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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줄까

[도서]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줄까

박현희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나는 옛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무엇보다 눈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제목만 보고도 차르륵 펼쳐지는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지고,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자연스럽게 뒷이야기가 이어지는 낯익음 때문에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물론 같은 까닭으로 질리다고 여기는 분들도 있을 게다. 그런데 옛이야기도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유행을 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익숨함 속에서 낯선 장면을 만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다시 말해, 틀에 박힌 옛이야기라하더라도 얼마든지 새로운 장면을 끼어넣어 옛이야기를 뒤틀 수도 있단 말이다. 그러니 옛이야기는 원래의 맛을 기대하면서 언제든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집어든 까닭도 바로 내가 좋아하는 옛이야기가 담긴 책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책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옛이야기가 한 가득 담겨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런데 그냥 옛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하고 교훈과 숨은 뜻을 풀어내는 정도에서 멈추지 않았다. 옛이야기를 뒤틀어서 새롭게 해석해내면서, 정작 하고픈 말은 우리네 학교내 현실을 꼬집거나 배우미(학생)들이 겪는 고충과 문제점이었다. 글쓴이가 현직 가르치미(교사)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참 꼼꼼하고 샅샅이 드러내어 주위를 환기시키는 품에 정말 공감하였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네 교육현실이 참 골칫거리 투성이다. 얼마전에 발표가 되고, 또 논란도 사뭇 심각하였던 <학생인권조례>만 보아도 그렇다. 배우미들도 엄연히 온전한 인격체이므로 인권을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체벌금지, 두발자유 등과 같은 안이 배우미들이 누릴 당연한 권리에 속하게 되었다. 그런데 한편으론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어 교육현장이 엉맘이 되었고, 무엇보다 '교권'이 추락하여서 가르치미가 제대로 가르칠 수조차 없는 형편이 되었기에 반대성명을 하며 맞불을 놓았다.

 

  그런데 이 책을 쓴 글쓴이가 이야기하는 품이 새롭기 그지없다. 이에 대해 글쓴이는 단칼에 자르듯 '배울 권리'는 있어도 '가르칠 권리'는 없다고 하면서 <교권추락>과 같은 일은 애초부터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다분히 가르치미 편을 들며 옹호하는 듯 싶지만 그게 아니다. 어느 쪽이냐 하면 그냥 내비두자는 쪽이다. 까닭인 즉슨, 양치기 소년이 거짓말을 한 까닭에 중대한 문제점이 깔려 있기 때문이란다. 그렇기 때문에 거짓말한 양치기 소년이 나쁜 소년임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양치기 소년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왜? 먼저 노동착취 아닌가 말이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양들에게만 둘러 싸인 환경에 놓였는데 얼마나 놀고 싶었겠느냔 말이다. 그러니 "늑대다!"와 같은 거짓말은 정말 심심해서 한 것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고 주장한다.

 

  딴에는 그렇다. 어린 나이에 홀로 양들 하고만 놀자니 어지간히 심심할 것이다. 그래도 양이 소년의 것도 아닌데 소중히 돌보기는커녕 장난질을 하여 주민들의 재산인 양을 늑대에게 잡아먹히게 한 죄는 용납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런데 글쓴이는 이것도 마을 어른들의 잘못이 크단다. 소년이 한 거짓말 몇 번 때문에 진짜로 늑대가 양을 잡아먹고, 또 어떤 이야기에서는 소년까지 늑대에게 잡아먹히도록 냅두는 일이 절대 잘 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단다. 더구나 어른이 아니냔 말이다. 그런데 그 어른이 가르치미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배우미가 수업시간에 잘못을 저질렀기로서니 배우미들을 벌로 다스려야만 하느냐고 되묻는다.

 

  '가르칠 권리'를 말하는 <교권>이라면 체벌금지로 인해 배우미를 다루기 힘들다고 말해선 안 될 것이다. 또 배우미들의 머리 모양과 치마단 길이를 단속하는 것으로 도대체 무엇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이냐고 따지듯 되묻는다. 글쓴이는. 그러면서 <교권>이 사실은 '가르치미들이 누릴 권력과 권위'를 말하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거창하게 교육현실이 암담하다고 떠벌리면서 고작 어린 배우미들 앞에서 폼잡고 싶은 것이냐는 듯이 말이다.

