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그포르스. 스웨덴 사람이란다. 사회민주주의 체제로 성공적으로 정치와 경제를 안정시키고 살려낸 독보적인 인물이라는 소개도 되어 있다. 그런데 낯설다. 어릴 적 반공교육을 받은 세대라서 그런지 몰라도 사회주의 체제가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그렇게 낯설 수가 없다. 생각해보면 자유민주주의나 자본주의 체제만이 우월하다는 생각이 더 편협한 생각일진데, 어릴 적부터 신물나게 들어서 세뇌가 된 덕분인지(?) 뒤엣것은 하나도 낯설지가 않은데, 앞엣것은 가없이 낯설기 짝이 없다.
어쨌든 먼저 밝혀둘 것이 있다. 이 책을 읽은 나는 경제학에 대해 문외한일 뿐더러 스웨덴은 서울이 스톡홀름이라는 것(어릴 적 부루마블을 통해서 아는 지식이다. 스톡홀름 땅값 24만원, 대지료 1만2천 원, 호텔 지었을 때 숙박비 55만 원), 그리고 복지국가여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의 복지혜택을 고루 받을 수 있는 선진국이라는 지식이 전부일 뿐이다. 그러니 이 리뷰는 문외한이 쓴 것이니 전혀 참고할 만한 것이 못 된다는 점을 미리 밝혀두고자 한다. 그럴 만한 까닭이 있는 게 책을 소개하기보다는 분명 삼천포로 빠져 딴 얘기만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리뷰에서 하고 팠던 내용 가운데 일부가 이 책의 '맺음말'에 다 나와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 그럼 딴 얘기 시작한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겨우 관심을 둔 대목은 <복지국가 건설>에 대한 부분이었다. 비그포르스가 19세기말에 태어나 20세기를 주름잡다 갔으니, 그가 말한 '유토피아'가 이미 건설되고도 남았을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도 세계 경제는 비그포르스를 보란듯이 무시하고서 경제를 혼돈 상태로 만들어버리고서는 21세기인 요즘 '신자유주의'가 뭐다 하며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았단다. 처음엔 이게 뭔 소린가 싶었는데, 나름 풀이해본 결과, 이렇다.
무릇 그 어떤 '이론'이라도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것이 사회주의에서 나왔기 때문에 실현불가능한 것이 아니고, 자본주의이기 때문에 실현가능한 것도 아니란 말이다. 이론상으론 문제점이 드러날 리가 없는데도 그 어떤 '완벽한 이론'이더라도 현실에 적용하면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것이 자연스런 이치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를 이것에 빗대어 이해해보자. '엠비노믹스'로 불려졌던 경제원칙은 요즘 전 세계에 유행하고 경제를 톡톡히 망쳐놓은 '신자유주의'와 다를 바가 없다. '신자유주의'는 다른 말로는 '작은 정부'라고도 부른다는데, 그 까닭은 거의 모든 문제를 '시장경제'에 맡겨 스스로 치유하도록 냅두는, 다시 말해, 경제가 엉망이 되든 국민이 고통을 받든 '시장'에 맡겨두면 알아서 해결될 일이니 정부는 '시장'에 간섭을 말고 그냥 냅두라는 주의를 일컫는다. 여기에 조중동이 앞장서서 '낙수효과'가 기대된다면 환영을 마다하지 않았었다. 사실 지금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지만 말이다. '낙수효과'란 정부가 기업이나 부자에게 세금을 조금 거둬야 부자나 기업이 투자를 하고, 그래야 일자리가 생기고...그러니 '부자감세' 같은 것을 해야 국민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간다는...지랄 같은 이론을 말한다. 세종대왕이 즐겨 쓰던 어록이니 따라할 따름이다.
