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단순한 구도이기 때문에 내용이 식상할 것을 대비하여 작가는 하나의 장치를 더 했다. 바로 <1인칭 관찰자 시점>. 이것은 작가 스스로 이야기할 필요도 없이 단순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독자가 스스로 주인공의 행동 하나하나에 평가내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바로 스트릭랜드가 처자식을 버리고 그림을 그리는 윤리적인 문제, 스트로브 내외를 절단내는 것으로 모자라 블랑슈로 하여금 자살하게끔 방치한 문제, 아내가 있음에도 타히티에서 새장가를 간 윤리적 문제 등을 감수하면서 행동한 것을 작가 스스로 해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내리게끔 만들어 단순한 구도인데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내었다.
쉬우면서도 오랜 여운을 남기는...그래서 이 작품을 이후로 서머싯 몸은 일약 유명작가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을 때 스트릭랜드의 삶과 여정만 쫓아가면 된다. 그의 천재성이나 그림 한점에 얼마나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과연 난 스트릭랜드처럼 꿈과 이상을 쫓아 맹목적인 열정을 불태울 수 있을까? 아니면 그렇지 못할까? 이 한가지 물음에만 충실하면 된다. 정답은 없다. 단지 단 한 번 사는 당신의 인생의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면 그만이다. 어떤 선택이든 자신의 몫인 것만 기억하라.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성실히 살면 그 뿐이다. 열정적으로 살면 더더욱 좋고...
꿈과 이상을 위해 마누라를 버려라? 그건 아니다. 스트릭랜드는 아내와 자식을 버린 것이 아니다. 단지 자신의 이상을 쫓았을 뿐이다. 그런데도 아내와 자식을 방치한 무책임한 죄는 면할 수 없다고? 아니. 스트릭랜드는 아내에게서 강인한 생명력을 발견했을 것이다. 설령 자기가 버리고 떠난다해도 가정을 잘 꾸려나갈 것을 짐작했을 것이다. 끝내 아내와 자식은 잘 먹고 잘 살지 않았는가. 결코 마누라를 버린 것이 아니다. 되려 마누라의 재능을 살릴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