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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노트

[도서] 히로시마 노트

오에 겐자부로 저/이애숙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오에 겐자부로의 책을 드디어 읽었다. 아시아인 노벨상 수상자, 일본의 양심이란 수식어를 숱하게 들었지만 좀처럼 손이 가지 않았던 터라, '드디어' 읽었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만 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책 내용에 앞서, 평소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느낌부터 말해야 겠다. 내 개인적으로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느낌이나 감정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일본에 가본 적도 없을 뿐더러, 일본일을 만나 진솔한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길거리에서 일본인 관광객에게 간단한 길안내를 해준 경험과 바로 앞집에 일본인 아내와 그 두 분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둔 '다문화 가정'을 두고도 간단한 인사만 건내며 지낸 경험이 전부다. 그렇기에 하릴없이 일본이나 일본인에게 적대감을 표하거나 거부감을 느낄 아무런 까닭이 없다.

 

  허나 역사적 관점이나 일본 정부의 행보를 볼작시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또 일본 우익이라고 하는 세력들의 뻔뻔스런 행태를 접할 때면 울화가 치밀어오르기 일쑤다. <일본서기>나 <고사기>에서 보여준 거짓부렁은 고대사에서 흔히 나타나는 '부풀리기'라고 애교로 넘어갈 수 있어도 근대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삼기 위해 해묵은 '임나일본부'를 끄집어내어 한국의 역사가 '식민'의 역사에서 시작하는 명백한 증거랍시고 내놓은 것부터 불쾌하기 짝이 없다. 그런 가운데 홀연히 대두된 '한사군'이란 것도 한반도 사람이 결코 홀로 국가를 운영할 수 없는 무능한 민족이라는 명백한 증거라고 날조한 <식민사관>이 여지껏 <대한민국>을 알 수 있는 역사관으로 살아남아 있다는 것부터 맘에 흡족하지 않는다. 물론 더 웃긴 것은 일본 안에서 뿐 아니라 우리 나라 안에서도 버젓이 자리잡고 있고, 일명 '강단사학자'란 분들이지만 말이다.

 

  거기에 더해 일본 정부는 독일처럼 '전범 국가'로서 피해국가와 피해국민들에게 철저한 사죄와 빈틈없는 보상을 하여 국제사회에 떳떳하게 나서지 못하면서, 일본 우익의 입김이 작용한 발언들, 즉, 역사왜곡과 같은 파렴치한 짓거리나 망언을 일삼는 짓거리 들을 몬본 척, 안 들은 척하는 뻔뻔한 행동을 일삼는 것이 참 못마땅하다. 더 늘어놓을 거도 없이 요근래 일본이 '독도'를 차지하려는 야욕을 만천하에 드러내놓은 뻔뻔함은 도를 넘는 수준에서 '우주최강'이란 말을 들어도 모자를 것이다.

 

  그래서 <일본과 일본인>이라면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으려 해도 저절로 끼게 되고, 잘못된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바라보려 해도 좀처럼 그럴 수가 없었다. 이런 현상은 역사를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더욱 심해졌었다. 나이가 들고 보니 세상을 보는 안목이 좀 더 넓어진 까닭인지 요즘엔 그닥 불같이 화를 내던 20대 시절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일본> 영화도, 소설도 그닥 즐기지 않는 편이다. 특히 소설이 심한데, 읽어도 '소재'가 참신할 뿐 '깊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천박스럽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도 어린 시절에 <우주소년 아톰>과 <마징가Z>를 보며 열광했고, <들장미소녀 캔디>와 <플란더스의 개>를 보며 감수성을 키웠고, <미래소년 코난>과 <은하철도999>를 보면서 미래를 꿈꾸기도 했고, 메델과 늘 함께 있던 철이가 하염없이 부럽기만 했다. 여담이다.

