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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가장 짧은 영원한 만남

[도서] 지상에서 가장 짧은 영원한 만남

김형태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순진무구하던 어릴 적엔 법조인들을 참으로 존경하였다. 판사, 검사, 그리고 변호사...그들이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에 있는 줄도 몰랐으며, 그에 합당한 보수를 많이 챙기는 줄도 몰랐던 터인데도, 그저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헌신하는 그들의 노력에 참으로 감탄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때가 묻은 나는 법조인들을 언론기자 다음으로 불신한다.

 

  언론기자를 불신하는 까닭은 '돈벌이'에 급급해 언론의 기능조차 망각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운운하며 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거짓도 서슴지 않는 언론을 비판조차 두려워하는 기자들이 많다는 생각에 내린 결론이고, 법조인을 불신하게 된 까닭은 법이 생각만큼 그닥 정의롭지도 공평하지도 않다는 생각에 다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언론기자와 법조인들에게는 대단히 실례가 되는 말씀이겠지만 말이다.

 

  어릴 적엔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악당을 물리쳐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악의 무리를 처단하고 착한이들만 살게 된다면, 그곳이 바로 정의로운 곳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했더랬다. 그러나 법은 그렇지가 않다. 누구는 무찔러야만 하는 악당이라고도, 어떤 이는 더할나위 없이 착한이라고 단정짓지도 않는다. 만인 앞에 평등한 법은 누구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저지른 정도를 판별해 합당한 벌을 주는 것, 그리하여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사회로 환원시키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었다. 즉, 법은 착한이들 편을 들어주기는커녕 그냥 법일 뿐이었다. 법 자체가 정의사회를 구현시켜주지 않는다는 사실도 얼마전에야 깨달았다.

 

  그 괴리감이란...힘 없고 착한이들이 기댈 곳은 공명정대한 사회구조뿐인데, 그런 사회를 구현할 도구인 법이 착한이들의 편이 아니라는 사실은 견디기 힘들었다. 더구나 그 법이 악한이들의 도구로 전락하는 모습을 볼 때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누가보더라도 마땅히 벌을 달게 받아야 하는 이들에게 솜방망이처럼 구는 법을 볼작시면, 비록 범법자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지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진실의 목소리처럼 들리곤 했다.

 

  물론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사람이 만든 법 또한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법이 악한이들을 단죄하여 착한이들이 손해보지 않게 해주었다는 이야기는 너~무 드물지 않은가. 흔히 '법망'이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그놈의 그물이 왜이리 허술한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 똑똑한 머리로 악당을 제압하지 못한데서야 그놈의 잘난 체를 눈 뜨고 봐줄 수가 없다. 그래, 바로 이 얘기를 하고 싶었다.

 

  이 땅에 수재들만 모인다는 법대. 그곳에서 양성한 법조인들은 분명 최고여야 하는데, 어찌하여 법망의 그물코를 촘촘하게 만들지 못한단 말인가? 아니면 그 똑똑한 머리로 정의를 수호하는데 앞장서기는커녕 국민들을 우롱하는데에만 앞장선 탓인가? 법조인들의 비리를 접할 때마다 느끼는 생각이긴 하다. 그 똑똑한 머리로 할 짓이 없어서...쯧쯧..이라고 읖조리면서 말이다.

 

  김형태 변호사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이 분의 비망록을 보면서, 법조인들의 고뇌와 고달픔을 엿보았기 때문에 어느 하나 개인을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허나 우리 나라 사법부의 정의를 구현하는데 일조를 하지 않는 못난 개개인들을 단속하지 못한 탓은 하고 싶다. 전문가적인 견해에서 그건 그렇게 해결하기 힘든 무엇이 있다는 식의 변명 따위는 듣고 싶지 않다. 거대한 조직에서 개인이 얼마나 하찮고 힘 없는 것인지는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얼마나 진정성 있게 바꾸려는 노력을 하였는지 따지고 싶은 것이다. 그간 법조계의 모럴 해저드를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 마땅한 분들이 욕을 받고 있느냐고 말이다.

 

  시대가 그러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건 이제는 해묵은 핑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시대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그리고 박근혜, 일제시대와 독재라는 암울한 시대를 청산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충분히 노력할 수 있는 시간은 아니었는가? 분명 그런 노력이 있어 왔다고 본다.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도 본다. 그런데 다시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특정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법처럼 보이는 소식은 이제 안녕하고 싶다. 가장 짧고도 영원한 안녕 말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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