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적막의 도시

[도서] 적막의 도시

신규호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사랑하는 이에게 프로포즈를 하려던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자신을 기다려준 여자에게 고맙고 더할나위 없는 사랑을 받았기에 정말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깜짝 파티를 준비했고 자신과 결혼해달라는 청혼을 하려는 장소로 여자를 부르면서 일부러 안 좋은 일이 있는 것처럼 꾸며 여자를 걱정스럽게 만들었다. 걱정 뒤에 기쁨을 선사하면 더욱 기뻐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자가 약속한 장소로 도착하지 않는다. 더구나 비까지 추적추적 내린다. 남자는 여자를 기다리다 잠이 들었고, 다음날 아침에 깨어난 남자는 이 세상에 오직 자신밖에 남지 않은 '현실'을 맞이하게 된다. 아무도 없다. 정말 아무도.

 

  마치 미스테리 소설처럼 시작한 줄거리는 어느새 세상에 홀로 남은 까닭을 밝히기 위해 단서를 쫓는 추리소설로 바뀌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공상과학소설로 바뀌더니 마무리는 가슴 절절한 사랑이야기로 끝맺는다. 줄거리는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1부는 <외로움>을 주제로 이야기를 끌어가더니 2부에는 <사랑, 오직 그 하나만을>을 글감으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좀 더 덧붙이자면, 1부에서는 거의 내내 주인공 혼자 등장한다. 그래서 지루할 정도로 느리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다 2부에 들어서서 주요인물이 등장하며 이야기가 빨라진다. 이야기를 몰입하게 만드는 사건사고도 거의 2부에 몰려 있으니 1부가 조금 지겹더라도 1부 끝부분부터 새로운 단서가 나타나면서 수많은 사건이 일어나니 조금만 참고 읽으시길 부탁드립니다. 앞서 나온 궁금증도 2부가 되면 그 비밀을 풀 수 있는 단서들이 속속 등장하니 읽는이가 탐정이 되어 풀어보는 재미도 솔솔한 편이다.

 

  이 책은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하나는 <외로움>이고, 다른 하나는 <사랑>이다. 이 둘의 공통점이라면 그건 '지독함'일 것이다. 지독한 외로움을 겪은 끝에 지독한 사랑을 만나게 되고, 지독한 외로움을 겪는 까닭조차 지독한 사랑 때문에 겪게 되니 말이다. 사랑하던 이가 하루아침에 종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었다면 정말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처음엔 기다리다가 슬슬 기다리다 지칠 때쯤 미치기 시작하고, 결국 미치게 되면 분노에 다다르게 되어 자신을 통제할 수조차 없는 상황 때문에 또다시 미쳐버렸다가, 점점 미치는 것도 지쳐서 결국 다시 기다리게 되고 만다. 지독하게 사랑을 하면 말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사랑하는 이를 찾아 떠나고, 동시에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무언가 단서가 될 만한 것이 있을 것이다. 그 단서가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아주 훌륭한 실마리가 될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주인공은 집을 떠나 곳곳을 누빈다. 기름 한 번 넣지 않았는데도 씽씽 달리는 자동차를 타고 말이다.

 

  힌트는 이미 주어졌다. 지독한 외로움과 지독한 사랑,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주인공의 기억과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헤매는 주인공의 행동. 끝으로 연료 공급 없이 씽씽 달려도 멈추는 법이 없이 잘만 달리는 주인공의 애마, 코란도...물론 책 속에는 이것 말고도 힌트가 더 있다. 그렇지만 난 이것만으로도 주인공이 이 세상에 홀로 남은 까닭을 미루어 짐작하였고, 답을 풀어내었다. 그리고 주인공의 운명이 어떻게 결말을 지을지도 유추해내었다. 내가 그리 바라던 결말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 결말이라는 것도 주인공이 사랑하는 이를 만나게 되어 행복해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었다. 꼭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는 따질 법도 하지만 지독히도 사랑했기에 그랬을 거라고 짐작할 따름이다. 그리고 그 짐작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렇지만 내가 바라는 사랑의 모습이 아니기에 조금쯤 실망스럽기도 하다. 둘이 함께 있기 위해, 꼭 함께 있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었기에 그랬을 것이지만, 난 짐작한 결말을 확인하기에 앞서 그러지 말기를 바랐다. 그것이 지독히도 사랑한 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해도 말이다.

 

  자, 이제는 주인공이 적막한 도시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 무엇이고, 그 도시를 떠나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 무엇인지 짐작이 되시는가? 그들이 보여주는 슬픈 사랑이야기...읽어보고 싶으신가요? 그 <무엇>이 뜻밖이었다고, 알고 나니 그닥 신기하지도 않았다고 투덜거리진 말아주시길. 사랑은 왕왕 진부하기 십상이지만, 막상 당사자가 되면 늘 진지할 수밖에 없는 법이니까 말입니다.

 

  그렇지만 전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라도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사랑하더라도, 이들처럼 하지는 말기를>하고 바란답니다. 사랑은 지독하게 할지라도 그 방법마저 지독하란 법은 없으니까. 그리고 그 지독한 방법이 결코 아름답지도 않으니까. 다만 슬픈 사랑의 주인공이니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영원히.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6

댓글쓰기
  • 예쁜엄마

    저도 읽고 싶었던 책인데...잘 읽었습니다.

    2011.12.24 11:4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저는 예쁜엄마님이 읽고 싶었던 책만 읽게 되는군요^-^;; 미안시러워요ㅎㅎ

      2011.12.24 15:30
    • 예쁜엄마

      아니요...이렇게 읽다보면 제가 더 읽고 싶어진 책이 있고 아닌 책도 더러 있어서 제가 더 생각해 보게되더라구요. 좋아요 저는...^^

      2011.12.25 18:43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그래서 늘 고마움을 느껴요. 변변찮은 글을 계속 읽어주시니...

      2011.12.28 01:56
  • 파워블로그 eunbi

    지난 한 주는 회식의 연속이었습니다. 즐거움이 가득해야하는데 몸이 못따라주네요. 거의 그로기 상태에서 이제 깨어나고 있습니다... 몸은 번잡하게 매일을 보내고 있는데 마음은 정말 적막의 도시을 걷고 있습니다...
    신년에는 신변에 변화가 있을 듯 합니다. 이지아님에게도 정말 좋은 일이 꼭 있는 새해이길 바라옵니다. 그동안 너무나 좋은 글... 많은 배움이 있었습니다... 꼭 가정을 이루는 한해가 되길 진심으로,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11.12.24 22:5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eunbi님, 늘 건강하셔야 해요^-^= 건강이 최고입니다. 꼭이오~

      2011.12.25 15:36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