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이 벌이는 자연스런 상술이 돋보이는 책이다. 학부모 가운데 어머님들의 걱정거리인 '아이의 성적과 불안심리'를 볼모로 삼아 제 잇속을 챙기려는 상술이 감추어지지도 않고, 백일하에 드러낸 고도의 상술이 아주 돋보이는 책이다. 대한민국 상위 3%가 꼭 빠트리지 않고 챙기는 공부비법을 낱낱이 밝힘과 동시에, 공부의 기본은 <공교육>에 있다고 배경을 깔아놓으면서도, 결코 <공교육>이 따라잡지 못할 <사교육>만이 지닌 장점을 강조하였기에 엄마들은 더욱더 '사교육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당신도 역시 결국 '사교육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그런 엄마임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나쁜 책? 아니, 절대 그렇지는 않다. 대한민국 교육에서 <사교육>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게 된 지 이미 오래 되었고, <공교육 vs 사교육>의 논쟁은 해묵은 논쟁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런 비판(!)만으로는 흠집조차 낼 수 없는 형편이다. 또 다시 아니, 이 책은 <대한민국 교육시스템>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초보 엄마와 아빠를 위한 좋은 지침서로써 더할나위 없이 훌륭하다. 그런데도 이 책을 논하기에 앞서 비판부터 늘어놓은 까닭은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무책임하게 처방을 내리면 독약과 다를 바가 없음을 잊지 마시고 우리 아이에게 꼭 필요한 것만 골라 현명하게 쓰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쓴소리'로 봐주길 바란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책>은 아주 유용하다. 먼저 '첫아이'가 주는 어쩔 줄 모르는 당황스러움을 풀어낼 수 있다. '첫아이' 때는 늘 그렇듯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좋다는 것은 마구잡이로 시키기 마련이다. 또 그래서 실패하는 소중하기 이를 데가 없는 '첫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바로 이 상처는 대개 '부족'보다는 '과잉'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사교육도 적절히 줄여서 '여유'를 갖고 차근차근 공부를 시작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는 책이 으뜸이다. 그런 뜻에서 이 책은 딱 안성맞춤이다. 처음부터 '종합반'을 선택해서 아이의 24시간을 일일이 감시하는 체계로 시작하는 중학교 생활이 술술 잘 풀릴 턱이 없다. 그러니 <엠베스트>라고 하는 '인터넷 동영상 강의'부터 차근차근 하나씩하나씩 단계를 밟아 점차 '자기만의 공부 스타일'을 찾고 '자기만의 공부 비법'을 갈고 닦을 수 있도록 느끼게 해주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일 거라고 지침하였다. 이 책은.
그 다음으로 <이 책>을 고른 학부모는 장차 '대입'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 골랐을 것이다. 바로 그 '대입'에 이르기까지 준비부터 온갖 과정, 그리고 마무리까지 체계적으로 친절하게(?) 안내하였기 때문에 탁월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안내라는 것이 '상위권 학생'에게만 친절한 것이 '옥에 티'라면 티겠는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 싶다. 아무리 훌륭한 성형외과의사라고 하더라도 '아이유'를 '김태희'로 바꿀 수는 없으니 말이다. 마찬가지로 공부 못하는 학생을 한 순간에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더 나아가 '대입'도 거뜬히 통과할 수 있는 학생으로 만들어주는 책이 있을 턱이 없다. 더구나 '가수'는 가수 나름의 장기가 있는 것이고, '배우'는 배우 나름의 장기가 있는 법이니 '성적'이라는 잣대로 우리들의 소중한 아이들을 '일률 평가'하는 사회 비판적인 현실과 성적 향상을 위한 공부비법은 구분하여서 접근했으면 한다. 이 책은.
잠시 딴 얘기를 하자면, <사교육> 선생님 가운데서도 아이들의 인성을 올바르게 잡아주고, 질풍노도처럼 치닫는 아이들과 청춘의 아픔을 함께 하며 바람직한 길로 인도하시는 분들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이런 분들이 공부 못하는 아이를 단박에 '성적 향상'시킬 수 있는 '공부 비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고 하여 폄하하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또 아이는 공부쪽으로 소질도 없고, 관심도 없는데, 오직 부모님 때문에 억지로 공부를 해야만 하는 현실에서 허덕이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땐 일단 '공부 비법'을 전수해주는 일에 앞서 '상담을 통해 고민해결'부터 해주어야 한다. 공부가 스트레스인 아이에게 공부만이 살 길이라며 밀어부친다고 아이가 공부할 리 만무다. OECD 국가 가운데 학생들의 행복도를 조사하면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늘 꼴찌라는 결과를 눈여겨 볼 일이다. <성적 지상주의>라고 불릴 지경인 우리 나라 교육실태를 고민해볼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고민거리가 '공부 비법 전수'하는 것보다 앞서야 한다고 본다.
자, 이 정도만으로도 <이 책>의 장점은 그 어떤 책보다 앞설 것이다.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이 책>의 장점은 읽으면 읽을 수록 돋보인다. <중고등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2012년, 달라지는 교과서와 교육 목표로 인한 혼잡스러움에 교통정리해주는 센스>까지 두루두루 갖춘 책이다. <이 책>은.
