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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도서] 채근담

홍자성 저/신동준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17대 대통령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시절에 "도덕이 밥 먹여 주지 않는다."라는 말을 하는 정치인을 TV토론장에서 본 이후로 한동안 밥맛이 떨어졌던 적이 있었다. 말마따나 '도덕', 그 자체가 우리에게 돈을 벌게 해주지는 않는다. 돈을 벌어다 주지 않으니 굳이 '도덕'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다. 헌데 무지렁이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한낱 어리석은 이가 뭘 모르고 한 이야기려니 하고 넘길 법도 하다. 그런데 당선이 유력한 대통령을 지지하고, 가까운 곳에서 보필할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심히 우려했더랬다.

 

  <채근담>을 읽으니, 그 당시 일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몇 자 떠올려 보았다. <채근담>은 <명심보감>과 더불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처세술의 진수'가 담긴 책이라는 명성이 자자했던 터라 일찍부터 읽으려고 목록에 올려놓았던 책이었다. 헌데 연이 닿지 않아서인지 <명심보감>을 일찍 독파한 것과는 달리 <채근담>은 유독 손이 가질 않아 안타깝기 그지 없었더랬다. 그런데 뒤늦게나마 <채근담>을 읽다보니 구절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문구마다 낯익은 대목이 엿보여서 입가에 미소가 절로 걸리는 통에 두꺼운 책이지만 술술 읽고 또 읽었다. 참말로 <채근담>은 평생을 곁에 두고 3번 이상 읽어야 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였다.

 

  또 신동준 뒤친이(역자)가 지적하듯이 '호리지성'과 '호명지심'을 모두 경계한 책이라는 소개가 참으로 절묘하다는 생각을 하고 또 했더랬다. '이익'을 좇고, '명예'를 좇는 사람들의 심리를 적절하게 비판하고, 그 따위 것들은 좇으면 좇을수록 더욱 얻기 힘들다는 진리를 담담하지만 단호하게 일러주는 글귀들에 감탄, 또 감탄하였다. <명심보감>이 '사리사욕'은 경계하였으나, '입신양명'은 탐하도록 하였던 것에 비한다면 <채근담>이 일러주고 엿보게 하는 세상은 참으로 살기 좋은 세상인 셈이다.

 

  더군다나 오늘날처럼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뭐든지 돈돈돈 타령을 하는 요즘이 정말 살기 힘들게 만든다는 사실 또한 새삼 깨닫는다. '도덕적인 삶'이 당연하던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 요즘에는 너나할 것 없이 당연(?)하게 여기는 통에 '정말 이대로 좋은 걸까?'하고 되묻곤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로 미안하다고, 제 탓이 크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면 아무리 큰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걱정이 없던 시절도 있었는데, 언제부턴지도 모르게 사소한 일에도 '법정'에 출두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 이르면 평소답지 않게 불 같이 화를 내기 일쑤고...애어른을 가릴 것 없이 '저 싫으면 남도 싫다'는 생각엔 이르지도 못하고, 남이야 어떻든 저 싫은 것만 내세우기 일쑤니 참으로 세상 살 맛이 점점 줄어든 까닭이다.

 

  다시 돌아가서, '도덕이 밥 먹여주냐?'고 말한다면, 난 거침없이 밥보다 더 한 것도 먹여준다고 강조하겠다. 첫째, 도덕이 가득한 세상은 어른이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가 어른을 존경하는 삶일테니 참말로 살맛나는 세상이 아니겠는가. 천하에 이보다 더 살고 싶은 세상이 어디 있느냔 말이다. 둘째, 도덕이 가득한 세상엔 방범비나 치안유지비 같은 일에 들 돈도 줄어들 터이니 돈은 벌어다주지 않을지 몰라도 적어도 돈 쓸 일은 줄어들게 할 것이다.

 

  물론 도덕만큼 애매모호한 것도 없다. 어른을 공경하는 것이 참으로 아름답기는 하지만 정말 공경하는 것조차 사치일 정도인 어른도 있으니 말이다. 나이를 거꾸로 드신 분들 말이다. 그러나 보면 안다. 겪어보면 더 잘 안다. 도덕이라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것인지 말이다. 말로만 도덕을 외치는 사람은 결코 알지 못하는 그런 아름다움 말이다.

 

  <채근담>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복잡다단한데 책 한 권에 담긴 내용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모든 이치가 될 수 있고, 정답이 될 수 있을까? 허나 시작은 될 수 있을 것이다. 각박한 세상일수록 '인문학'이 필요한 것을 새삼 깨닫곤 한다. 야박한 사회일수록 '인문학'에서 답을 찾는 것이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내곤 하는 걸 종종 보는 요즘이다. '있는놈'이 잘 살아야 '없는분'도 잘 살 수 있다는 교묘한 궤변과 오류를 단박에 깨버리는 것도 '인문학'에서 찾을 것이다. 역사를 살펴보아도 '있는분'이 도덕적으로 살아야 '없는놈'도 잘 살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옛날 양반들이 '향약' 같은 걸 만들어 '도덕적 의무'를 다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게 '있는놈'들의 주머니를 빵빵하게 채워야 '없는분'들의 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 잔돈이 생긴단다. 얼핏 들으면 말이 되는 것 같은 이 '낙수효과'가 사실은 실현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바로 '있는놈'들이 제 주머니(욕심)의 크기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언제 채우고 잔돈을 흘리겠는가 말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옛말이 있다. 저 더러운 줄은 모르고 남의 허물만 크게 부풀린다는 어리석음을 꾸짖는 말인데, 이것이 요즘에는 아주 더럽게 적용되고 있는 모양이다. 고위공직자가 잘못을 저지르고도 더 당당하게 구니 말이다. 도덕은 아예 지키지 않아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악용하여 어쩔 수 없이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워 몸둘바를 모르는 양심적인 사람들과 밥 먹듯이 잘못을 저지르는 비양심적인 삶을 살고서 만천하에 드러나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누구나 그 상황이라면 그러지 않느냐고 뻔뻔스럽게 묻어가려 한다.

 

  어처구니 없는 건 전씨다. 수중에 재산도 얼마 없다는데, 호화별장에서 살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심지어 선물도 참 두둑히 주고 있다. 아마도 '화수분'이라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꺼내 쓰고 또 써도 자꾸 나오는 걸 보면 말이다. 더 말하고 싶지만, 그 사람 거론하면 할수록 내 입이 더러워질 것 같아서 더는 안 하련다.

 

  도덕적인 삶을 살면 억울하게 느껴진다. 늘 손해만 보는 듯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덕적인 삶을 살면 늘 떳떳하게 살 수 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 때문이다. 하긴 비도덕적으로 사는 사람이 더욱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가는 뻔뻔함을 지녔긴 하지만...쳇! 씁쓸하고만...그래도 '인자무적'이라고 했다. 어진 사람은 주변에 적이 없다는 말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가운데 으뜸 조건이 아니던가. <채근담>은 마음을 비우고 남에게 베풀면 손해볼 일이 없다는 만고의 진리가 담긴 책이다. 의심스럽다고? 그럼 마음을 가득 채우고 제 이익만 챙기며 살면 어떻게 될까?

 

- 이 리뷰는 인간사랑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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