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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배불뚝이의 모험 1

[도서] 김 배불뚝이의 모험 1

송언 글/유승하 그림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혹시 따돌림...

  책 제목에 '배불뚝이'라고 적혀 있어서 뚱뚱한 외모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거나 놀림을 당하는 '문제아' 학생을 다룬 책이라고 오해하실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건 아니라고 먼저 말씀 드리고 싶다. 송언 작가는 실제로 학교선생님이며 학교에서 겪은 일상에서 글감을 따와 아름다운 동화를 쓰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아직 작가에 대한 자세한 조사를 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짐작하는 투로 설명드리지만, 거의 확실할 것이다. 책에 담긴 머릿말이나 줄거리를 읽다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짐작이기도 하니 말이다. 이 책의 큰 줄거리도 '말썽꾸러기 1학년'에 대한 이야기일 뿐, 작가는 김 배불뚝이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이나 증오심, 그리고 이런 '문제아'는 학교에서건, 사회에서건 무조건 추방해야 할 못된 존재라고 조금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어른들의 몫

  '문제아'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마디 덧붙인다면, 이 세상에 <'문제아'로 낙인을 찍는 '문제 많은 어른'은 있어도, '문제아'는 없다>는 작가의 생각에 적극 공감한다. 학교가 한창 뛰어놀 아이들에게는 결코 즐겁고 재미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달콤한 늦잠을 허락하는 곳도 아니며, 또래친구들과 재미난 장난을 맘대로 칠 수도 없는 곳인 동시에, 선생님이 가르치는 내용 또한 전혀 즐겁지 않은 내용으로 가득한 곳일 뿐이다. 그런데도 배운 내용을 달달 외워 억지로라도 이해 해야만 하고, 그 내용을 시험까지 치뤄 성적표로 객관화하는 달갑지 않는 장소가 바로 학교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런 '이상한' 학교에 철저히 적응하지 않으면 '문제아'로 낙인을 서슴없이 찍곤 한다. 어린이는 아직 미성숙하며 보호 받아야 할 소중한 존재라면서도 말이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초등학교 문제 한 번 풀어보실래요?

  물론 학교가 험난한 사회로 나아가기에 앞서 일반적인 사회규칙과 질서를 배우고, 학업을 신장시켜 자신의 꿈을 실현할 능력을 함양하는 '지성인들의 요람'으로 만들어진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도 좀 이른 감이 없지 않은가? 이제 막 한글을 땐 코흘리개 철부지들에게 어른들도 하기 싫고 힘든 '지성인 흉내'를 내라고 강요하는 요즘 교육이 말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1학년 수학문제의 수준이 이 정도랍니다.

 

  [서술형] 초아는 풍선을 89개 갖고 있습니다. 빨간색 풍선은 22개, 파란색 풍선은 41개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설현이가 빨간색 풍선을 10개 주면서 노란색 풍선 10개와 바꾸자고 했습니다. 초아가 가지고 있는 노란색 풍선은 몇 개 입니까?

 

 풀이)

 

 

 답)                            개    

  분명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덧셈과 뺄셈을 배웠습니다. 덧셈식을 뺄셈식으로 바꾸고, 그 반대의 경우도 배웠죠. 그런데 이렇게 서술형으로 풀이식까지 조목조목 서술하며 정답을 맞추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요? 놀랍겠지만 굉장히 많은 아이들이 맞춘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서 의문스러운 것은 1학년 아이들 스스로 깨우쳐서 위의 문제를 풀었을까? 랍니다. 개인과외나 보습학원에서 기출문제 형식으로 수없이 반복해서 맞추는 건 아닐까요? 실제로 중학생을 가르쳐보면, 위의 문제의 답은 구할지언정 풀이식까지 완벽하게 서술하는 아이들이 많지 않답니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아는데도 식을 세우는 과정이 익숙하지 않으면 논리적 서술이 쉽지 만은 않기 때문이랍니다.

 

  풀이식이 궁금하시다면, [초아가 가지고 있는 풍선은 모두 89개이고, 여기에서 빨간색 풍선과 파란색 풍선의 수를 빼면 노란색 풍선의 개수를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식으로 나타내면, 89-22-41=26이므로 초아가 가지고 있는 풍선은 모두 26개입니다. 그런데 설현이가 빨간색 풍선 10개와 노란색 풍선 10를 맞바꾸자고 했으므로 초아가 갖고 있는 풍선의 개수에 10개를 더하면, 26+10=36이므로 초아가 갖고 있는 노란색 풍선의 개수는 모두 36개 입니다. 정답: 36개]

 

  이것이 모범답안이며, 초아의 풍선 가운데 '노란색 풍선의 개수'를 정확하게 풀어내는 것이 첫 번째, 초아가 설현과 풍선을 바꾸고 난 뒤의 '노란색 풍선의 개수'를 정확하게 풀어내는 것이 두 번째, 첫 번째와 두 번째의 풀이과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구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하게 정답으로 쓰는 것이 세 번째. 앞의 세 가지를 모두 갖춘 답안이 (상), 셋 중 둘이나 하나만 갖추면 (중), 정답만 맞추면 (하)로 평가하라는 서술형 답안 지침까지도 지도서에 나와 있답니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문제만 있을까?