 

  이 뿐 아니다. 백설공주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자꾸 문을 열어주는 까닭을 홀로 집에 갇혀 지내는 어머님들이 겪는 외로움에 빗대어 풀어내었고, 신데렐라가 벗어놓은 신발로 신붓감을 찾으려는 왕자의 속셈(?)을 마치 추리소설 속 탐정처럼 이러저러한 정황을 파헤치며 풀어놓았다. 또 거울에 집착하는 백설공주의 의붓어머니(원작에선 친어머니라던데 글쓴이는 의붓어머니로 풀어내었다)가 보여주는 심리를 수업시간에도 거울을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학교안 '거울 공주'들의 심리와 서로 비교하며 풀어내는 장면은 이 책에서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옛이야기로 우리네 교육현실을 비춘 이 책이 난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매우 재밌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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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eunbi

    학생인권... 인권이런거 존중받을 아이들이 있는 반면에 이런걸 자기 퇴화(표현이 좀 그렇나요?)에 이용하려는게 문제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 가르치미와 부딪히는거고... 이지아님 말씀처럼 그냥 내비두는게 최선인데... 지금까지의 가르치미로서는 그게 업무태만(?)으로 스스로 자리매김하여 양심의 문제로 해석해버리니 문제... 그들이 퇴화되든 사회조직에서 따돌리지든 버려두자는게 지금 위정자들이 하는 일 아닐까요. 그들은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 나왔기에 찌질이들의 행보를 도통 모른다는거....이게 근본문제일꺼구요... 집에도 가르치미가 4분 계신데... 2분은 명퇴를 신청했기에 관심이 갑니다...

    2011.12.20 00:3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가르치미(교육자) 집안이시군요. 그것도 네 분이나...정말 부럽사와요(") 제 배우자로 가르치미를 택하고 싶은데...어디 제 베필이 될만한 분은 주위에 없으신지요^-^=헤벌쭉~

      2011.12.21 00:09
  • 예쁜엄마

    백설공주는 아마도 혼자라서 외롭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보내요...
    저희 큰 아이는 백설공주가 또 다른 세상으로 가고 싶어서 자꾸만 문을 열어 준 것이라고 합니다.난장이와 사는 곳의 생활도 힘들었기 떄문이라나요.
    작은 아이는 예쁜 것들을 받고 싶어서라고 하구요.
    잘 읽었습니다. 가르치미도 배우미도 다 자신의 본분을 다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마찰이 덜하지 않을까하고 생각이 되네요.

    2011.12.20 15:3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어릴 적엔 '백설공주' 하면, 백설식용유, 백설표 설탕, 그리고 백설기가 떠올랐었어요. 그래서 떡이 나오는 동화는 좀처럼 읽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 나곤해요^-^;;
      백설공주가 왜 자꾸 문을 열어주느냐...전 궁금하진 않았거든요. 그저 정말 왕자가 뽀뽀하면 공주는 깨어나는가? 왜 깨어날까? 그것만 궁금해했더랬죠. 예쁜엄마님의 아이는 정말 천재인가 보아요. 상상력이 정말 풍부하고만요.
      결국 <도덕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네요. 제 본분을 다한다는 것이 바로 도덕을 지킨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앞서서 그래요. 그냥 착한 마음으로 착한 행동을 하면 그뿐일텐데...참 복잡하게 산다는 생각도 들고, 세상이 참 무섭다는 생각도 들고...어렵습니다. 어려워요.

      2011.12.21 00:15
    • 예쁜엄마

      세상을 살아가는 것을 아이에게 하나씩 가르쳐 준 다는 것은 혹은 알게 도와 준 다는 것은 가르치미 뿐 만이 아니라 부모로써도 무척이나 힘들고 어렵습니다. 지아님처럼 아이들을 더 생각하는 가르치미가 많아져서 배우미들이 더 많이 본받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2011.12.21 09:16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과찬이셔요. 전 그리 훌륭하지 않습니다. 그저 저보다 나은 가르치미들을 본받을 따름이지요.

      2011.12.21 11:11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