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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식당 1

[도서] 수학식당 1

김희남 글/김진화 그림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요즘 초중등 수학을 가르치다보니 재미가 솔솔하다. 논술만 7년째 가르쳤더니 초등 교과나 중고등 교과를 가르치는 분들을 보면 마냥 부러워하곤 하였었기에 더욱 그렇다. 까닭은 딱히 없다. 아마도 새로운 동기와 계기가 필요한 시기여서 다른 분야에 그렇게 관심이 갔었나보다. 암튼, 덕분에 요즘 <수학>에 관련된 책들을 바쁜 틈틈이 읽고 있다.

 

  읽다보니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수학>만의 재미가 느껴진다. 그리고 어김없이 드는 생각은 '어릴 적에 이렇게 재미나게 수학을 배우면 얼마나 좋았을까?'이다. 지금도 그닥 다른 풍경은 아니지만, 그 때에는 정말 죽어라하고 문제만 풀어대는 방식을 고집했기에 <수학>만 쳐다보면 정나미가 떨어졌었더랬다. 그래도 나름 똑똑한 축에 낑여 있었던지라 중등 때까지는 어찌어찌 풀어냈는데, 고등에 딱 올라가고나서는 정말로 정나미가 떨어져 문제를 쳐다보는 것도 싫어했었다. 그 이름 <수학의 정석> 말이다.

 

  그런데 수학을 그리 짜증나게 배워야만 하는 걸까?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정말 '수학의 정석'일까? 이런 의문들이 속속 솟아오르는 요즘이다. 왜냐면 요즘 어린이를 대상으로 나온 '수학 관련책'들을 보면 참 재미나면서도 기초와 개념을 확실히 잡아주는 책들이 참 많기 때문이다. 형식도 다양해서 추리도 하고, 퀴즈도 풀면서 익힐 수도 있고, 동화책처럼 재미나게 읽다보면 어느새 수학 개념이 생겨나는 책들도 꽤나 많았다. 물론 그 가운데는 허섭한 내용으로 점철된 책도 없지 않았으나, 대체로 좋은 책들이었다.

 

  이 책 <수학식당>도 재미와 기초, 그리고 개념원리를 머리에 쏙 넣어 담을 수 있는 좋은 책 가운데 하나였다. 수학 박사인 주방장이 등장하고, 그의 수제자로 등장하는 식당개가 주된 이야기를 이끌며 수학을 싫어라하는 손님들이 하나둘 찾아와 재미와 개념원리를 파악하여서 수학을 좋아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단순히 수학의 기초원리에다가 이야기만 뒤집어 씌운 내용은 아니다. '비수레'라고 하여서 '비밀 수학 레시피'의 준말인데, 제목에 나왔다시피 <수학>과 <음식>의 이야기를 점목하여 '맛있는 수학'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맛있는 요리 속에 숨겨진 수학의 개념원리..라고나 할까. 암튼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 레시피도 나오니 어머니가 직접 읽어보시고, 자녀들에게 맛있는 요리도 해주면서 살짝 수학원리를 설명해주면 재미있을 듯 싶다.

 

  아직 시리즈 가운데 첫 번째 책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초등 저학년에게 어울릴 개념이 소개되었다. <사각형의 정의>, <자릿값 읽기 오류>, <더하기 계산 쉽게 하는 법>, <식을 세울 때는 이렇게>, <눈의 착각-길이 편>이 소개되어 무척 쉽고 내용도 너무 적다는 느낌이 다분하다. 허나 이는 어른의 눈으로 보았을 때 이야기일 수도 있다. 실제로 초등 4~5학년인데도 덧셈식, 뺄셈식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의외일지 몰라도 실상이 그렇다. 또 이런 아이들이 곱셈, 나눗셈을 기똥차게 풀어낸다. 이런 기이한 현상은 개념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지만, '공식'만 달달 외워서(예를 들어, '구구단', '근의 공식' 따위) 그 공식이 잘 들어맞는 문제는 곧잘 풀지만, 조금만 응용을 하여도 너무 어려워서 풀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어릴 적에 '기초'를 잘 다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가운데 초등수학은 기초 중의 기초이니, 이 때에 다루는 기본 개념은 확실히 다잡아주고 넘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실제로는 대단히 복잡하고 아이들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알고 있는 문제풀이도 또 다른 방법으로도 풀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 가지 방법으로만 풀지 말고, 다른 사람은 어찌 풀어보는지도 엿보면서 다양한 풀이방법을 익히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기초'를 쌓을 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쉬운 책이라도 다시 한 번 음미하면서 읽어보라고 권해보는 것도 참 좋은 경험이다. 쌩뚱 맞게 이렇게 쉬운 책을 읽다가 위대한 발견을 하기도 하는 사례는 '위인전'에서 참 많이 보지 않았던가. '발상의 전환'은 이럴 때 딱 어울리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학이 마냥 따분하고 지루한 분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어 줄 책이다. 초등 어린이뿐 아니라 어머님이나 선생님들도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다가 좀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아니면 그냥 재미로 읽는 수학책으로도 참 좋을 듯 싶다. 어렵고 딱딱하기만 한 수학을 재미로 읽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참 의미 깊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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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eunbi

    수학을 재밌게 생각하도록 가르치는 샘을 존경합니다... 아이가 중학교에서 올림피아드 준비하고 그랬는데... 수능에서 받은 수학 등급보고 뒤로 넘어갔답니다... 고등학교때 수학샘이 맘에 안들고 보기싫다더니 그러고 말았네요... ^^*

    2012.09.25 15:2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가르치미가 맘에 들지 않아 공부를 소홀히 했다니...바보같은 짓을 했군요^^
      그 또래에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핑계이지만, 나중을 되돌아보면 결국 허송세월했다는 변명에 불과하니까요. 이런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술주정뱅이 아버지 밑에서 자란 두 아이 가운데 한 명은 아버지와 똑같은 술주정뱅이가 되고, 다른 한 명은 금주운동가가 되었답니다. 왜 다를까요? 부정을 부정으로 받아들이느냐, 부정을 긍정으로 받아들이느냐의 차이였다고 학자들을 이야기했죠.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더라고요. 아무리 불쌍하고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고 해도 말예요. 즉, 봐주질 않는다고요. 나쁜 선생 만났다고 성적이 나쁠 수밖에 없다는 핑계는 옳지 않다는 이야기였어요.
      교육이란 그런 것 같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완벽할 수는 없지요. 훌륭한 선생과 그렇지 못한 선생이 있다는 얘기예요. 그런 다양한 가르치미들 속에서 아이들은 부정적으로, 또 긍정적으로 삶을 살아가지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가르칠 수 있는 선생이 가장 훌륭한 교사라고 말이죠. 또 얘기가 길었죠^-^=나머진 다음 기회에~

      2012.09.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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