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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도서] 세계일주

박유찬 저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4점

  '버킷 리스트'라는 말이 유행인 듯 싶다. 우리 말로 뒤치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목록' 쯤 될텐데, 이런 목록이 전부터 없었으면 모를까. 이제서 새삼스레 유행처럼 번지는 까닭은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아마도 우리 사회가 단순히 '먹고 사는 것'에 연연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잘' 먹고 사는 것에 관심이 많아진 탓이 아닐까 싶다. 아닌게 아니라 '버킷 리스트'가 유행하기에 앞서서 '웰빙'이라는 말이 들불 번지듯 번졌던 때가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삶은 여전히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하기에 급급한 까닭에 '웰빙'이니 '버킷 리스트'니 그닥 관심밖이다.

 

  그렇다. 난 '버킷 리스트' 같은 낱말을 앞에 두고도 심드렁하게 바라보는 한 사람이다. 요즘 사람치고는 참 별종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난 '버킷 리스트', 별루다.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도 '잘' 살까 말까 하는 판국에 '유유자적'하는 신분이나 계급 들의 입에서나 주워 섬길 법한 '사치'스런 말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지독한 염세주의자들의 입속에서 굴러다니는 말이 어쩌다가 서민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말로 여겨져서 유행처럼 번진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암튼 내게 '버킷 리스트'라는 말은 그처럼 섬뜩하게 다가온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버킷 리스트'라는 말이 궁금해서 어원을 조사해본 적이 있었다. 서양에서 자살한 사람의 머리를 받는 통에서 비롯된 말이란다. 목 매달아 죽는 것도 아니고, 자살할 때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꼴이 볼썽사나워서 잘린 머리가 골~인하는 통이라니...그때부터였나보다 '버킷 리스트'라는 말이 살갑게 다가오지 않은 까닭은.

 

  여하튼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목록' 가운데 으뜸이 바로 '세계일주'라고 이 책을 쓴 글쓴이는 말한다. 뭐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정말 그럴까 싶기도 하다. 그 말이 맞든 틀리든, 그만큼 '여행'에 대한 요즘 사람들의 희망과 갈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할 테다.

 

  '지구 한 바퀴'라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나라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가본 일이 없는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또 '모험'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성향 탓에, '안전제일주의'까지는 아니라도, 간간히 들려오는 외국에서 벌어진 안 좋은 풍문을 접할 때면 나라밖 구경은 되도록 책이나 영상으로만 하고 싶다. 그렇다고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은 아니다. 나름 떠나면 알차게 보내고 오기 일쑤다. 나랑 여행을 다녀와서 즐겁지 않고, 기억에 남지 않았다고 한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워낙 잡다한 지식으로 가득한 사람이라서 어느곳, 어느장소에서 벌어진 역사적이거나 과학적인 사건 또는 인물 등의 유래를 줄줄 읊어대면 다들 좋아라 했다.

 

  난 단지 '준비'가 귀찮을 뿐이다. 그런데 글쓴이는 '세계일주'를 위해 1년 동안 철저히 준비를 했단다. 아오~난 못해. 거기에 다니던 직장까지 정리하고 떠나야만 하는 여행이라니...난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사람이 쫌...많지 않나 싶기도 하다. 예전에 '바람의 딸, 한비야'가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이라고 했을 때만 해도, 정말 '대다나다' 했는데, 그 뒤에 이런저런 제목을 달고 나오는 '세계일주' 책을 읽어보고 있노라면, 그 대단한 업적이 평가절하가 된 것은 아닌지 싶을 정도다.

 

  물론 세계는 넓고, 판에 박힌 듯이 똑같은 '세계일주'는 없겠지만, 그래도 읽다보면 초록은 동색이고, 그 나물에 그 반찬인 듯한 느낌은 지우기 점점 힘들어져만 갔기 때문이다. 어쩌면 글쓴이도 그런 책들을 보며 꿈을 키웠고, 철저한 준비 끝에 드디어 실행에 옮긴 '꿈'일테니 절대 책의 가치를, 글쓴이의 여행기를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내 입맛이 까다로워진 까닭에 이 책이 달갑게 읽히지 않은 탓이 크다.

 

  세계일주는 참으로 대단하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해서 예전보다 편해졌다고는 하나, 그래도 늘 새로운 문제가 나와 온갖 불편을 감수하고 싸워 이겨야만 해낼 수 있는 '인간 한계의 극복'이기에 더 그렇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하나 있겠냐마는 그래도 세계일주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다못해 비행기에 앉아만 있어도 수십 시간을 한 자리에 앉아 꼼짝없이 견뎌야 하는 극기의 일일텐데 말이다. 참 대단한 여행이 바로 세계일주일 것이다.

 

  감히 글쓴이의 마지막 여정을 상상해본다. 돌고 또 돌아 고국의 땅에 다시 발을 딪는 그 순간의 감흥은 무엇으로 표현할 것인가? 가슴 뿌듯하고 벅찬 느낌이 아니라 다시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 버스, 또는 택시에 노곤한 몸을 실어야 하는 짜증 섞인 느낌은 아닐까? 대한민국의 교통체증이 어딜 도망가지는 않았을 테고, 온몸 가득 너저분하고 지독한 냄새에 주변 사람들이 왠 거지가 탔느냐고 짜증을 부릴 것도 같고...세계일주를 했다는 뿌듯함 뒤에는 이런 일상다반사스런 짜증나는 일들이 가득한 것은 아닐까?

 

  물론 겉은 꼬질꼬질할 지라도 일주를 마치고 난 뒤에 '변화된 나'는 꼬질꼬질하지 않을 테니...그깟 짜증쯤은 금세 떨쳐낼 수 있을 테고...보고, 듣고, 그리고 또다시 배운 한 바퀴, 새삼스레 대단해 보인다. 해보고 싶다는 얘기는 아니고!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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