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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점 세트

[도서] 빙점 세트

미우라 아야코 저/정난진 역

내용 평점 1점

구성 평점 3점

"오빠, 오랜만이네" "정말 그렇구나. 해가 바뀌고 나서는 처음이니..." "그렇구나가 뭐야, 벌써 5월이라고 오.월....요즘 무슨 책읽어?"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속 빙점>...속편은 지금 읽고 있는 중이야." "재미있어?" "책은 술술 넘어간다만...글쎄, 재미있다고 얘기해야하나...어쨋든 시작은 무라이와 나쓰에의 밀애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책의 등장인물은 남편인 게이조와 아내인 나쓰에, 이 둘의 자식인 루리코와 도오루, 나쓰에를 사모하는 남편과 같은 병원의 안과전문의 무라이, 젊은 시절 나쓰에를 사이에 두고 연적이었던 게이조의 친구이자 동창인 다카기, 나쓰에의 오랜친구 다쓰코, 게이조를 짝사랑하는 같은 병원 사무원 유카코... 그리고 어린 루리코를 목졸라 죽인 살인자 사이시와 살인자의 딸 생후 3개월된 요코. 길고 긴 이야기의 등장인물 치고는 꽤 한정된 느낌이다. 그리고 그 한정된 느낌은 어김없이 일본이라는 색안경을 끼게 만든다. 아쿠타가와를 논할때에도 이야기했던, 인간 본성의 추악함... <얼룩고양이 홈즈>시리즈를 낸 아카가와 지로도 그랬고, <공생충>의 무라카미 류도 그랬고... 이 책에서도 그랬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를 다루었다...고 평들 하지만, 아니다. 그것이 아니다. 쓰잘 때 없는 배려, 불필요한 감정싸움... 오해와 불신만이 가득한 사회...이런 것들과 일본이 결합하면 왜 이리도 잘 어울리는 지... 한마디로 바보들의 천국이다. 답답함의 극치... 배려...일본말로는 <기쿠바리>라고 불리는, 미루어 헤아려 편안하고 불편하지 않게 해주며, 자연스레 나를 낮추고 상대를 높여 서로 체면을 세워주는 효과가 있고 애시당초 상대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최선의 방법. 그렇기에 일본에서의 배려는 대인관계의 시작이며 마침표이다. 깔끔을 넘어선 결벽증세... 길에서 어깨라도 부딪힐라치면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스미마셍~이라고 말하는 일본인... <스미마셍>을 직역하면, <끝나지 않았습니다>란 뜻이란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도대체 무엇이 끝나지 않았다는 겐지... 나름 일본을 알고 있다는 사람들은 이 <무엇>을 <은혜>라고 설명한다. 일본어로는 온(恩). 그럼 은혜를 입었으니 온당 갚아야 하는데 아직 갚지 못하였으니(끝나지 않았으니) 미안합니다. 다시 해석하면, 상대방을 미루어 살피지 못해 상대에게 폐를 끼치고도 그에 상응하는 은혜를 갚음을 끝내지 못하고 말뿐이니 미안하다는 말인가... 우리도 미안하다고 말을 할 때 이런 마음을 품기나 하는지... 일본에서 해석하는 <기독교의 원죄>는 이런식의 뉘앙스를 풍긴다. 살인자의 딸이니 자식도 살인자의 굴레를 쓰고 살아간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하면서도 살인자의 딸을 바람핀 아내의 죄에 상응한다는 이유를 들어 입양하는 남편 게이조. 순간의 연정으로 인해 자신의 딸이 죽었다고 자책하고, 죽은 딸을 대신해 얻은 요코를 사랑과 정성으로 키우지만, 7년 뒤 우연히 읽은 남편의 일기와 편지를 통해 자기 딸 루리코를 살인한 사이시의 딸을 아무것도 모르고 키워왔다는 배신감에 남몰래 요코를 괴롭히기로 결심한 아내 나쓰에. 자신이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안 뒤에도 이름처럼 자신의 밝음을 잃지 않는 요코(陽子) 마지막에 요코에게 찾아온 사랑 앞에서 자신이 살인자의 딸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비정한 어미행세를 한 나쓰에를 미워하기보다 자신의 밝음이 식어버리는 빙점을 발견했다는...살인자의 딸이기에 벗어날 수 없는 굴레를 뒤집어 쓰고, 온갖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겠다던 요코의 마음도 식어버리는 빙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자신의 아버지가 양부모의 친딸 루리코를 죽였다던 그 숲에서 음독자살을 시도한다... 결국 살아난다. 원죄의 극복이 아닌, (넌 살인자의 딸이 아니란다. 우리가 잘못 알았던 거야. 스미마셍~요코.) 원죄의 회피...그럼 그동안 그죄를 추궁했던 사람들은 어찌될 것인가...그건 속편에서 다루겠지. "음...뭔가 알듯 말듯한데." "책은 연속극을 보듯 읽히지만 등장인물들의 추악한 본성만 부각될 뿐 아무런 감동도 보이질 않는다." "이게 그렇게 혐오스런 책이었어?" "아니아니, 책 내용이 혐오스럽다는 게 아니라 내가 그렇게 느꼈다는 거지. 이를테면, 넌 왜 내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거지? 속상해. 직접적으로 내 마음을 밝히기는 쑥쓰러우니까 이렇게 행동할께. 내 마음을 알아맞춰봐." "세상에. 남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이 어딨어."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지. 그리고 또 오해하고 불신하고...그런 악감정들의 연속...바보들의 행진...왜 그들은 자신의 속내를 말하길 꺼릴까? 왜 진실을 말하길 꺼리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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