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공사>에서 나온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시리즈다. 너무 가볍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은 내용을 다루어 아이들이 쉽게 접하면서도 깊은 생각을 하도록 구성된 책이 참 마음에 든다. 이 시리즈로 읽은 책들이 대개 그랬다. <엄마를 도둑 맞았어요>도 그랬고...
해리포터를 좋아하는 친구가 겨울방학을 맞아 영국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인공은 부러워한다. 그리고 은근히 친구와 함께 영국 여행을 가보았으면 한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런데 마침맞게 주인공의 엄마도 방학을 맞아 여행 계획을 잡으셨다. 그것도 해외다. 그곳은 아르헨티나다. 주인공은 설레던 마음은 어디로 가고 급실망한다. 딱히 실망할 이유는 없다. 그곳이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친구에게 밀린다는 생각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엄마가 굳이 아르헨티나로 여행지를 잡은 까닭은 그곳에 오래전에 이민을 가신 이모할머니가 살고 계시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가족인 엄마와 여동생 휘와 함께 떠나는 아르헨티나 여행.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이 책은 <기행문> 형식으로 쓰인 책이다. 초등학생들에게 여보라는 듯이 <기행문> 형식을 고집하였는데, 아주 작정하고 쓴 책이 꽤나 괜찮다. 기행문답게 이야기의 처음에는 여행을 떠나는 동기와 출발할 때 느꼈던 기분이나 경험, 그리고 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겪은 일 따위가 일목요연하게 쓰였고, 끝에는 여행지에서 돌아올 때 느꼈던 기분이나 경험, 더불어서 이번 여행을 통해 느꼈던 감동이나 다짐 따위가 마치 교과서처럼 적혀 있다. 물론 가운데 부분에 넣어야할 '여정'도 시간 순서대로 잘 정돈되어 있으며, 각각의 여정에서 '보고, 듣고, 느낀 내용'을 깔끔하게 써넣은 품이 <나는 기행문이다>에 딱 어울린다.
그뿐 아니다. 우리에게 아르헨티나하면 떠오르는 <엄마 찾아 삼만 리>를 교묘히 빗대어서 주인공도 이역만리 타지에서 엄마를 잃게 되는 상황을 연출하였다. 그로 인해 주인공은 '가족이 소중함'을 뼈져리게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쐐기를 박기 위해 여동생인 휘까지 한 번 잃어버리게 만들고, 한 살 형인 외사촌도 갑자기 배탈이 나서 극적인 상황에 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여 가족과 친지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혈육의 정'을 아주 찐~하게 느끼게 해준다.
어디 이뿐인가? 아르헨티나에서는 한국인들이 톡톡히 대접을 받고 사는데, 그 까닭은 이민 1세대부터 근면성실함으로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주인공이 보고 듣는 경험을 겪는 상황으로 펼쳐내어 더욱 교과적 교훈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그 대표적인 분이 바로 '세뇨르 문', 즉, 문명근 할아버지이다. 현재는 돌아가셨지만 아르헨티나 최남단에 위치한 우수아이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신 분이란다. 그 까닭은 춥고 척박해서 채소와 과일이 자라지 않던 그 땅에서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길러 마을 사람들에게 값싸게 공급해주었기 때문이란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하면 그곳 사람들은 척박한 땅 덕분에 간단한 채소나 과일도 스스로 재배해 먹을 수 없었고, 모두 다른 곳에서 비싼 값을 치르고 사다 먹어야만 했단다. 그래서 가난한 이들에게는 고기보다 비싼 채소나 과일을 손쉽게 먹을 수 없어 각종 병치레를 달고 살았단다. 이를 보다 못 한 문명근 할아버지가 바위투성이 황무지를 직접 개간해서 씨를 뿌려 농사를 지었단다. 그런데 첫해부터 실패를 하였고, 이를 본 현지 마을 사람들은 할아버지를 바보라고 손가락질하며 도와주지도 않았단다. 그런데도 할아버지는 실패를 거울 삼아 농사일에 매진하셨고, 결국에서 재배에 성공하셨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세뇨르 문'이라 부르며 은인처럼 아주 잘 모셨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런 농장을 지금은 문명근 할아버지의 아들이 대를 이어 꾸려가고 있단다. 정말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자랑스런 한국인상이 아닌가.
아무튼 이런 교과서적인 냄새가 풀풀 나는 책이 꽤나 재밌다. 책 내용 가운데 살짝살짝 언급한 <엄마 찾아 삼만 리> 내용 덕분에 내 어릴 적 보았던 만화영화 장면이 떠올라서 한껏 추억에 젖어들 수 있었다. 엄마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까지 홀로 여행을 떠났던 그 마르코 소년 말이다. 주제가도 군데군데 떠오르고...또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주는 책 내용도 따뜻하고 훈훈해서 아주 좋았다. 여행을 하면 배우는 것이 많다고 하던데,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이 참 <여행의 교과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책은 모름지기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