뭐, 그렇다고 치고...'엠비노믹스'를 해서 '낙수효과'가 잘 일어났으며 대한민국 국민들은 모두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나? 내가 알기로 <복지>를 '포퓰리즘'으로 몰아 반대하던 이들이 바로 그들이었다는 것만 기억할 뿐 국민들이 잘 살게 되었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우리 나라 전체 경제는 늘 놀라울 정도로 흑자를 기록했다던데...그 흑자로 당최 누가 혜택을 본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다시 책 얘기로 돌아가자. 물론 비그포르스가 스웨덴에 완벽한 복지국가를 만들지는 못했단다. 그래서 '잠정적 유토피아'라고 일컫는 모양인데,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유토피아'를 이룩한 나라는 아직 없는 걸로 파악했다. 그런데 우스운 것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완벽한 이론'이 나올 수 없는데도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이론이 우수하다고 떠들며 논쟁을 벌인다는 사실이었다. 문외한이라면 논쟁 자체에 끼지말고 빠져야 당연하겠지만, 글쓴이도 지적했듯이 '완벽한 이론'을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서로 양보하며 서로 보완해서 그보다 더 완벽한 이론을 만들려 하지 않고 서로 으르렁 대느냐 말이다.
복지라는 것이 다분히 자본주의 체제보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더 잘 드러나기 마련이다. 우리 나라에서야 과거 역사적 사정 때문에 공산·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혐오가 작용하여 복지를 애써 폄하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도 얼마든지 서민과 극빈층에 대한 지원을 늘려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하는 것도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라 그 어느 체제에서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냔 말이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우월성에 빠져서 다른 경제체제는 필연적으로 망할 수밖에 없다고 폄하나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아니 그렇다면 '신자유주의' 같은 것에 문제점이 하나도 없이 완벽해야 하지 않느냔 말이다. 당최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서 비롯된 '부의 양극화 현상'을 어찌 해결할 참인가? 이것도 그냥 냅두면 '시장경제'가 알아서 해결해줄라나? 도대체 언제? 그럼 '버핏세'가 해결해 줄라나? 아마도 이건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을 것' 같은데...문외한이라 답답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공산주의 혁명같은 것이 해답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공산주의 체제의 허구성은 자본주의가 심어놓은 환상만큼이나 허울 좋은 '이론'에 불과하다고들 말한다. 어줍짢은 <양비론>이라 나 스스로도 감당이 되지 않지만, 이 정도는 문외한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둘러봐도 공산주의 체제로 잘 사는 나라를 본 적이 없고, 그렇다고 자본주의 체제로 문제 하나 없이 잘 굴러가는 나라를 본 적도 없지 않느냔 말이다. 물론 '성공사례'가 없잖아 있지만 극히 일부분에 한해서만이지 않은가? '뉴딜정책'이 완벽했나? '케인즈 주의'가 경제 만병통치약 구실을 했었나?
아니라면, 아니었다면 그 똑똑한 머리를 지녔다는 경제학자들이 서로 자신의 고집을 버리고 머리를 맞대어 서로 장단점을 따져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해봐야 하지 않은가? 하긴 쉬운 일이 아닐 테다. 우리 나라의 에만 보아도 '강만수'와 같은 무능한 인사를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리보존시키는 지도자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으니 말이다. 아...그만 할란다. 입만 아프다. 누가 들어준다고...
한 세기 전에 태어나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경제체제'를 구축해놓았던 인물이 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물론 그 사람을 벤치마킹하여 우리도 그 경제체제를 따라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글쓴이도 언급하였다. 또한 그 사람이 스웨덴 사람이라 하여 우리가 스웨덴을 따라해야 마땅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라도 하였다. 맞는 말이라고 본다. 우리는 스웨덴과는 사정이 다르지 않은가? 그렇다면 스웨덴을 따라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딱 맞는 대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점에서 무조건 미국식을 따라해야 안전빵이라고 주장하는 무식쟁이들이 더는 나서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이지 아주 소박한 바람이다. 나대지 말았으면 좋겠다. 에고..문외한이 너무 많이 떠들었다. 이만 총총 할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