 

  내게 이런 느낌과 생각을 준 <일본>이기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우리를 괴롭힌 나쁜 일본과 일본인이 받아야 마땅할 '천벌'쯤으로밖에 여기지 않았다. '대동아공영'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침략을 일삼고, 다른 나라 문화와 민족 쯤은 <일본제국>을 위해 기꺼이 희생되어도 좋다는 그들의 망상을 깨뜨리기에 딱 알맞은 무기라고 여겼었다. 물론 원자폭탄이 떨어진 뒤에 벌어진 참혹함조차 못본 체하는 '내 안의 추한 본성' 앞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말이다.

 

  '일본의 양심' 답게 오에 겐자부로는 겉으로는 "노 모어 히로시마'를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물밑정치'를 일삼는 몰염치한 정부를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원폭로 인해 아픔을 겪은 희생자를 기리고, 살아남아서 멈추지 않는 아픔을 겪고 있는 피해자를 위로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 "평화, 평화!"를 외치는 목소리는 하늘 높이 울려퍼지지만, 이들에게 아낌없이 지원을 해도 모자른 정부과 관계 당국은 '국가이익'을 앞세우며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미국과 손을 잡고 만 아이러니 앞에 오에 겐자부로는 따끔한 일침을 놓은 것이다. 물론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우리 나라도 번번히 그런 식으로 국민들을 희생시켰으니 말이다.

 

  그런데...일본 정부의 이중성을 비판한 오에 겐자부로의 양심에서 난 아무런 감흥이 오질 않는다. 그건 당연한 것 아닐까? 양식 있는 지식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닌가? 우리 나라에서는 그런 '양심선언'으로 평생을 감옥에서 지낸 분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오히려 오에 겐자부로가 한국 시인 <김지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던데 말이다.

 

  아무래도 내가 이 책을 너무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본 듯 싶어 제대로 이 책을 가늠하지 못하겠다. 애초에 <히로시마 노트>를 보기 전에 약속하기를 '일본의 양심'이라 불리는 오에 겐자부로이기에 그의 진솔한 대담을 엿보고서 양심이 없는 듯이 구는 일본의 작태를 용서할지 말지를 결정하고, 그를 통해 일본인에게도 양심이 있음을 엿보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평소에 하던 '양심'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기에 제대로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이 쓰여진 때가 1965년이었음을 감안하여야 할 것이다. 아쉽지만 제대로 된 평가는 다음으로 미뤄야 겠다. 그래서 별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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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eunbi

    이 책 읽을까말까 망설였던 책입니다. 히로시마란 상징적 언어에 끌려서요... 하이튼 일본의 행동 하나하나가 아시아를 흔들고 있군요... 상생은 서로에게 힘든 일인가 봅니다... ...

    2012.09.16 23:05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히로시마 원폭에 대한 책을 이미 여러 권 읽어서인지 이 책은 그닥 감흥이 오질 않았어요. 그 참상과 안타까움 뒤에 일본이 받아야할 당연한 응징이란 생각이 내 머릿속 천사와 악마처럼 속닥이는 경험이 너무 많았던 탓이라는 생각이 전부더군요. 만약 원폭피해에 대해 잘 모르신다면 읽어보셔도 좋을 듯 싶어요. 일본 국민들이 받은 피해를 나몰라라하는 일본 정부의 작태를 꼬집는 오에 겐자부로의 '양심'을 엿보실 수 있을 거예요.
      이런 식으로 리뷰를 쓸 걸 그랬네요(")a긁적

      2012.09.17 00:01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그래서 별 셋이군요.
    저도 일본은 역사적 관점을 수용하지 않고 왜곡하는 그 행태들이 겁나 싫습니다.
    태풍이 와 강타하고 죽었다는 말을 들어도 죄값을 받는 것으로 인식하네요 ㅠㅠㅠ.
    그나마 뜻있는 지식인들이 조금씩 양심선언을 하는게 밑불처럼 번질지...

    2012.09.17 13:54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지식인들의 양심선언만으론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죠. 아이들 교육이 뒷받침 되어야 해요^-^= 역사왜곡이 그래서 무서운 거랍니다. 세상은 엄청나게 많은 '바보들'의 잘못된 '선택' 덕분에 변하기 마련이니까요.

      2012.09.26 18:01

PRI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