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서 이 책의 내용이 떠오르지는 않는가? 맞다. 이 책은 변비에 걸린 어린아이의 모습을 그린 <변비탈출소년기>이다. 그렇다면 주인공의 이름은? 맞다. '오장군'이다.
주인공 오장군이 나이에 걸맞지 않게 변비에 걸린 까닭은 <만성스트레스> 때문이다. 다들 이런 경험들 한 번 쯤 있으실 테다. 화장실에 앉아 오랜만에 변선생을 만나려는데 변선생이 나올락 말락 하는 순간에 전화벨이 울리거나 누군가 애타게 나를 찾는 소리 덕분에 그 후로 오랫동안 변선생을 만났을 수 없었던 사연을 말이다. 화장실에 있는 시간만큼은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고 오직 자기자신과의 만남의 시간이 될 정도로 편안하기에 절에서는 화장실을 따로 <해우소>라고 부르는 것일 테다.
그런데 초등학생일 뿐인 주인공이 <만성스트레스> 때문에 오랫동안 변선생을 못 만났다니 무슨 까닭일까? 그건 다름 아닌 오장군의 담임선생님이기도 한 '엄마의 잔소리' 때문이다. 집에서만 듣는 것도 짜증이 날 법한데 학교에서까지 감시에 잔소리가 끊이질 않으니 <만성스트레스>가 생길만도 하다.
사실 초등학생이 스트레스로 인해 질병을 얻는 일은 요즘 굉장히 흔한 일에 속한다. 어른 못지 않은 빡빡한 일정에 과도한 업무(학원숙제과 수행평가과제 따위)는 물론이고 각종 시험이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다가오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란다. 그런데 거기에 덧붙여서 <엄마의 잔소리>까지 듣는 상황이라면...까무러치지 않는 것이 용하다.
그래서 오장군은 엄마가 집을 비울 때마다 <내가 왕이다>를 외치며 집안의 모든 것을 향해 신하에게 명령하듯이 근엄하게 행동하는 놀이(?)를 하곤 한다. 딴에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과연 <엄마의 잔소리>는 정말 효용이 있는 걸까? 잔소리는 '가장 훌륭한 명언이면서 동시에 가장 하릴없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유명한 사람의 격언을 조금 흉내낸 것인데, 정확히 누가 한 말인지는 생각이 나지 않고, 정확한 구절도 생각나지 않아 대충 흉내내 보았다. 수업중에 가끔 훈게조로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긴 하지만 이건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가 될 때가 다반사다. 간혹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줄 때에만 뿌듯할 뿐, 대게는 벌레 씹은 표정을 지으며 딴짓을 하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그러면 잔소리를 하다가 욱하고 성질이 솟구쳐서 반협박조로 말을 하곤 하는데...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
잔소리를 늘어놓을 때면 늘 하는 생각이 '이건 내가 어릴 적에 늘 듣던 말인데..나도 이런 잔소리를 들으면서 자랐는데.."하며 격세지감을 느끼곤 한다. 나름 추억의 부스러기라고나 할까? 아무튼 <초등학생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잔소리>라고 하니 나만이라도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잔소리를 줄여야 겠다. 대신에 이 책에서처럼 조그만 일에도 칭찬을 해주어야지~라는 작심삼일일게 뻔한 다짐을 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