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프랭클린이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마방진'은 프랭클린 이전에 이미 발견되었다. 4000년 전 중국 하(夏)나라 시절인 우왕 때 둑을 쌓는 과정에서 등에 신기한 무늬가 적힌 거북이를 발견하였다는 기록이 전해지는데, 그 거북이 등에 적힌 무늬가 '가로, 세로, 대각선의 수의 합이 모두 같다'는 것을 발견하여 '마방진'이라고 불렀고, 그 뒤에도 사람들은 이 신기한 무늬는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생각하여 '낙서(洛書)'라고 불렀단다. '낙수'에서 발견한 글이라는 뜻이란다. 오늘날 '하릴없이 아무 데나 끄적거린 글자'라는 뜻의 '낙서(落書)'와는 다른 뜻이다.
미국과 중국 뿐만 아니라 온누리 곳곳에서 발견되는 마방진은 정말로 많다. 이 책에도 3차, 4차, 5차 마방진을 만드는 방법부터, 테두리 방진, 삼각형 방진과 X 방진과 유대 별 모양 방진까지 다양한 모양의 마방진, 그리고 아들러의 3차원 방진인 '입체방진'까지 여러 가지 마방진을 소개하였다. 물론 수학책답게 단순한 소개에서 그치지 않고, 여러 가지 마방진을 '수학적 논리'로 접근하여 직접 만들 수 있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마방진'이 마냥 신기하게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신기하다는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수학이란 학문은 참으로 오묘하기만 하다. 수학을 공부하다보면 아주 복잡한 문제도 논리적으로 풀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그런 논리를 반복하다보면, 우리가 달달 외우기만 했던 '공식'도 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어떻게 만들 수 있었는지도 알게 되어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왜 우리 네 배우미(학생)들은 수학을 지겹게만 여기는 걸까? 비단 수학이란 학문에만 묻게 되는 질문은 아니지만 유독 수학에 던지는 이 질문이 의미심장하다. 그 까닭은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수학이란 고작 덧셈, 뺄셈 정도만 배우면 큰 어려움이 없고, 곱셈, 나눗셈까지 배우면 매우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더 어려운 수학공부를 계속 해야만 하는 까닭을 몰라서 조금만 문제가 어려워지면 수학공부를 포기하는 배우미들이 많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어려운 문제 풀어야만 하는 걸까?
사실 답하기 매우 어려운 질문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명문고, 명문대를 들어가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답해야 할까? 또 넌 수학을 못하니 '문과'가 적성이라고 조언을 해주어야 할까? 곧잘 듣고, 자주 대답하는 유형이지만, 듣고 말하기에 그닥 흡족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찌 답해야 할까? 아니 어찌 가르쳐야 할까? 라는 질문으로 고쳐 보자. 그러면 답변하기가 쉬울 테니 말이다.
서양 중세에 살던 사람들은 '마방진'에 담긴 신기함을 엿보고서 '마방진' 모양을 한 부적이나 표식을 몸에 지니는 것만으로도 행운이 찾아오거나 건강해질 수 있다고 믿었단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어리석기 그지 없다. 단순한 모양을 몸에 지니는 것만으로 병이 나을 수도 있다고 믿는 것이 어찌 어리석다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쯤하면 답이 보이지 않는가? 아직 이해할 수 없다고?
수학이란 어려운 학문을 굳이 우리가 배우는 까닭은 바로 '신기함'을 '당연함'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서야 풀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치자. 문제를 풀 수 는 없지만 그 오묘함을 엿볼 수 있는 힘이 생기면, 그 문제에 관심이 생긴다. 또 그 문제를 풀어낸 사람이 있다고 하면 솔깃해진다. 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지고, 그 사람이 위대해 보인다. 얼마나 똑똑하면 그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직접 만나면 엎드려 복종하고 감히 우러러 볼 수 없는 존재로 떠받들고 싶어진다.
헌데 그 문제를 자신이 풀 수 있게 된다면? 더 정확히 말해 그 문제를 푸는 방법을 깨우쳤는데도 여전히 그 사람이 신기하고 존경스러울까? 아닐 것이다. 그 문제를 푸는 방법을 알게 된 사람은 더는 신기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당연하다고 여길 것이다. 다시 말해, '신기함'이 '당연함'으로 바뀐 것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바로 <수학적 접근방법>을 익히면 가능해진다.
갓 태어난 아이들은 온 세상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그래서 눈을 똥그랗게 뜨고서 세상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말겠다고 물고 빨고 만진다. 그렇게 누구나 처음엔 그토록 신기하던 것이 곧 싫증나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하여 더 넓고, 더 깊은 세상으로 인도하는 것이 곧 '공부'이다. 그런데 학교라는 곳이, 학원이라는 곳이 아이들에게 더는 신기한 세상으로 인도하는 마당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 때문에 아이들이 공부를 싫증내는 것이다. 어제 배운 것을 오늘 또 풀고, 심지어 내일 또~풀 것을 알고 있으니 얼마나 재미없고 짜증날 것인가 말이다.
마땅히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방법이 제시되어야 '공부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법이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날마다 새로운 자극이 될 수업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또 수많은 배우미들에게 일일이 눈높이에 맞춘 자극을 준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르치미(선생님)가 꼭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새로운 수업방법과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이들에게 딱 안성맞춤인 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