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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의 매혹

[도서] 뱀파이어의 매혹

장 마리니 저/김희진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재밌는 책이다. '뱀파이어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이 붙어도 손색이 없겠다. 뱀파이어에 대해 궁금한 50가지의 질문에 50가지의 답변으로 구성된 내용으로 뱀파이어를 집대성하였으니 말이다. 또 무미건조한 설명투로 설교하듯 하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이야기를 읽는 듯하여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오컬트'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께는 필독서이자, 뱀파이어 입문서로 읽어도 좋을 듯 싶다.

 

  이 책에 의하면 '뱀파이어'는 여러 특징이 있는데, 공통적인 것이 첫째, 한 번 죽었다 되살아난 시체라는 점이다. 죽지 않고 심장이 펄떡펄떡 뛰는 뱀파이어는 없다는 것이다. 영화 <블레이드>에서 웨슬리 스나입스가 그런 경우인데, 그는 '반인반뱀파이어'이기에 좀 예외일 수 있겠다. 물론 이 책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인물이지만 말이다. 둘째, 살아있는 생물의 피를 갈구한다는 점이다. 뱀파이어는 대개 '영생'을 살기 위해 피를 공급받아야 한다. 흡혈을 하느냐 마느냐의 차이는 있어도, 피를 공급하지 않는 한 뱀파이어는 젊음을 유지할 수 없다. 간혹 아동문학이나 영화 속에서 사람의 피를 대신해서 동물의 피나 혈액센터에서 헌혈한 피로 생명(?)을 연장하는 일도 있고, 심지어 토마토로 연명하는 뱀파이어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뱀파이어는 피로써 연명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변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박쥐, 늑대, 쥐 등이 있고, 안개나 연기로도 변신할 수 있다. 변신 능력이 없는 뱀파이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안하면 안 했지. 그밖에 십자가나 마늘을 무서워하거나, 햇빛, 성수에 닿으면 녹아버리듯 사라지는 특징도 있는데, 이는 몇몇 뱀파이어가 예외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공통된 특징이랄 수 없단다. 또 거울에 비치지 않는 특징도 예외사항이다.

 

  뱀파이어의 유래는 꽤나 오래 전부터 찾아볼 수 있었다. 피를 빠는 독특한 특성을 보이는 괴물이 그리스 신화를 비롯해서 전세계 신화나 전설 속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뱀파이어의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고, 그저 피에 굶주린 악마로 보는 편이 낫겠다.

 

  한편 실존 인물 가운데 뱀파이어로 지목되는 대표적인 세 인물이 있다. 한때 잔 다르크의 전우이기도 했던 '질 드 레(1404~1440)'가 그 첫 인물이다. 그는 동화 <푸른수염>의 주인공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소년소녀들을 고문, 강간, 살인을 한 죄목으로 화형을 당했는데, 주로 소년들을 성으로 초대해 매우 잘 대우해주다가 방에 가두고 아주 잔혹하게 살해를 하기를 즐겼다고 한다. 두 번째 인물로는 왈라키아 공국의 '블라드 3세'다. 그는 '체페슈(꼬챙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이름 그대로 적군과 아군을 가릴 것이 없이 산 채로 꼬챙이에 꿰어 높이 매달아 놓는 형벌을 주로 행하였기에 '피의 군주'로 악명을 떨쳤다. 그의 이 악명 높은 짓 덕분에(?) 이슬람의 유럽 정복을 막아냈다고도 전해진다. 그렇지만 자기 백성에게도 똑같은 형벌을 하였기에 구국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한편, 공포와 두려움의 상징으로 악명을 떨친 것으로 더 유명한 편이다.

 

  그리고 마지막 인물이 바로 에르제베트 바토리(1560~1614)이다. 에르제베트는 '엘리자베스'의 헝가리식 이름이고, 흔히 '바토리 여백작'이라는 알려져 있으며, '피의 여백작'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녀는 자신의 젊음과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 아름다운 처녀의 피로 목욕하길 즐겼으며, 바로 이런 행동이 발각되어 종신금고형을 받아 성탑에 갇혀 생을 마감하였다. 그녀는 일종의 정신병에 걸린 듯 싶지만, 단순한 범행으로 치부하기에는 성 주변에서 발견된 1600여 명의 시신(비공식기록)이 그 심각성을 보여준다. 또 그녀는 성으로 잡아온 여인들을 매우 잔혹하게 죽이면서 쾌감을 느꼈단다. 허나 그런 쾌감을 얻은 대가로 그녀가 받은 벌은 창문도 닫혀 바깥 세상과 단절된 성탑에 갇히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3년을 살다가 죽었단다. 일설에는 그녀의 시체를 찾을 수가 없었다고도 하는데, 그 까닭에 그녀가 죽은 뒤 뱀파이어가 되어 마을 사람들을 해꼬지하였을 거라고 믿었단다.