마지막으로 중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직접적으로 학업 스트레스를 받을 아이에게 힘이 되어줄 엄마를 위한 <원 포인트 레슨>이 수록되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부는 웬만큼 하지만 장래 꿈이나 목표가 없는 아이'를 위한 조언이다. 의외로 이런 아이들이 많다. 성적은 상위권이지만 딱히 자신의 미래에 대해 꿈꾸거나 도무지 무엇을 해야 할지 깜깜한 아이들이 꽤나 많다.
이런 유형의 아이들은 대개 <강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짙다. 왜냐면 어릴 적에는 어떤 어린이든 간에 장래에 무엇이 되겠다고 한 번쯤 이야기해 보았다. 그런데 그 무엇이 부모님의 성에 차지 않아 장난스레, 그러나 은근한 압박감을 실어 '의사, 변호사, 판사...'로 고정수입이 많은 직업을 강요하거나, '김연아, 박지성, 추신수...' 등으로 고액연봉을 노리는 전문인이 되길 강요하였던 경험이 의외로 '트라우마'로 작용한 경우가 없지 않다. 그래서 이런 부모님 밑에 있는 아이들은 은연중에 자신의 꿈이 없다고 말하거나, 그닥 진지하게 생각해볼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말해보았자 별볼일 없는 것이라 부모님에게 제지 당할 것이라고 짐작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못 심각해졌는데, 예컨데 이래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요리사가 꿈이라고 말하면, "뭐? 요리사? 야, 공부나 해. 요리사는 무슨..얼어죽을...꿈을 꿀려면 원대한 꿈을 꿔야 해. 당장은 법학과 진학해서 법관될 생각만 해. 그러고 나서 안 돼면 그때 요리사를 하든가 말든가...알았지?"라고 대꾸하기 십상이다. 부모로서 당연한 대답이라고 여기실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런 답변 때문에 <자기만의 꿈>이 묵살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반항적인 아이라면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막나갈 것이고, 순종적인 아이라면 자기 자신을 죽여버리고 부모님의 인형노릇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어떤 아이도 긍정적인 모습은 아닐 것이다.
이와 반대로, "요리사! 와~ 그거 좋다. 그럼 엄마는 나중에 일류 요리사가 해주는 풀코스 요리를 매일 먹을 수 있는 거네. 그럼 당장 <요리학원>부터 찾아볼까? 넌 어떤 요리를 하고 싶니? 중식, 일식, 양식, 아니면 한식?", "음...요리사는 그냥 다 하는 거 아닌가? 하나만 고른다면...음, 난 자장면 좋아하니까...중식을 고를래요. 가만 회도 좋아하잖아..." 아이들은 아이일 뿐이다. 아이들은 꿈을 꿀 때,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꾸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셔야 한다. 그냥 요리를 만들면 즐거울 것 같으니까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럴 때 부모님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면 아이는 마음껏 꿈을 꿀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면, "엄마, 나 파일럿(비행사)이 되고 싶어요." "응? 얼마전에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며...요리학원도 다녀놓고서." "으응...근데 다녀보니까 쉽지도 않고, 그닥 재미도 없더라고요. 내가 생각했던 것하고 달랐어. 그런데 파일럿은 정말 멋있는 것 같아. 하늘을 휭휭 날 수 있잖아." "요녀석..변덕은...그래, 그래. 그럼 엄마는 이 담에 세계여행은 공짜로 하겠구나. 엄마는 가장 먼저 캥거루 보고 싶어. 엄마는 어릴 적부터 캥거루 주머니에 들어가보는 게 꿈이었다. 그런데 드디어 아들 덕분에 그 꿈을 이루어 보는구나. 아들아, 고맙다. 쪽~", "음...쪽팔릴 것 같아. 나, 파일럿 안 할래. 헤헤", "뭐, 이렇게 엄마의 꿈은 또 산산 조각나는 구나. 흑흑"
직업이 꿈인가? 에 대한 논란은 일단 접어두고, 이렇게 아이들이 꿈꾸는 것을 즐길 수 있도록 부모님이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좀 길게 나불거렸지만, 나름 중요한 내용이라 생각되어서 그랬다. 요즘 꿈이 없는 아이들을 보면 나중에 대한민국이 <좀비 공화국>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서 말이다. 꿈도 이상도 없이 그저 삶이란 무게에 허덕이는 불쌍한 인생들이 요즘에도 넘쳐나지 않은가?
어쨌든 <이 책>은 참 유용한 책이다. 이리저리 써먹을 데가 많은 책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으며 중학교에 입학한 뒤, 학교생활과 학습방법을 연구하고 계획을 짜보는 것일 테다. 이 때, 경험자의 조언도 함께 곁들이면 더욱 맛깔난 계획을 짤 수 있을 테고 말이다. 이 정도면 훌륭한 <학습 안내서>가 아닐까? <이 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