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마법의 능력을 갖게 된 나무가 있다. 그 나무로 만든 의자도 당연히 마법을 지녔다. 왜 마법을 지니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상관없다. 아직까지는.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그 비밀도 자연스레 밝혀질 테니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다. 더구나 이 책은 <판타지>다. 그러니 일단은 책에 정해준 순서대로 읽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섣불리 이래저래 따지기 시작하면 정말 책장도 넘어가지 않을 뿐더러 읽을수록 따분할 따름일게다. 그러니 일단은 따지지 말자. 여기 매직트리가 있고, 앉아서 소원을 말하면 무엇이든지 이루어주는 마법을 지닌 '빨간 의자'가 있다.
이 책보다 앞선 작품이 있는데 아쉽게도 아직 읽어보지 못한 상황이다. 그래서 책을 펼쳐들고 느닷없이 주인공이 사는 집이 하늘을 나는 상황이 쉽게 파악이 되지 않았다. 또 삽화도 아기자기한 그림체를 좋아하는데 실사를 짜깁기한 형식으로 하였기에 그닥 마음에 차지 않아서 도무지 이야기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야기 중반을 넘기니 얼추 상황 파악이 이루어졌다.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는 마법을 지닌 '빨간 의자(앞선 작품의 제목이 바로 <빨간 의자>다)'가 있고, 그 의자에게 엉뚱한 소원을 빌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게 되는 줄거리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 소년소녀들이라면 빌만한 엉뚱한 소원들 때문에 일어나는 한바탕 소동이 이 책의 주된 줄거리다. 그렇기에 아주 옛날에 유행했음직한 뻔한 이야기 전개에 얼마간 식상한 점도 없지 않다. 허나 어른들이나 빎직한 '속된 바람'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빎직한 '순수한 바람' 덕분에 일어나는 소동인지라 몰입하는데 그닥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플롯이 치밀하지 못하고 <우연>이 개입하여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단번에 풀어내는 듯한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되는 바람에 조금 식상할 따름이다. 그래도 어린이들의 무구한 감성을 바탕으로 풀어내고 있기에 나름대로 '읽을 맛'을 완전히 잃어버리지는 않는 묘한 책이었다. 아무래도 우리에게는 낯선 '폴란드 글쓴이'가 쓴 작품이라서 사뭇 낯선 전개방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서유럽이나 북유럽에 길들여진 덕분에 동유럽 판타지가 보여주는 무구한 끌림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무슨 소원이든지 들어주는 마법의 의자가 있다면 어떤 소원을 빌어야 할까? 세계 정복을 하는 권력자가 되거나 엄청난 부자가 되는 속된 소원 따위를 말하지는 말자. 식상하지 않은가? 아기자기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피해를 주지 않는 한계를 긋고 소원을 빌어보자. 무슨 소원을 빌고 싶은가?
책 속의 아이들은 생일선물로 받고 싶은 무선조종 헬리콥터를 갖게 해달라고 빈다. 또 엄마가 시킨 심부름이 귀찮아 의자에 앉아서 엄마가 시킨 심부름의 내용물을 달라고 소원을 빈다. 정말 천진하지 않은가.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근본적으로 문제를 파악해서 해결하려 들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앞선 문제를 해결하려 들다가 또 다른 문젯거리를 만들어내곤 한다.
결국 이 책의 매력은 해결하려 들면 들수록 오히려 감당할 수 없는 구렁텅이로 빠져들고 마는 어린이들이 벌이는 한바탕 소동인 셈이다. 그러니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어리석다느니, 더 나은 해결방법을 찾아내지 못해서 답답하다느니 따지는 어리석음을 저지를 필요는 없어야 이 책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테다. 더구나 첫 사랑에 빠진 소녀의 감정이 주된 줄거리이니 함부로 잣대를 휘둘러 <해리포터>와 같은 대작과 비교하고 <오즈의 마법사>와 같은 고전과 비교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자. 아니 이건 내 다짐이기도 하다. 작품 그 자체를 즐겨야지, 다른 작품과 비교하며 품평하듯 읽으면 늘 재미는 반감되기 마련이니까.
각설하고, 동유럽 판타지가 주는 새로운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책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