 멋스러워지긴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일반대중의 이해에서는 멀어지게 되고 결국에는 외면받아 따로 노는 소수로 전락할 뿐이란 말이다. 마치 차진 밀가루 반죽을 늘릴수록 처음 대중들은 신기함에 박수를 치며 열광할지도 모르지만 결국 탄성의 한계에 도달해서 다시 대중에게 돌아가지 못하고 따로 떨어진 소수로 전락하고 만다는 얘기다.

 

  또 이 책에서 가끔 보이는 <외래어 수식>은 좀 삼가해주었으면 한다. 이 책의 서문(12쪽)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좋은 문학이란 부르주아들을 화나게 하는 문학이라고 선언한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다시 한 번 패러프레이즈하자면.." 기껏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친절하게 풀어 설명한다는 말을 꼭 paraphrase(쉽게 풀어)로 써야 좋은가? 굳이 이런 표현을 즐겨쓰는 똑똑한 분들이 심보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런 외래어 수식을 남발하기보다는 우리말 표현을 널리 쓰는 것을 니즈(needs)하는 바이다. 자꾸 이런 식이라면 우리말은 점점 사라지고, 어느 언어학자가 우려한대로 <우리말은 토씨(조사)만 남고 모두 외국어로 채워질까>봐 걱정이다.

 

  옥에 티 같은 실수가 있다고 해서 이 책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절대로. 오히려 이런 눈엣 가시 같은 것들이 눈에 띠지 않았다면 이 책을 읽을 때 좀 재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맞는 말만 골라서 하는 블로거라서 이 정도의 흠을 잡아낼 깜냥밖에 없는 나는 짜장짜장 부끄러울 따름이니까.

 

  아무튼 2011년 새로운 목표가 이 책을 읽은 덕분에 생겼다. 2011년에는 <박가분처럼 리뷰쓰기>를 하겠다는 목표 말이다. 물론 나만의 개성을 살린 글쓰기가 될 테지만 <붉은서재>의 '차분한 열정'만큼은 꼭 배우고 싶다. 글을 쓰건, 말을 하건 쉽게 흥분해서 제 감정을 못 이기는 성격이라서 박가분의 글을 보고 많은 것은 느꼈다. 따라할 테다. 그래서 나도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가 될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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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차도남이 아닌 부도남이시던걸요. 그 듣기 좋은 음성이 말이야요.

    2010.12.27 15:45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시로시로..나도 차도남 할꺼예요>,.<

      2010.12.27 17:18
  • 미리내별

    외래어 수식부분 읽다보니 웃음이 나오네요. 책으로 편찬하려면 외래어수식 삼가는 어쩌면 당연한 건데 말이죠. 저는 철학이 짧다보니 이 책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2010.12.27 21:25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어렵다기보다는 재밌는데...읽다가 좀 지쳐요. 논문만큼이나 길어서^-^;;

      2010.12.27 23:57
  • 파워블로그 eunbi

    이 책의 저자가 대학생 이라면서요?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블록에 책 제목 선정을 위한 포스트 올라왔을 때 보고 인연이 없음을 느꼈는데... 갑자기 읽어보고 싶은 맘이 생깁니다. 수준을 가늠해 보고 싶은 그런 생각...어느 분이 추천을 어떯게 하였는지도 궁금하구요. 어쨌거나 관심이 이제 생깁니다. ^^

    2010.12.27 23:5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그러게요. 이 책은 eunbi님에게 딱일텐데..왜 그러셨어요^-^=

      2010.12.27 23:58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