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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의 에로틱 라이프

[도서] 슈퍼히어로의 에로틱 라이프

마르코 만카솔라 저/박미경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한물간 슈퍼히어로의 성생활에 대한 책이라니 그닥 반갑지 않았다.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도 아니고 허구라고 하기엔 터무니 없는 상상의 존재가 일반인처럼 늙고 병들고 평범한 일상에 파묻혀 지내는 상상이 결코 유쾌하지 않은 까닭이다. 더구나 우리가 익히 알던 영화속 '슈퍼히어로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원작 만화의 정서로 만들어진 '슈퍼히어로의 이미지'가 낮선 까닭에 책 속으로 쉽사리 젖어들지 못하는 것도 반갑지 않은 일이다. 섹스에 굶주린 슈퍼히어로라니...여긴 미국이 아니라고(--)

 

  허나 '슈퍼히어로'라는 단어 대신에 '유명인'이라고 대입하니, 그닥 낯선 내용은 아니었다. 유명인의 삶은 사사로움과 공공스러움 사이에서 줄타기하듯 위태롭기 마련이니, 완전한 개인의 삶은 포기해야만 하고 완전한 공공의 삶 또한 강요될 수 없다. 그러니 일반인의 관심이 '유명인'에게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로 생각할 수밖에 없고, '유명인' 또한 자신의 삶이 까발려지는 것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말이다. 그런데 그 까발려지는 사생활이 '성생활'이라니 난감하다.

 

  알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을 수도 있을테지만 대놓고 알려고 하면...흠흠..점잖치 못한 일이니 말이다. 더구나 실존 인물도 아니고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캐릭터'의 비밀스런 성생활에 관심을 쏟는 모양새가 그닥 좋아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벼운 영화가 아니라 [원작만화]가 주는 무거움을 생각해보면, '슈퍼히어로의 성생활'은 어쩌면 철학적인 내용으로 분석하며 보는 것이 올바른 책읽기가 될 듯 싶다. 굳이 어렵게 미쉘 푸코의 <성의 역사>를 예로 들지 않아도, 성이라고 하는 것을 철학적으로 풀이하면 인간이 추구하는 본성 가운데 하나인 '쾌락'과 연관 지을 수 있다. 사람이 살면서 '쾌락'을 놓치고서 살 수 있을까. 그만큼 인간의 본성이 쾌락의 추구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쾌락'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바로 '섹스'이고 말이다.

 

  암튼 이렇게 분석을 마치고 나면, 이 책은 슈퍼히어로처럼 엄청난 사람도 인간의 본성 가운데 하나인 쾌락을 누리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는 배경이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판타스틱4의 일원이었던 리드 리처드는 자신의 아들 또래인 젊은 여자와 애정행각을 벌인다. 또 배트맨은 양성애적 성향 때문에 파트너조차 어린 로빈이었고, 로빈이 죽은 뒤에는 로빈보다 더 어린 소년소녀를 대상으로 탐욕스럽게 쾌락을 즐긴다. 그러다가...배트맨이 죽는다. 어린 소녀와 변태성향의 섹스로 한껏 쾌락을 즐기다. 그 정점에서 생을 마감한다. 벌거벗은 채 살인을 당한 것이다. 그 뒤에 고무인간 리드 리처드도 딸뻘인 젊은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이루어질 수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황혼에 찾아온 쾌락을 멈출 수가 없다. 그정도 쾌락으로 만족하기만 했다면 리드 리처드도 죽음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허나 그러질 않았다. 못하지 않은게 아니라...

 

  아니 어쩌면 슈퍼히어로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쾌락'이 아니라 '강박'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이 좋아서 죽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죽음에 이르는 열쇠는 '강박'이 더 어울리니 말이다. 그렇다면 슈퍼히어로의 죽음들은 '강박에 따른 자살?' 아니아니. 배트맨은 어린 소녀에게 죽임을 당했다니깐. 그렇다면 슈퍼히어로들을 '강박'에 이르게 한 '살인자'가 또 있다는 말인가? 그 살인자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배트맨의 죽음, 바로 뒤에 나타난다.

 

  그 뒤 이야기는 살인자가 살인을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또 그 뒤 이야기는 살인자가 또 다른 살인을 하는 이야기...어찌 보면 기-승-전-결이 완벽한 이야기 구조로 만들어진 수작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왠지...서스펜스를 느끼기엔 뭔가 부족한 느낌이..뭐랄까. 흥겨운 리듬곡을 늘어진 테이프로 듣는 느낌이랄까? 사건 전개는 진부할 정도로 '일상의 묘사'만으로 길게..길게 늘어진 나열을 하였다. 이는 돌연변이 초능력자 미스틱에서 더욱 심하달까...바로 앞에서 살인자의 등장으로 심장 박동을 올려놓았는데도...그 살인자가 벌이는 살인행각을 읽기 위해 부지런히 책장을 넘겨야 했다.

 

  미스틱 역시 '강박'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던 모양인데, 그 '강박'이 주는 서스펜스는 에드가 엘런 포의 <어셔가의 몰락> 이후에 좀 시들하지 않은가. 마치 '반전'이 주는 이야기의 재미도 반복되고 또 반복되면 짐작과 예상으로 그 흥미가 '반감'되는 것처럼 말이다.

 

  노쇠한 초능력자들의 일상과 섹스, 그리고 죽음이라는 흥미거리로 독서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할 수는 있겠지만, 금요일밤만 되면 섹스파트너를 찾아 산기슭을 헤매고 다니는 표범 아닌 하이에나 같은 미국인들의 일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들에게는 이 책 속에 감춰진 블랙유머를 이해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슈퍼히어로에 대한 색다른 이해를 얻고자 하는 독자라면, 이 책이 견문을 넓혀줄 것이다. 마블코믹스나 DC코믹스 같은 '원작만화'를 읽으며 서로 비교하며 읽어도 손색없는 책일 것이다. 차라리 소설이 아니라 원작만화였다면 더 생생한 느낌을 받았을 텐데...늙어버린 슈퍼히어로를 쉽사리 상상할 수 없으니 말이다.

 

  이 책은 유명인의 섹스스캔들에 환장하고, 슈퍼히어로의 활약에 환호하는 독자들에겐 새로운 견문을 넓혀줄테고, 원작만화를 심취한 독자라면 낯익은 스토리 전개에 슬며시 미소를 지을 만한 책이다.

 

- 이 리뷰는 [오후세시]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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