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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데

[eBook] 죽이는데

한경아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가계부를 정리하다보면 항상 빵구가 나기 마련이다. 이럴때면 늘 영수증을 꼭 챙겨야지 하면서도 소액결제를 할 때면 그냥 무심코 넘어간다. 이런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영수증>은 물건을 구입하고 받은 영수증이 아니다.

 

 오래전 TV를 보다 우연히 듣게 되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서울에 자식을 보낸 뒤 영상으로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할아버지를 인터뷰하던 중에 나온 <도장>과 <영수증>이 아주 인상 깊었다. 할아버지 말씀인즉, 할머니를 사랑하느냐는 물음에

 

 "그럼 도장도 찍고, 영수증도 받았는데..."

 "그럼 할머니를 얼마큼 사랑하세요?"

 "거참...영수증 받았데도.."

 

 이 할아버지는 자신의 사랑을 확인받았다는 의미로 '섹스'를 <도장>으로, '자식'을 <영수증>으로 표현하셨다. 오래된 분이시라 '연애결혼'을 꿈도 꾸지 못하시는 분이셨겠지만, 그 분은 자신의 사랑을 그렇게 표현하신 것이라 짐작한다.

 

 요즘에는 어떨까? 요즘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찍은 도장의 결과물인 영수증을 잘 챙기는가? 젊은 남녀가 서로 도장을 찍기까지 하루도 긴 시대에 꼬박꼬박 영수증을 잘 챙긴다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게 챙기지 못한 <영수증>으로 인해 닥쳐 올 미래는 어둡기만 할 것이다.

 

 참으로 불명예스럽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낙태공화국]이라고 할만큼 <불법낙태시술>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전통적으로 성(특히 여성의 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경향이 강하고, 사회적으로 금기하는 터부도 많아서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그렇지만 사회가 개인에게 문제를 전가하고, 개인은 사회 탓으로 돌릴 때 정작 상처를 받는 부류는 다름아닌 <영수증>, 특히 폐기되고 버림받은 <아이들>이다. 그러니까 처신을 잘해야 한다는 주장은 결과만을 놓고 문제를 다루는 것이기에 자칫 <공리주의>에 빠져 낙태를 옹호하는 주장에 불과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인식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어떤 이들은 성을 너무 터부시하니까 성인은 물론 젊은이와 청소년이 성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고 음지에서 성을 즐기는 문화가 만연되었기에 [낙태문제]가 커졌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더이상 성을 축축하고 더러운 곳에 감춰서 썩은내가 진동하지 않도록 양지로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성의 쾌락은 나쁜 것이 아니니 <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한 성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성교육>을 시켜서 [낙태문제]가 줄어들 수는 있을지언정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젊은이들과 청소년들의 <도장>찍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고, 또한 버리는 <영수증>도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한 솔이와 결혼 전에 애인을 낙태시킨 아버지를 증오하는 주희가 등장한다. 이야기가 더해감으로써 결국 솔이는 낙태를 결심하고, 주희는 아버지의 결정을 이해하게 된다.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문제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영수증>을 챙기는 순간 감당해야 하는 몫이 한 번밖에 없는 자신의 인생에서 바라는 것과 엄청난 차이가 나기 때문일 것이다. 난 이들의 결정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영수증>쯤 한 두개 챙기지 않아도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홀히 다룬 <영수증>이 많아지면 한 가계에 영향을 끼치 듯, 버려지고 폐기되는 <아이들>이 많아지면 한 나라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영수증 폐기>는 개인이 감당하기에도, 사회가 알아서 해결하기에도 벅찬 일이니 국가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단지 [낙태]를 불법으로 명시하는 선에서는 별효과를 얻지 못하니, 개인이 감당하지 못할 <영수증>은 국가가 전담하면 어떨까 한다.

 

 말레이시아의 예를 들면, 국가에서 미혼모들을 보호해주고, 이들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전액 무료로 국가가 보육한다고 들었다. 결국 개인의 감당할 부분과 사회적 문제(완벽한 가정을 추구하는 경향)까지 보완하는 해결방법은 아니지만 <영수증>만큼은 철저히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불변의 진리 아닌가? 어떠한 것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 그것은 바로 <생명>일 것이다. 그 생명을 버리는 일만큼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소중한 <영수증>을 챙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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