  요즘 공교육이 이런 고난이도 문제를 아이들에게 출제하는 의도는 모든 아이들이 맞춰주길 바라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중간 난이도의 문제를 모두 맞추고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는 진취적인 아이들로 만들려는 바람에서 만들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사실 위와 같은 문제를 초등 1학년 아이들이 모두 맞출 필요가 없는 것이죠. 이를 테면, 공교육에서 바라는 실력은 만점이 아니라 90점 정도면 충분하다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엉뚱하게 일어나고 진행된답니다. 그 시작은 어머님들이 바라는 자녀의 점수가 '올백'이라는데에 있습니다. 초등 정도에서 올백이 아니면 명문중-명문고-명문대라는 엘리트 코스를 밟을 수 없을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인데 공부라도 잘 하지 못하면 더 힘들 것이라는 불안감이 어머님들의 마음에 먹구름이 끼게 만드는 거랍니다. 여기에 사교육이 부추기는 면도 없잖아 있습니다. 이런 어머님들의 불안감을 이용해서 사교육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또 사교육은 억지로라도 사교육의 도움을 받으면 '누구라도' 엘리트 코스에 진입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만드는 것이죠. 허나 이걸 단순히 '사교육의 상술'로 매도할 수도 없는 건, 학생 진로를 전적으로 맡길 수 없다는 문제와 상위학교의 선발 과정이 투명하지만은 않다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 교육현장의 고질적 문제점은 극복하기 매우 어려운 '딜레마'에 놓여 있다는 점입니다.

 

 김 배불뚝이는 문제아가 아니랍니다

  오해는 마시길, 이 책은 '김 배불뚝이'라고 불리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수업 모습을 작가적 경험이 묻어난 허구적 이야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말썽만 피우는 주인공을 통해 아이들의 해맑고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즐거운 동화랍니다. 제가 서술하는 우리 나라의 어두운 교육현실은 배경으로도 절대 등장하지 않으며,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이런 상상을 할 염려도 없는 아주 코믹하고 즐거운 이야기책이랍니다.

 

  그러나 내가 사교육 선생이고, '김 배불뚝이'처럼 행동하며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들을 '문제아'로 낙인 찍는 어머님들을 많이 보아 왔으며, 심지어 공교육 선생님이 포기를 해서 학원으로 떠밀려 방황하는 학생들을 수차례 보아왔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랍니다. 나름 교육전문가인 제가 '댁의 자녀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단지 활발한 성격 때문에 얌전히 수업 받기 힘들어 하는 상황일 뿐입니다. 공부 스트레스는 줄이고 아이에게 좀 더 관심을 주세요' 라고 안심을 시켜줘도, 몇몇 어머님들은 '그러면 어떻게 하면 아이 성적을 올릴 수 있나요?'라고 동문서답을 하고 '없는 문제'를 문제로 만든답니다. 행여라도 댁의 아이는 '공부' 이외의 다른 것에 흥미를 보이고 소질과 재능이 있다고 조언을 해주면 큰일난다. '그래도 공부는 해야 하잖아요. 무조건 성적을 올려주세요. 재능과 소질은 그 다음에 찾아주시고요'...

 

  이 책에서 보여주는 '김 배불뚝이'의 행동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수업중에 교실 안을 돌아다니고, 때때로 교실 밖으로 도망가며, 비타 삼백에 유별난 집착을 보여도 그냥 평범한 어린이일 뿐이다. 오히려 수업 시간 내내 꼼짝도 안 하고 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집중하는 초등 1학년생이 더 이상한 아이다. 그런데도 선생님들은 관리하기 편하다는 까닭만으로 이상한 아이는 문제로 보지 않고, 정상적인 아이를 '문제아'로 낙인 찍는다. 어머님들도 '학교'라는 곳에 보내기만 하면 당연히 이상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학창시절의 보배

  더구나 '김 배불뚝이' 같은 아이들은 학창시절에 보배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수업시간 내내 얌전히 앉아 사각사각 연필 움직이는 소리만 들리는 초등학교라면 정말정말 큰일이다. 난 이런 학교에 내 소중한 아이를 맡기고 싶지 않다. 아직 장가도 안 갔지만...

 

  오늘도 난 책상 밑으로 기어 들어가 연필을 보검 삼아 내 발꼬락 괴물을 물리치려는 미래의 영웅들과 즐겁게 수업을 할 계획이다.

 

이 리뷰는 생각을 만지다-웅진북클럽을 통해 구매한 북컨텐츠를 읽고 직접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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