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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이야기 1

[도서] 변신이야기 1

오비디우스 저/이윤기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서양문화를 배울 때 가장 먼저 읽는 책이 <그리스로마 신화>다. 그만큼 신화에는 그 나라, 그 민족의 거의 모든 것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양문화를 공부하려면 꼭 읽어주어야 할 필독서다. 그런데 그런 필독서가 너무 많아서 탈이다. 그러나 '원전'에 해당하는 책은 오비디우스의 것과 토마스 벌핀치의 것이 있는데, 이 둘 모두 故 이윤기 선생이 모두 뒤쳐(번역해) 놓았다. 이 책이 바로 이윤기 선생이 뒤쳐 놓은 책인데, 이것 말고도 이윤기 선생이 직접 우리 나라 정서에 맞게 풀어놓은 책이 다섯 권이 있으니 그것으로 읽어도 좋을 것이다.

 

  이윤기 선생이 쓴 책의 첫머리에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에 대한 이야기로 <그리스로마 신화>속 세계로 안내하는 내용을 읽을 수 있다. 하고 많은 신화이야기 가운데 왜 하필 '미궁을 탈출하는데 쓰인 실타래'를 골랐을까 싶지만, 이는 어렵지 않게 풀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그리스로마 신화> 자체가 거대하고 복잡한 미궁과도 같기 때문일 것이다.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는 크레타로 끌려가는 제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몰래 숨어들어 괴물 미노타우르스가 숨어 사는 미궁속으로 용감하게 들어간다. 그런 테세우스에게 한 눈에 반한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는 아무리 용감한 테세우스라도 미노타우르스를 죽일 수는 있으나 끝내 미궁속을 헤매다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을 알고 테세우스에게 '실타래'를 건내며 미궁에서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일러준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신화치고는 매우 체계적이면서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신들과 영웅들의 가계도를 볼작시면 매우 긴밀한 관계에 놓여 있으면서도 앞뒤 순서가 뒤죽박죽으로 엉클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물론 그런 것들을 살짝 무시하고 옛이야기를 읽듯 막무가내로 읽어낼 수도 있으나 그러기엔 또 엄청난 분량 때문에 놀라고 쉬 지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이윤기 선생은 미궁과도 같은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는이(독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실타래'를 넌지시 건내주었을 것이다.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다. 엉킨 실타래는 성급하게 풀면 더 엉키기 마련이니 '실마리'를 잡고서 천천히 한가닥한가닥씩 풀어내면 참맛을 제대로, 또 어렵지 않게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이 책은 '원전' 가운데 최고(最古)인 작품이고, 뒤치미(번역가) 가운데 최고(最高)인 이윤기 선생의 작품이니 <그리스로마 신화>의 참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책이라는 이야기를 하고파서 이리 길게 끌어내었다. 그러나 다음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한 걱정거리를 이야기해야 겠다.

 

  먼저 <그리스로마 신화>를 '언제' 읽혀야 하느냐다. 아시다시피 <그리스로마 신화>는 인간이 지닌 모든 감정을 신과 영웅으로 그려내었다. 그러다보니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익혀 잘못을 줄여나가는 교훈을 얻을 수도 있으나, 그로 인해 사랑을 하면 그 어떤 수단도 용납되는 법도 함께 배울 수 있는 것이 문제며,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서 받게 되는 벌이 너무나도 끔찍하다는 점이 또 다른 문제이다. 다 큰 성인들이 읽기에는 그닥 문제가 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를 비롯해서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는 어떤가? 유피테르(제우스)가 첫눈에 반해 따먹고 버린(?) 여인들이 얼마며, 또 본처인 유노(헤라)에게 미움을 받아 끔찍한 벌을 영원히 받아야 하는 불쌍한 여인들이 또 얼마던가. 아무리 신화속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어린이들에게 직접 읽히기에는 적당한 내용들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어린이들에게는 내용을 좀 더 '순화'시켜서 권해주면 해결이 될 것인가? 그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백설공주를 내치고 죽이기까지 한 왕비가 사실은 친어미였다는 '잔혹동화'의 내용을 살짝 바꿔 '계모'였다는 내용도, 먹고 살기 빠듯하다는 까닭으로 헨젤과 그레텔를 숲 속에 버리고 오라고 아빠를 설득한 어미도 사실은 친어미인데 '계모'로 살짝 바꾸었었다. 한편 신데렐라는 어떤가. 원작에서는 신데렐라를 괴롭히던 새엄마와 두 언니가 유리구두를 신기 위해 발가락과 뒤꿈치를 잘라내고, 비둘기에게 쪼여 두 눈이 멀게 된다는 것이 본래 내용이지만, 이를 샤를 페로는 살짝 바꿔 대모요정에게 한바탕 훈계를 듣고 잘못을 뉘우치는 것으로 내용이 바뀌었다. <그리스로마 신화>도 이렇게 원작을 훼손할 정도로 바뀌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면 이 또한 좋은 대안일 게다.