 

  이렇게 신화와 전설적인 인물들에 의해 시작된 '뱀파이어'에 대한 믿음은 고작 동유럽 가운데 일부에서만 알려진 그렇고 그런 이야기꺼리였다. 그런데 19세기 말 브람 스토커에게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아닌 모양이었다. 그는 한낱 동유럽 전설에 불과했던 이야기꺼리를 일약 세계적인 문학으로 재탄생 시켰다. 트란실바니아 촌구석에 박혀 있던 귀신이야기 하나를 세상에 꺼내어 널리 알린 것이다. 먼저 영국에 상륙해 서유럽 전체로 퍼진 '뱀파이어 이야기'는 미국에서 흥행대박을 치고 말았다.

 

  '드라큘라 백작'으로 널리 알려진 '벨라 루고시'는 무명 배우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한 것이 바로 '드라큘라 역', 즉 '뱀파이어' 였다. 그의 바통을 이어받은 '크리스토퍼 리'도 그만의 드라큘라 연기를 보여주며 큰 인기를 끌었고, 근래에는 <반지의 제왕>에서 하얀 마법사 '사루만' 역을 맡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신화나 전설이었던 '뱀파이어' 문학을 통해 되살아나고 영화로 전세계로 알려지게 된 셈이다.

 

  뱀파이어가 그렇게 매력적이었던가? 사실 한 때지만 뱀파이어 캐릭터는 사라질 뻔 하기도 했다. 공포의 대명사라고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세월이 흐르자 뱀파이어가 목덜미를 물어뜯는 장면이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게 진부해져 버린 뱀파이어는 우스개와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다 1992년에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이 그리고 게리 올드만이 주연을 맡은 <드라큘라>가 원작의 맛을 되살리며 진부하기만 한 '뱀파이어'에 새 생명을 불어 넣었다. 선그라스까지 끼고 한낮의 영국 거리를 거니는 신선한(?) 모습과 위노라 라이더가 열연한 미나 머레이와 애뜻한 사랑이야기를 전해준 영화는 '뱀파이어' 붐을 불러 일으키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에 자극을 받았는지 '뱀파이어의 신낭만주의'가 펼쳐지게 된다. 단순히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캐릭터가 아니라 너무나도 매력적인 모습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는 '뱀파이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또 스테프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히트를 친 것이다. 이 두 작품에서는 너무나도 인간적으로 고뇌하고 사랑에 빠지는 매력적인 '뱀파이어'가 등장한다.

 

  이런 신낭만주의 뱀파이어는 고전 뱀파이어와는 닮은 듯 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사람들을 흡혈하고 공포를 주면서도 결코 늙지 않고 영원한 젊음을 누리면서도 힘이 매우 세고, 또 매우 잘 생겼으며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면 절대 위험하지 않는 아름다운 신사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바뀐 '뱀파이어'는 묘한 매력을 풍기기 시작하였다. 거기에 '뱀파이어'하면 왠지 모르게 '고귀한 신분'인 귀족적 냄새를 풍기기 때문에 그냥 '걸어다니는 시체'하고는 완전 차원이 달라졌다. 거기에 '나쁜 남자(여자) 스타일'이 완전 인기를 얻는 요즘에 와서는 '뱀파이어'에 대한 대접이 완전 달리지게 되었다. 심지어는 종교적인 색채를 띠며 '신흥 종교'로 믿음이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니 '뱀파이어'의 위력이 대단한 셈이다.

 

  아닌 게 아니라 나도 뒤늦게 '뱀파이어의 매력'에 푹 빠져 이책 저책, 이영화 저영화를 뒤적거리고 있다. 한낱 '되살아난 시체'가 너무나도 매력적인 존재가 되고 말았다. 그 까닭이 뭘까 궁금하여 한동안 계속 뒤적거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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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슈퍼작살

    아.. 저는 예전부터 뱀파이어에 대한 관심이 많은 줄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군요. 코폴라 감독의 영화가 큰 몫을 한 것이네요.^^ 저는 사실 좀비나 뱀파이어 관련 영화나 드라마는 전혀 보지 않거든요. [귀곡성] 쯤 되야 '진짜 무섭네~ ㅎㄷㄷ' 하는거죠^^
    뱀파이어에 대한 백과사전인 책이 재미있을 것 같긴 해요.ㅎㅎ

    2012.10.06 07:19 댓글쓰기
  • 지낭

    "언어의 진화" 서평을 보고 방문했습니다.
    제가 책 한권을 출판했는데, 한번 방문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2012.10.16 21:33 댓글쓰기

PRID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