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참 독특하다. 물리학이니 과학책임에 틀림없는데, 뜬금없이 '대통령을 위한'다니 이게 무슨이야긴가 싶다. 말인즉슨, 한 나라의 지도자가 과학적인 상식이 없으면 중대한 정책 결정을 내림에 있어서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으니 웬만하면 과학적 상식을 갖추길 당부하면서, 적어도 이 책에서 다루는 다섯 가지 주제에 대해 조언을 주겠다는 취지로 쓰여진 책이다.
이런 생각에 이르자 정말 시의적절한 책이 아닐 수 없다 싶었다.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흐르는 천연의 강을 콘크리트로 뒤덮어 거대한 어항(?)으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이야기를 천역덕스럽게 하는 대통령이 있으니 말이다. 물의 흐름을 막으면 고인 물이 썩듯 4천만 명의 식수로 사용하는 강이 오염될 가능성이 높으냐는 우려섞인 국민들의 말에 또다시 '로봇물고기'를 풀어놓아서 오염을 수시로 감시하기 때문에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는 대통령이 계시다. 그래. 오염을 감지했다고 치자. 그 뒤에 소독약을 풀어 깨끗이 정화시킬 참인가? 이 무슨 유통기한 넘긴 생수병에 소독약 치면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말도 안 되는 이야기란 말인가?
그렇기에 이 책의 서문에 적힌 글쓴이의 지적에 솔깃해서 냉큼 책을 읽었다. 그런데 왠걸 대통령에게 당부하는 말이긴 한데, 전 세계 지도자에게 당부하는 말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 대통령에게 권하는 조언 뿐이었다. 미국 과학자가 쓴 조언이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미국 대통령의 결정이 미국 내에서만 그치지 않고, 전 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렇게 내린 정책결정이 온누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는 미국에만 유리한 정책결정으로밖에 볼 수 없는 내용이 차지하고 있어서 정말 아쉬웠다.
예를 들어, 이 책은 상당부분을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해 할해하였다. 그리고 지구 온난화와 같은 문제는 미국만이 아니라 온누리에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난 주제이다. 그런데 글쓴이는 지구 온난화가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일러주며 자못 중립적인 위치를 지키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주요 국가가 미국임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중국과 인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수치(과학적인 근거)'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또 원자력 발전소와 핵 무기의 차이를 강조하고, 단정적으로 원자력 발전소는 핵 무기처럼 터질 위험이 없으니 굉장히 안전한 에너지임에 틀림없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이 책이 처음 쓰여진 시기가 2008년도이기 때문에 2011년 3월에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예를 전혀 감안하지 않은 셈이다. 아마도 2011년 3월 이후에 쓰여졌다면 내용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으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보니 그럴 것 같지도 않다. 왜냐 하면, 원자력과 핵의 위험성을 '방사능 수치'와 '암 발생률' 사이의 상관관계에 집중하여 설명하였고, 결론적으로 원자력 발전소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1% 미만이라고 못 박아 버렸다. 그러면서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1%의 희생을 막기 위해 체르노빌 지역에 사는 주민들을 완전히 소개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따졌다.
이런 점을 볼 때마다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과학자니까 그럴 수 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방사능'에 노출되었다고 해도 직접적인 방사능 원인 때문에 죽은 사람은 100명 가운데 1명에 불과하니 완전히 소개하여 텅빈 도시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주장을 과학자라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도자는 1%가 아니라 단 한 명의 주민이 위험에 빠졌다면 당연히 소개시켜야 한다. 당연하지 않은가? 과학자가 아니라 지도자라면 자국 국민이 단 한 명이라도 위험에 빠지면 자위권을 발동하여 최선의 방법을 동원하여 구해야 한다. 설령 다른 99명의 국민의 생존 가능성이 조금 깎이는 일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조금 흥분했다. 99명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1명을 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도를 찾아야 진정한 지도자라 할 수 있을 게다. 현 대통령이 1%만 눈에 보이고 99%는 투명인간 취급을 하니 살짝 흥분을 했다.
어쨌든 이 책은 최고의 물리학자가 대통령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을 전한 책이다. 그와 동시에 독자들에게는 과학적 상식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였으니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책일 게다. 그런 의미에서는 아주 훌륭하기 그지 없는데, <미국 대통령만을 위한 책>같은 느낌이 지워지지 않아 좀 씁쓸한 책이었다.
경제 대통령을 뽑아서 한바탕 곤혹을 치뤘다. 경제 이외에는 마치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처럼 행동하는 대통령이 얼마나 위험한지 처절히 깨달았다. 마찬가지로 과학밖에 모르는 대통령도 꽤나 위험한 듯 싶다. 그 때문에 일찌기 플라톤은 '철인정치'를 추구했었던가? 도덕적 우위를 갖추지 못한 지도자가 나라를 다스리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 말이다. 그러나 도덕만 앞세우는 지도자도 그닥 미덥지 못하다. 그러니 한 나라의 지도자감을 뽑을 때에는 두루두루 검증된 사람을 뽑아야 할 것이다. 정치는 물론 경제, 과학 등에 풍부한 지식을 쌓고, 빠뜨릴 수 없는 높은 도덕성을 갖추었다고 검증된 인물을 뽑아야 할 테다. 앞으로는 반드시!
또다시 우쨌든, 과학책임에는 틀림없지만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을지도 가늠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