 

  또 하나는 '신화의 비중' 면에서 거의 절대적으로 <그리스로마 신화>에 치우쳐서 다룬다는 점이 문제다. 신화라는 것이 각 나라, 각 민족의 '고유성'을 드러내기 마련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마치 '신화의 정석'은 <그리스로마 신화>란 것처럼 대중적으로 읽히는 점이 문제라고 보인다. 서양문화를 읽어내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 읽히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데 그게 무슨 문제냐는 의견도 나올 수 있겠다. 그러나 비약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우리 나라에도 엄연히 우리 고유의 신화가 있고, 그런 신화를 통해서 민족적 자존감과 자긍심을 배우고 익힐 필요가 있다. 그런데 그런 자존감과 자긍심을 미처 배우기도 전에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히기에 바쁘다는 것이 문제란 말이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우리의 것만 고집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지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의 전통과 고유성을 배우고 익히기도 전에 서양문화를 배우고 읽히려하는 까닭은 무슨 의도일까? 그 밑바닥에 깔린 정서가 강대국에 대한 약소국의 사대주의적 처세까지는 아닐지라도 스스로 자신의 폄하하는 일임을 깨닫지도 못하고, 막연하게 그래야만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앞서갈 수 있다는 착각에서 저지르는 실수가 아닐런지 걱정되어 하는 말이다. 그런 깨달음이 모자란 배움과 우리 것보다 다른 나라의 것을 제 나라 정서인 것으로 알고 자란 아이들이 커서 만든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 자못 심각하게 생각해보니 끔찍하기 그지 없었다.

 

  그렇기에 <그리스로마 신화>는 일러도 청소년 시기에나 적당하지 어린 시절부터 굳이 읽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어린 시절부터 읽히더라도 우리 것과 서로 '비교독서'할 수 있는 환경 아래에서 읽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어른들은? 좀 읽어주세요. 아무리 '고전'이 책이름만 알고 정작 읽어보지 않는 책이라고 할지라도 '문학적 소양'을 익히기 위해서라도 좀 읽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가?

 

  한편 '그리스로마 신화'과 다르지 않는 내용을 담은 이 책의 제목이 <변신이야기>인 까닭이 알쏭달쏭할 따름이다. 변신이라함은 몸의 모양이나 태도를 바꾸는 것을 이르는 말이니, <변신이야기>에 신과 영웅들이 바뀐 몸과 바뀐 태도의 이야기만 골라 모아놓은 책일러니 싶었으나, 뭐 딱히 그런 내용만 골라 모아놓은 것 같지 않았다. 짐작컨대 책제목은 그닥 중요하지 않은 듯 싶다. 그냥 내용을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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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eunbi

    이윤기 선생의 번역서면 읽어봤을건데... 시대적으로 봐도 그렇구요. 내용도 대충 알것도 같은데... 아리까리~ 합니다... 요즘은 정말 자신이 없어집니다... 음...

    2011.12.13 22:47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수애처럼 그리 잊고 사시면 안 되어요T ^T)

      2011.12.15 09:37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